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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이어 전기차·배터리까지 中견제…희비 엇갈린 韓기업

중국산 배터리 단 전기차에 보조금 배제
LG엔솔 등 배터리 기업 수혜 전망
핵심소재 中의존도 높은 점은 우려
현지 생산 적은 현대차 타격 가능성도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모습. [사진 현대차그룹]
중국산(産)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혜택을 주지 않는 내용이 포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Inflation Reduction Act)’이 최근 미국 상원에서 통과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배터리 업체는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지만, 자동차 업체는 까다로운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수혜를 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82조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눈여겨볼 점은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는 것인데 업체별로 연간 20만대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던 한도를 없앤 것이다. 이론상 20만대 이상 전기차를 판매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배터리에 중국에서 채굴·가공된 소재·부품이 일정 비율 이하여야 한다.  
 
‘반도체지원법’에 이어 배터리와 자동차 분야에서도 보조금 정책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혜택을 주는 대신 일정 기간 중국 투자를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 75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을 받으려면 배터리의 핵심 자재(리튬·니켈·코발트 등)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핵심 자재 비중이 2024년에는 40% 수준이지만 2026년에는 80% 이상이어야 한다.  
 
나머지 보조금은 북미지역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의 주요 부품(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2028년 100%까지 확대된다. 2025년부터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7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이 자국을 중심으로 한 독자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배터리 '맑음' 자동차는 '흐림'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에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 견제에 나설 경우 대체재가 필요한데 우리 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양극재 공장 설립 등 2025년까지 북미 시장 현지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2025년까지 총 54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북미지역에서 생산할 전망이다. 세계 1위 동박 생산 기업인 SKC는 콘퍼런스콜에서 “북미 동박 공장은 올해 안에 최종 부지를 선정하고 연내 착공해 2025년 상반기 양산 목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배터리 핵심 소재의 대부분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점은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전기차에 집중하는 자동차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배제하면 보조금의 절반 이상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보다 값이 비싼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는데, 보조금이 사라지면 전기차 판매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현대차도 이런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완성차의 최종 조립을 북미지역에서 해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추진 중인 미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은 2025년 완공 예정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는 아직 현지 생산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동차혁신연합 존 보젤라 대표는 “이 기준대로 하면 현재 미국 내 72개 전기차 모델 중 70%는 보조금에서 탈락한다”며 “그 어떤 전기차도 완전한 보조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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