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예외’…美 반도체 통제 1년 유예, 가슴 쓸어내린 삼성‧SK
삼성·SK 중국공장, 반도체 장비 수입 허가
‘건별’ 허가 방식서 한 단계 더 완화
중국 반도체 기업 위축, 韓 기업엔 호재 해석
최근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기업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한 미국 정부가 한국은 특별히 ‘예외’로 인정했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수출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 같은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당초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반도체와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한국 기업처럼 중국에 들어간 다국적 기업에는 사안별 심사를 통해 수출을 허가하기로 했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물품을 수입할 경우 건별로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 ‘유예’ 조치로 특정 물품과 관계없이 1년 동안은 따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중국에서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생산 장비 및 기술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보면 반도체는 ▶연산 능력 300TFlops(테라플롭스·1초당 1조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컴퓨터 성능 단위)·데이터 입출력 속도 600기가비트(Gb/s) 이상의 첨단 컴퓨팅칩 ▶연산 능력 100PFLOPS(페타플롭스·1초당 1000조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컴퓨터 성능 단위) 이상의 슈퍼컴퓨터에 최종 사용되는 모든 제품 ▶미국 우려 거래자(Entity List)에 등재된 중국의 28개 반도체·슈퍼컴퓨터 관련 기업에 수출되는 모든 제품은 ‘거부 추정 원칙(presumption of denial)’이 적용된다.
여기서 규제하는 첨단 컴퓨터 칩은 국내에서 거의 생산하지 않고 슈퍼컴퓨터에 사용하는 제품도 규제 대상이 되는 슈퍼컴퓨터가 극소수에 불과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미국 기업이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을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경우 첨단 기술 수출에 대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우리 기업 가운데서는 삼성전자가 중국 산시성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가 장쑤성 우시 D램 공장을 운영하는데, 삼성전자가 시안 공장에서 생산하는 낸드플레시가 전체 생산량의 40%에 달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우시 공장에서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D램을 생산한다. 만약 중국 공장에서 반도체 부품 등의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 우리 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요한 장비를 1년간 미국의 별도 허가 없이 공급받기로 미국 상무부와 협의가 됐다”며 “향후 1년간 허가 심사 없이 장비를 공급받게 돼 중국 내 생산 활동을 문제없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美 반도체 장비 업체 ‘납품 중단’ 선언은 원론적 수준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의 수출 규제안이 발표된 이후 새로운 (규제) 내용이 나온 적이 없다. KLA의 수출 중단 내용 역시 라이선스 심사를 통과하지 않은 기업에 수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규제 허가 여부라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삼성과 SK를 특별하게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선 대만, 일본을 포함한 한국과의 공조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규제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장기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추가 규제로 향후 SMIC, YMTC, CXMT 등 중국 기업의 첨단 노드칩 생산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으로 전망”이라며 “이런 상황은 중국 기업과 잠재적 경쟁 관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에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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