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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 맹모도 발길 '뚝'…강남 부동산 학군 수요 줄까

금리인상·대출규제로 이사 계획 차질…학군 선호 높아도 선택 주저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연합뉴스]
 
#.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씨는 오래전부터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강남의 사교육 일번지로 유명한 대치동으로 이사를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거래절벽이 이어지며 기존의 집은 팔리지 않고, 전세로 내놓아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금리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는 등 추가 대출을 받아 대치동 전세로 들어갈 여력조차 힘들어지자 근심이 늘고 있다.  
 
연이은 금리인상 여파에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학군 수요로 유명한 대치동 등 강남 학군지 일대 부동산도 찬바람이 감지된다.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데서 유래된 ‘맹모삼천지교’도 최근 심화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과 이자 부담에 흔들리는 분위기다.  
 
맹모도 발길을 돌리면서 학군 수요가 워낙 많기로 유명했던 강남의 은마아파트도 최근 전세와 매매 수요가 줄고, 하락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84㎡ 5층 매물은 이달 20일 5억9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9월 같은 층 매물이 10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5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전세 거래도 줄었다. 같은 면적은 이달 30일 기준 올해 8월 5개의 전세거래가 성사됐고, 지난 7월 8개, 6월에는 13개가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면적의 전세거래를 보면 8월 11개, 7월 14개, 6월 12개로, 비슷한 거래량을 보인 6월을 빼고는 절반 가까이 준 셈이다. 집주인들 중에는 최근에도 같은 면적을 10억원 이상을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급전세는 수억원 낮춘 값으로 호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매매 가격 역시 하락했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지난달 24억원에 팔려 지난해 11월 최고가 26억3500만원 보다 2억원 이상 떨어졌다. 인근 도곡동에서도 하락거래가 나오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34㎡는 이달 42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 5월 최고가(49억4000만원) 보다 7억1000만원이나 하락한 거래다. 해당 단지들은 숙명여고·중대부고·단대부고 등 강남을 대표하는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치동 학원가도 멀지 않아 학군 수요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이는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수요마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서울 전반적으로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시장도 신규 물건에 비해 수요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2.9로 올해 5월 2일 조사(91.1) 이후 16주 연속 하락했다. 또한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88.7로 지난주(90.2)보다 하락하며, 2019년 7월 29일 조사(88.0) 이후 약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기존에 전세를 살고 있던 사람들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상생임대인제도’ 등을 이용한 재계약을 통해 학군 자리를 지켰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세 계약에서 갱신 계약 건수(3305건)가 신규 계약(2564건)을 넘어섰다.  
 
대치동 일대 공인 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상생인대인제도 이후로 재계약하고 해서 물건 자체도 많지 않다”며 “예년 같으면 6,7월 방학기간에 방학수요도 있고 했는데 올해는 거의 문의가 뜸하다. 전세나 매매 가격 자체도 떨어진 편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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