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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부터 ADHD까지…30조원 규모 전자약 시장[전자약 시장을 주목하라①]

매일 30분씩 치료하면 우울증상 줄어드는 ‘마인드 스팀’
안구 건조증은 물론 불면증·ADHD 치료 전자약도 개발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의료기기박람회(CMEF)에 전시된 인간 두뇌 모델. [EPA=연합뉴스]
뇌공학 전문가들이 모인 전자약 개발 기업 와이브레인은 최근 우울증 치료 전자약 ‘마인드 스팀’의 첫 비급여 처방에 성공했다. 이 전자약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전자 장치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주로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데, 마인드 스팀은 뇌를 자극하는 방법 중 경두개직류자극법(tDCS)을 활용했다.
 
와이브레인은 연구개발(R&D) 인력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두개 전기자극기술(tES)과 비침습적 경피신경자극기술(TENS) 등 다양한 뇌 자극술을 활용하고 있다. 사용자의 뇌파와 생체 신호를 분석해 뇌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과 환자 관리 플랫폼도 제공한다.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뉴로에르고노믹스 및 NYC뉴로모듈레이션 학회에선 tDCS를 활용한 신경조절 기술로 중개연구상도 받았다.
 
와이브레인은 마인드 스팀으로 ‘1호’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출시된 전자약 중 마인드 스팀이 세계 최초로 정부 기관의 승인을 얻으면서다. 와이브레인은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마인드 스팀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았다. 2013년 카이스트 석박사들이 모여 우울증 치료 전자약을 개발하기 시작한 지 8년 만에 거둔 성과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3세대 신약’으로 꼽히는 디지털 치료제와 전자약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중 전자약은 우리 몸에 전기 신호나 초음파 등을 보내 특정 질환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치료하는 의료기기다. 전자약을 몸에 부착한 뒤 작동하는 것만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어 노인이나 만성질환 환자도 집에서 편리하게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 기존 치료제와 함께 사용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뇌에 전기 자극을 줘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약 개발 기업은 와이브레인 외에도 다양하다. 비염과 안구 건조증 등 평소 앓기 쉬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전자약도 나오고 있다. 의료기기 개발 기업 노드는 안경처럼 코 위에 얹는 비염 치료 전자약 ‘아이코’를 개발했다. 우리 몸을 잘 투과하는 펄스전자기장(PEMF) 기술을 활용해서 콧속에 치료 기기를 넣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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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약 개발 회사 뉴아인은 안구 건조증과 편두통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전자약을 개발 중이다. 삼성서울병원과 뇌전증, 파킨슨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전자약을 준비 중인 뉴로핏도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최근 선정한 전자약 기술개발 사업의 R&D 기관으로 선정돼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함께 치매의 원인인 알츠하이머병 치료 전자약 연구에 돌입했다.
 
해외 기업은 국내 기업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노보큐어는 전기 자극으로 암세포가 증식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5억 달러(약 6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SK, SK바이오팜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칼라헬스는 팔목 신경을 자극해 손 떨림을 억제하는 손목시계 형태의 전자 장치를 개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전자약 시장은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전자약 및 바이오전자약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8억 달러(약 22조원)를 기록했다. 이 시장은 매해 5%씩 성장해 2026년 215억 달러(약 2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의료 사업을 물색 중인 국내 기업들도 전자약 분야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KT는 지난해 미국의 전자약 개발 기업 뉴로시그마에 500만 달러(약 60억원)를 투자했다. 뉴로시그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처음으로 승인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전자약 ‘eTNS’을 개발한 곳이다. KT는 eTNS의 국내 사업권을 확보해 관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휴온스는 2019년 뉴아인과 손잡고 중추신경계 및 대사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전자약을 준비 중이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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