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글로벌 기업 되려면 ‘글로벌’로 가야”
바이오 기업, 해외서 글로벌 기업과 교류해야
‘코넥스’ 도움 받아…가치 높이는 기회 돼
“국내 바이오 기업이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기업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상장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부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9월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포스트 코로나,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2 서울 바이오·의료 국제 콘퍼런스’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이 해외 제약사와 협력하기 위한 전략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위암, 담도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신약 개발 기업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인 면역항암제 ‘GEN-001’은 다국적 제약사인 독일 머크, 미국 머크(MSD), 화이자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대부분 임상 2상 단계로, 담도암 치료제는 최근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하는 방식의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배 대표는 “글로벌 빅파마와 손잡으려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은 아스트라제네카, MSD 등 글로벌 제약사의 면역항암제와 병용 투여하는 전략을 많이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놈앤컴퍼니도 지난 2년간 해외 학회, 행사에서 글로벌 빅파마와 적극적으로 교류했다”며 “미국, 유럽 등 전통적인 신약 개발 메카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과 달리 아시아 기업이라 협력 초기 어려움도 컸다”고 덧붙였다.
지놈앤컴퍼니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발굴할 때도 해외로 눈을 돌렸다.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2년간 해외 바이오벤처를 연달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놈앤컴퍼니는 2020년 미국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기업 싸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했다. 싸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뇌질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배 대표는 “코스닥 이전 상장을 앞두고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전부터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중추신경계(CNS)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었기 때문에 싸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싸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자폐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1상을 마쳤다. 자폐증은 치료제가 없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행동치료나 인지치료 등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 방법만 있다. 배 대표는 “임상에 참여한 자폐증 환자 중 6명은 바인랜드 적응행동검사를 기준으로 하나의 표준편차 이상 지표가 개선됐다”며 “현재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배 대표는 해외 기업과 협력할 수 있던 비결로 네트워크를 꼽았다. 글로벌 빅파마와 신약을 공동 개발하고 해외 기업을 인수할 때는 국내 상장 제도의 도움도 받았다고 했다. 배 대표는 “당시 코넥스에 상장해 있었는데, 기업 가치가 2000억원쯤 됐다”며 “일단 가치가 숫자로 보이기 때문에 싸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할 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일부 기업들이 코넥스 상장을 피하고 있지만, 글로벌 파트너를 찾을 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배 대표는 “내실이 탄탄한 기업이라면 기업 가치가 높을 것”이라면서도 “기업 가치가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라고도 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 생산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지난해 미국의 마이크로바이옴 CDMO 기업 리스트랩스를 인수했다. 이후 생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리스트 바이오테라퓨틱스를 설립했고, 내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 피셔스에 6만㎡(1만8000평) 규모의 마이크로바이옴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바이오-유럽 행사에 지놈앤컴퍼니와 함께 CDMO 수주에도 나선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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