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 쏟아지는 대구, 집값이 불안하다 [오대열 리얼 포커스]
최근 정부 규제지역서 해제됐지만
공급·입주물량 과다로 미분양 고민
한때 분양 성지로 불렸던 대구의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말 그대로 폭탄 수준의 분양 물량이 쏟아지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수를 기록한 데 이어 앞으로 몇 년간 대량의 입주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본격적인 하락세를 걷게 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구는 규제지역 해제에도 '미분양 무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6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6718가구로 전국 미분양 물량(2만7910가구)의 24%를 차지한다. 전국 미분양 주택 4채 중 1채는 대구에 있다는 뜻이다. 2020년 말 대구 미분양은 280가구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 1977가구로 늘었고, 6개월 만에 다시 3배 넘게 폭증했다.
규제지역 해제 후 첫 분양 단지로, 앞으로 대구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점쳐볼 수 있는 단지였던 ‘범어 자이’ 역시 미분양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 핵심 입지에 유명 브랜드 아파트라는 점에 기대가 높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랭했다.
청약 경쟁률도 급락 중이다. 대구 수성구는 2017년 당시 청약 경쟁률(순위 내)이 84대 1까지 치솟았지만 ▶2018년 23.88대 1 ▶2019년 13.41대 1 ▶2020년 9.42대 1로 현저히 낮아졌다.
미분양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 침체, 기준금리 인상 등 하방 압력에 일전 분양했던 단지들까지 입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4년간 대구에는 무려 10만 4071가구가 공급됐는데, 단순 계산해보면 평균 2만 6018가구가 매년 공급된 것이다. 특히 2020년에는 3만가구가 넘게 공급됐는데, 이들 단지 곧 2023년 입주 물량에 집중될 전망이다.
2023년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 3752가구에 달한다. 적정 수요인 1만 1867가구의 2.8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듬해인 2024년에도 2만 804가구가 입주를 예정하고 있다. 현재 밀려 들어오고 있는 물량조차 제대로 소화 못하고 있는 데다 향후 입주 물량 증가로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1만여명씩 인구 감소세
공급 과잉과 입주 물량 과다, 여기에 인구 감소까지 이어지면서 대구 집값은 하락세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락 기조는 이미 매매 시장에 퍼진 상황이다. 광역시 중 가장 높은 집값을 자랑했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은 수급의 관점에서 꽤나 정직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청약 경쟁이 심화하는 것은 물론 집값 상승까지 번지게 된다. 이와 반대로 공급이 수요보다 과도하게 많을 경우 미분양이 쌓이고 집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구의 상황처럼 말이다.
2022년 7월 대구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지정(수성구 제외)에서 해제되면서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대출부터 세제, 청약 등에서 한층 자유로워지는 만큼 꽁꽁 얼어버린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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