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정기예금’ 전성시대…만기 짧을수록 금리 높은 ‘역전현상’
우리銀 정기예금 1년 만기 최고 금리 4.54%
3년 만기 적금, 최고 금리 4.25% 추월
국민銀 3·6개월 정기예금 금리도 최고 4.20%
#. 40대 초반의 직장인 A씨는 최근 만기가 남은 예금을 해지하고 KB국민은행이 진행한 ‘공동구매 정기예금’의 6개월 만기 상품으로 갈아탔다. 금리가 최고 4.2%에 달하고 만기도 짧아 차후에 금리가 더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기 쉽기 때문이다. A씨는 “향후 금리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만기가 짧은 상품이 현재는 더 유리하다고 봤다”며 “예전에는 만기가 짧을수록 금리가 낮았는데 최근에는 금리 조건이 좋은 단기 상품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전성시대다. 2~3년 짜리 예금보다 1년 만기 예금의 금리가 더 높아진 영향이다. 심지어 6개월 만기 상품의 금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장기간 돈을 묶어두지 않으려는 고객들이 많아졌고, 은행들도 장기 금리 예측이 힘들어진 만큼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다’는 기존 인식이 깨지고 있다.
우리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최고 4.54%
대표적으로 지난 11일 기준 우리은행의 ‘원(WON)플러스 예금’의 1년 이상~2년 미만의 만기 최고 금리는 4.54%다. 반면 2년 이상~3년 미만으로 가입 기간을 정하면 금리는 4.36%로 낮아진다. 특히 이 상품의 최고 금리는 ‘우리 슈퍼(SUPER)주거래 정기적금’의 3년 만기 최고 금리인 4.25%도 넘었다.
최근엔 시중은행에서 3개월, 6개월짜리 정기예금 상품 금리도 4%를 넘기 시작했다. 올해 3차례 진행된 KB국민은행의 ‘공동구매 정기예금’이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은 9월 26일부터 10월 7일까지 ‘3차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판매했다.
1차와 2차에 진행된 이 정기예금의 총가입 한도는 각각 1조원과 2조원이었다. 하지만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3차에는 총가입 한도를 기존 2조원에서 5조원으로 늘렸는데, 3차의 최종 모집 금액은 무려 4조3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큰 수요가 몰렸다.
이 상품은 3개월 만기 금리가 연 3.20%, 6개월은 연 3.70%다. 우대금리까지 더하면 6개월에 최고 연 4.20%까지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전체 정기예금의 1년 만기 평균 금리는 연 4.05%로 이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공동구매 정기예금 가입자가 많아지면서 대부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케이뱅크는 7월에 연 3% 금리를 제공하는 ‘코드K정기예금 100일’과 9월에 연 3.1% 금리를 제공하는 ‘새해 준비예금’ 등 만기 100일짜리 예금 특판을 진행했다. 케이뱅크는 두 상품 모두 3개월 정도로 짧은 기간임에도 금리가 높아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저축은행도 비슷한 모습이다. 웰컴저축은행의 정기예금 1년 금리는 최고 연 4.40%로, 2년 정기예금의 연 4.45% 금리와 0.05%포인트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년 4.05% ▶2년 4.00% ▶3년 3.98%로 만기가 짧을수록 금리가 높은 상황이다.
9월 5대 은행 정기예금에 30조원 유입…적금은 5800억원 그쳐
아울러 만기가 짧은 상품에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은행마다 이러한 상품의 금리를 높이려는 경쟁이 발생해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이 심해지는 추세로 풀이된다.
실제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9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760조5044억원으로 전달보다 30조6838억원 증가했다.
다만 자금 운용 기간이 짧은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출 운용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되도록 장기간 유치할 수 있는 자금을 많아야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데, 짧은 만기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자금이 몰리면서 그만큼 자금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수신 금리가 계속 높아지면서 금리 상승을 기대한 고객들이 짧은 만기 상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며 “상품을 자주 만들어야 하고, 운용 방식도 매번 바뀌면서 들어가는 비용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경북 경산에 프리미엄 스터디카페 ‘작심’ 오픈
2한미사이언스 단독대표 체제...임종훈 대표 "시급한 문제 많아"
3미래에셋,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 ETF’ 신규 상장
4금투협·운용업계, 밸류업 간담회…“미국·일본 수년내 따라잡을 수 있어”
5오아시스마켓, 1Q 영업익 567% 증가…분기 최대 실적 경신
6대한항공, 美 글로벌 트래블러 선정 ‘최고 일등석 기내식’
7아리바이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 中 3상 IND 승인
8母子 갈등 봉합 못했다...송영숙 한미사이언스 대표 해임
9“저축은행 부실채권 정리 위한 2000억원 자체펀드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