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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료 20만원 된다고?”…구실손 가입자의 고민 [실손보험은 왜 골칫거리가 됐나②]

지난해 7월~올 6월 4세대 실손 전환율 1%대 그쳐
1~2세대 가입자 요지부동이지만…갱신 시 보험료 상승폭 커
“갱신·재가입주기로 전환 고민할 수밖에”

 
 
[연합뉴스]
#. 1세대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는 43세 직장인 김모씨는 작년에 갱신된 실손보험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기존에 3만8000원이던 보험료가 6만8000원으로 두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게다가 보험료가 또 갱신되면 이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다음에는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7월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 후 기존 1~3세대 가입자들의 ‘계약 전환’ 고민이 깊어진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자 기존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상당수의 1~3세대 가입자들은 더 많은 혜택이 있는 기존 상품 계약을 유지하고 있지만, 갱신주기가 다가와 실제로 보험료가 큰 폭으로 인상되면 4세대 전환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저조한 계약 전환율…구실손 가입자 요지부동? 

지난 1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4세대 상품으로 전환하면 1년간 보험료 50%를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자 손해율 주범으로 꼽히는 1~2세대 가입자들의 가입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은 1세대 실손보험 상품에서 1조3386억원, 2세대 상품에서 1조1730억원의 손실을 봤다. 3세대가 4280억원, 4세대가 220억원의 손실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1~2세대 상품의 적자폭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4세대 상품으로의 전환율은 단 1%대에 그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10곳의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4세대 상품 전환 건수는 38만건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보유계약 수가 3550만건인 점을 감안하면 전환율은 1%대 수준이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 후 보험사들은 계약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보험설계사들에게 계약 전환에 따른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또 계약자들이 온라인으로 손쉽게 계약을 전환할 수 있도록 비대면 온라인 계약 전환서비스도 내놨다. 보험협회는 4세대 전환시 내 보험료 수준을 계산할 수 있는 ‘계산기 서비스’도 선보였다. 
 
하지만 계약 전환율은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초 지난 6월 말까지 진행되기로 한 계약 전환 보험료 할인 혜택이 연말까지 연장된 것도 전환율이 워낙 저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환율이 저조한 것은 기존 상품 대비 4세대 상품의 경쟁력이 가입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 담보구성에 따라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표준화 이전 실손’이 1세대(구실손), 2009년 10월~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 실손’이 2세대(신실손)며 2017년 4월 이후 판매한 ‘착한 실손’이 3세대, 올 7월 나온 ‘보험료 차등제’ 상품이 4세대다.  
 
세대별 상품 비교의 핵심은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치료 시 보험사가 이를 얼마나 보상해주는 지의 여부, 즉 자기부담금 비율이다.  
 
[자료 금융감독원]
 
실손보험의 경우 선택 특약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세대는 비급여 자기부담금이 0~20%, 2세대는 10%로 유지돼다 2015년 9월부터 20%로 인상됐다. 3세대는 20~30%다. 4세대는 주계약과 특약이 분리돼 운영되는데 특약 형태로 가입하는 비급여 자기부담금 비율이 30%다. 전반적으로 시간이 갈수록 자기부담금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병원 이용이 많은 1~2세대 가입자라면 굳이 4세대로 갈아탈 이유가 없는 셈이다.  
 

‘쉽지 않지만 전환율 갈수록 높아질 것’ 전망도

설계사들이 계약 전환을 유도할 동기도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이 기존 1~3세대 실손보험을 4세대 계약으로 전환할 시 납부 보험료에서 300~800% 수준의 수수료를 주고 있다.  
 
현재 4세대 전환 시 1년간 보험료 50%가 할인된다. 예컨대 월 4만원대 실손보험료를 내던 가입자가 4세대로 전환하면 보험료가 1만원 초반대로 감소한다. 여기에 50% 할인까지 받으면 설계사가 받을 수수료 자체가 많지 않다. 
 
또한 굳이 무리하게 계약 전환을 시도했다가 되려 ‘민원 폭탄’을 맞는 등 가입자 불만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설계사들은 4세대 실손 계약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분위기다. 한 보험사 전속설계사는 “4세대 전환 계약을 체결했다가 몇시간 후 주변 지인 얘기를 들었는지 가입자가 철회해달라고 따지는 경우도 많다”며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 그냥 실손보험 전환 계약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 금융감독원]
하지만 결국에는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꾸준히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험사들이 비급여 과잉진료 비중이 높은 1~2세대 실손보험료를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감원 사례에 따르면 2006년 1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50세 여성의 월 실손보험료는 1만8000원이었지만 5년 후인 2011년 2만3000원, 2016년 5만7000원, 2021년에는 11만3000원까지 상승했다. 갱신될 때마다 두배 정도가 올랐고, 연 상승률로는 13%다. 갱신 주기가 다가오는 2026년에도 지금보다 보험료가 두배 가량 뛸 가능성이 높아 월 보험료가 20만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또한 2024년은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2009년 10월 이후 가입)들의 재가입 주기(15년)가 도래하는 시기다. 재가입 시 연령, 병력 등을 감안해 보험료가 다시 책정되므로 현재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가능성이 높다. 4세대 실손보험 가입을 고려할 여지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또 연말까지 보험료 50% 할인혜택이 주어지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 전환율이 상반기보다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월 평균 전환건수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에는 1만7000건이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4만4000건으로 2.6배 증가했다. 특히 보험료 할인 혜택 종료 시점이었던 지난 6월 전환건수는 7만5946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갱신 가입자가 늘어나고 시간이 갈수록 4세대 상품이 알려지기 시작하며 전환율이 지금보다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1~2세대 가입자 비중이 65% 수준인데 앞으로 1~2년 안에 이를 50% 이하까지 낮추는 데 성공하면 당국과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나름 4세대에서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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