톡비즈 힘 빠지자 성장둔화에 빠진 카카오, 새 성장동력은?
톡비즈 매출 2021년 4Q 정점 찍고 2분기 연속 내리막
디지털 광고 시장 업황 어두워 당분간 반등 어려울 듯
8월 4일 카카오가 2022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매출 1조8223억원, 영업이익 17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5%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매출 1조8321억원·영업이익 1758억원)를 밑도는 실적이지만, 격차가 크게 나진 않았다. 실적을 발표하자 카카오 주가가 전일 대비 7.50%나 상승한 건 이 때문이다. 경기 침체 우려 등 악재가 적지 않았는데도 선방했다는 거다.
사업부문 별로 봐도 골고루 성장했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93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고, 콘텐트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891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불안한 신호가 감지된다. 광고·쇼핑 등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통칭하는 ‘톡비즈’ 부문의 매출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어서다. 톡비즈는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효자 사업부다.
올해 2분기 톡비즈 매출은 45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3905억원)와 견줘보면 16% 성장했다. 두 자릿수 증가율에 매출의 앞자리 숫자를 바뀌었으니 괄목한 성적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3년간의 성장곡선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3년 전인 2019년 2분기만 해도 톡비즈의 매출은 1389억원에 불과했다. 당시엔 포털서비스 다음을 기반으로 한 포털비즈 매출(1369억원)과 비슷했다.
그런데 2019년 4분기에 73%의 성장률로 매출이 2215억원으로 훌쩍 뛰었고, 이후로도 승승장구했다. 2020년 1분기엔 톡비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고, 2분기엔 79% 늘었다. 3분기(75%)와 4분기(63%)에도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매 분기 30~50%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해 4분기엔 톡비즈 매출로 4750억원을 기록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톡비즈가 갑자기 카카오의 핵심 수익원이 된 건 이 회사가 2019년 5월 카카오톡 내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하면서다. 카카오톡 내 대화 목록 창 최상단 자리에 배너 광고가 노출되는 ‘비즈보드(당시 톡보드)’란 상품이다. 한국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톡에 광고를 달자 순식간에 알짜 수입원이 됐다.
팬데믹 기간 카카오가 매 분기 실적 신기록을 썼던 일등공신도 비즈보드였다. 비즈보드를 출시한 톡비즈는 2020년 카카오 사업부 중 유일하게 조 단위 연간 매출(1조1490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역시 가장 높은 매출(1조6439억원)을 기록하면서 카카오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비즈보드의 활약은 특히 수익성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2019년 2분기 카카오의 영업이익률은 5.5%였는데, 비즈보드가 시장에 안착한 이듬해 2분기엔 10.3%로 큰 폭으로 개선했다. 지난해 2분기엔 12.0%까지 끌어올렸다.
문제는 앞으로 톡비즈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올해 2분기에도 위기 조짐은 나타났다. 올해 2분기 톡비즈가 거둔 매출 4532억원은 직전 분기(4610억원)와 비교하면 역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475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2분기 연속 직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톡비즈의 성장을 이끈 비즈보드의 디지털 광고 사업 환경도 좋지 않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들이 광고비 지출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의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당장 비즈보드 매출이 직격탄을 맞진 않겠지만 예년과 같은 성장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면서 “카카오 실적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올라서려면 톡비즈가 아닌 사업 부문의 반전 실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톡비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인 플랫폼 기타 사업부 역시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해 4분기엔 세 자릿수 성장률(107%)을 보였는데, 올해 1분기와 2분기엔 매출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플랫폼 기타 사업부는 모빌리티나 페이, 엔터프라이즈 같은 자회사 실적을 포함하는데, 최근엔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분 매각 이슈에 휘말렸다. 지분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플랫폼 기타 사업부는 중요한 성장동력을 잃게 된다.
카카오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진화와 함께 광고, 커머스 등 비즈니스와의 강한 결합을 추진하며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론 “오픈 채팅에 광고를 도입하는 등의 수익 모델을 올해 4분기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새 성장동력이 언제쯤 수익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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