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1.5%p로 높아질 수도…“한은도 자이언트스텝 필요”
연말 미 연준 금리 4.5% 갈 수도…한은 금리 예상치는 3.0%
금리차 확대→환율 상승→수입물가 상승 악순환 우려
전문가들 “한은도 빅스텝 이상 필요, 금리 역전 장기화 막아야”
한미 금리 차가 연말까지 최고 1.5%포인트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강력한 미국발(發) 통화정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높은 금리 인상 결정에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금리 차가 원화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 이대로 놔두면 복합적 경제위기를 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 연준, 11월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
FOMC 위원들은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예상했다. 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연 3.00∼3.25%다. 금리 상단이 4.4%까지 가려면 자이언트스텝과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는 3%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8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당분간은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는데, 남은 10월과 11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씩 올리게 되면 연말에는 기준금리는 3%에 그치게 된다.
시장에서는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 수준을 벗어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 연준이 남은 두 번의 FOMC에서 모두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서라면 경기 침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9월 기준금리 발표 이후에 “물가 안정을 완수할 때까지는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keep at it until the job is done)”라고 강조했다.
이에 연준이 11월과 12월 연준의 자이언트스텝과 빅스텝이 나오면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연말에 4.5%가 된다. 자이언트스텝이 두 번 나오면 4.75%까지 오른다. 한은의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보다 1.50~1.75%포인트 높다는 전망이다.
특히 한은이 올해 두 번 남은 금통위 중 한 번의 빅스텝을 단행한다 해도 연준의 강한 금리 정책으로 인해 한미 금리 차는 1%포인트 이상 차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이 총재도 9월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의 연말 최종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어긋났다”며 “다음 통화정책 회의 전까지 국내 물가와 외환시장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해 인상 폭, 시기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 입장에서는 정부가 가계부채 부실 확대를 우려하고 있어 빅스텝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5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은 한은의 고유 권한”이라면서도 “가파르게 (미국을) 쫓아가자니 국내 경기 문제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대출자들이 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환율이나 내외 금리 차, 가계부채, 경기 등 복합적 변수 속에서 복잡한 방정식을 잘 풀어가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한은도 자이언트스텝 필요성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9월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추가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 물가 상승을 막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을 장기간 유지하면 안 된다”며 “이번에 한은도 빅스텝이나 자이언트스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한은과 정부가 가계부채 부실을 우려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으로) 이자 상승으로 인한 국민의 부담을 공평하게 형성해 물가를 잡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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