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vs '대체근로허용'…노사 갈등 불붙나
"노동자 보호 위해 파업에 대한 소송 막아야"
"불법 파업엔 기업 방어권 필요"
정치권에서 파업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노란봉투법’이 거론되자 경제계에서 파업 발생 시 ‘대체근로를 허용’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자 파업권 보호와 기업의 방어권 확보를 위한 대립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란 노동자의 파업으로 기업에 피해가 발생해도 파업 노동자에게 소송 등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말한다. 2014년 쌍용차 파업 당시 노동자들이 47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자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4만7000원의 성금을 넣어 전달한 것에서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이 붙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파업 이후 기업이 노동자에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려 하자 관련 법안이 다시 쟁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2조와 3조를 개정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노조의 극단 투쟁으로 인해 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볼 경우 방어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청구조차 할 수 없다면, 노조의 이기주의적·극단적 투쟁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겠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이라며 “국회는 입법을 불법으로 만드는 기이한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제계 “불법 파업엔 기업 방어권 필요”
전경련이 건의한 개선방안으로는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등이 포함돼있다. 노동자가 직장을 점거하는 행위 자체를 막아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파업으로 인력 공백이 발생할 경우 대체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전경련은 “쟁의 행위에 대한 사용자 방어권이 부족해 노조의 과도한 요구나 무분별한 투쟁에 대해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기준에 맞게 대체근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사용자만 규제 대상으로 정해 법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부당노동행위 제도 역시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이를 근거로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사용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게 전경련 측 주장이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자에 대한 소송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데, 이 법이 통과될 경우 노동자와 기업에 대한 형평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미국이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운용하는데 노조와 사용자에 대해 균등하게 규율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 형사처벌 규정 삭제와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사용자의 방어권은 미흡한 편”이라며 “노사갈등으로 인한 산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조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4일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노란봉투법 입법을 중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경총은 노란봉투법 법안 검토 의견서를 통해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 시킨 사람은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책임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노조의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고 있다. 프랑스는 1982년 노조의 모든 단체행동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법률을 개정했지만, 위헌 결정으로 시행되지 않았다. 독일은 노조가 불법 파업을 할 경우 노조와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에 사용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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