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M&A 협상 성공열쇠는 소비자·직원과 만나는 현장에 있다 [이창용 프랜차이즈 실패학]

버핏, 인수한 하인즈 경영체계 그대로 유지해
양사 임직원 화학적 결합, 동반상승 필수조건
감성적 유연성이 때론 합리적 계산보다 중요

 
 
2019년 5월 미국 네브라스카 주에서 열린 ‘버크셔 주주 쇼핑의 날’에 참석한 워런 버핏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몇 해 전 워런 버핏은 사모투자펀드(PEF) 3G캐피탈과 손잡고 세계적인 식품회사 하인즈를 230억 달러(약 25조원)에 인수합병(M&A)을 했다. 이는 외식업계 최대 초대형 거래로 손꼽힌다. 버핏의 하인즈 인수는 식품업계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돼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버핏이 하인즈 케첩을 만들어 낸 식품회사 하인즈를 성공적으로 인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를 교훈 삼아 국내 외식기업 M&A 급증에 대한 현재 동향과 향후 흐름을 짚어보고자 한다.
 
국내 외식업계에 사모투자펀드(PEF)의 투자와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유명 브랜드들이 사모펀드에 매각 됐으며 매각설이 진행중인 브랜드도 속출하고 있다. 유수 PEF들은 풍부한 자금력으로 M&A 경쟁에서 승자가 됐지만, 투자 자금 회수 앞에서는 어떨지 미지수다.  
 
이처럼 기업 M&A 현장에서 전문가들의 과학적 판단과 합리적 계산이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익을 안겨줘야 하기 때문에 PEF들의 고민도 크다. PEF의 매물은 PEF가 가져가지 않는다는 게 시장 불문율이고 이들 기업은 대부분 인수하는 기업과 업종이 같거나 동반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인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인수 후보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외식업계를 가장 잘 알고 있을 업종의 외식기업에 가격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의 베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합리적 계산 외에도 감성적 요소가 M&A 성공 여부의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크래프트하인즈(kraftheinz) 직원들 모습. [사진 크래프트하인즈]

합리적·감성적 요소 조화로 성공 이룬 워런 버핏

워런 버핏이 인수한 유명 케첩 회사인 하인즈의 최고경영자(CEO) 월리엄 존슨은 당시 값을 비싸게 쳐주는 사람보다 경영능력과 사업열정을 갖춘 인물을 찾고 있었다. 평생 일궈온 자식 같은 회사를 아무에게나 줄 수 없어 인수 후 기업을 더 키울 뜻 있는 사람에게 매각하고 싶었다.
 
84세 버핏씨는 하인즈를 잠재적인 인수 대상자로 마음에 두고 수년 동안 하인즈를 연구해 왔다. 그가 모은 하인즈회사 관련 자료는 1980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고 한다. 수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 예를 들어 이전 하인즈 회사 CEO인 안소니 오라일리 등으로부터 하인즈에 대한 여러 내부 이야기들을 꾸준히 들어왔다.
 
인수 거래 발표 후 월리엄 존슨은 “그 제안을 듣는 순간, 나는 이 제안을 우리 이사회가 받아 들여야만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렇게 워런 비핏과 3G캐피탈은 하이즈 케첩을 만든 144년 전통의 하인즈를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본격적인 협상으로 상호간 전략적인 위치와 합병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들을 논의했다. 이는 일반적인 합병절차와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되는 바, 양사가 합병 후 운영에 관한 장기 경영전략에 충분히 공감을 했기때문에 가능한 협상이었다. M&A 후 이질적인 두 조직을 하나로 묶는 작업은 쉽지 않다. 양사 내부조직·리더십·기업문화 등을 통합함으로써 진정한 동반상승효과를 모색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임직원들의 화학적 결합이다.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고 칼로 무 베듯 단숨에 정리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장래 불안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덜기 위해 임원들은 틈나는 대로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에게 합병의 배경과 경영비전을 설명하는 등 다양한 소통을 해야 하며, 공평한 진급 기회와 성과급 제도를 합리화 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외식기업이 M&A 후 인적 통합을 이끌어 내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예상했던 것만큼의 매장 확장을 못하고, 가맹점들의 불만과 기업가치 하락으로 최악의 경우 인수한 기업까지 휘청거리는 상황으로 치닫곤 한다.  
 
많은 경우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조직문화를 무시한 채 일방적 방식으로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려 하면서 내부 갈등을 초래하고 결국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다른 경우는 약관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곤욕을 치른 뒤 M&A 콤플렉스를 갖기도 한다. 이 역시 피인수기업 종업원의 감정과 기업문화를 살피지 않아 점령군 같은 인상을 준 것이 화근이 되는 경우다. 
 
크래프트하인즈가 생산하고 있는 토마토 케첩 상품. [사진 크래프트하인즈]

‘영원히’ 사들이고 싶은 브랜드 가치에 집중해야

미국에서는 자신의 회사가 얼마나 잘 성장했고 발전했는지, 자신이 얼마나 회사를 잘 경영했고, 회사 동료들에게 제대로 신경을 썼는지 측정하려면 워런 버핏이 그 회사를 사고 싶게끔 만들라는 얘기가 있다.  
 
워런 버핏의 M&A 방식을 살펴보자. 버핏은 재무적 분석이 월등히 높은 등급이 아니더라도 고객으로 직접 방문해 주문하고 음식을 먹어본 후 서비스 등을 통해 단순만족이 아닌 매우만족을 접하면 같은 브랜드 다른 매장을 여러 차례 방문해 그 회사를 사고 싶다고 먼저 러브콜을 한다고 한다. 최종소비자를 접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자세만 봐도 회사 내·외부 운영상황을 쉽게 감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주식을 매입하는 측에서는 그 동안 갖고 있던 자투리 서류까지 볼 것을 요청하고 모든 최고 매니저들과의 인터뷰를 요구한다. 그런데 버핏의 방식은 달랐다. 버핏은 “나는 이러한 것들을 냄새로 알아 차릴 수 있다”면서 “이 회사는 향기가 좋다”고 말한다.
 
놀라운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비경쟁조항(회사를 판 후 새로 비슷한 경쟁회사를 만들지 못한다는 조건)에 대해 “당신은 분명히 그것을 원할 것이다. 그렇지 않소?”라고 물을 시 버핏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당신은 이 회사에 해가 되는 일은 어떤 것도 하지 않으려 할 것이오”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그렇게 말할 때 이는 당신의 남은 생애 동안 당신이 명예롭고 정직하게 행동할 것을 믿는다는 말이다.
 
버핏은 회사를 사들일 때 돈을 벌기 위해 재빨리 그 회사를 되팔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누군가가 나에게 ‘주식을 얼마나 오랜 기간 보유하고자 하는가?’ 물었는데 나는 ‘영원히’ 라고 대답했다”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업을 할 때 느끼는 방식” 이라고 말한다.
 
버핏은 하인즈를 인수한 후 하인즈의 리더십을 털끝만큼도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4할 타자를 갖게 되면 우리는 그들에게 스윙을 어떻게 하는지 대해 말할 필요가 없다”며 여기에 앞서 “훌륭한 경영진이 없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와 소매상을 사들인다는 것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에펠탑을 사들이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M&A에 있어 외형성장으로 부실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상대방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와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 둔화로 어수선한 가운데 M&A 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꾸준한 편이다. 오히려 경기가 나쁠 때 지금난에 시달리는 알짜 기업이 싼값에 매물로 나오곤 한다. 국내에서 근래 사모펀드를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들이 가세해 M&A 시장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M&A에 뛰어들면 소프트하고 감성적인 유연성을 좀 더 갖춰야 한다.  
 
아직도 국내 프랜차이즈 외식업 M&A 거래에서 프랜차이즈 M&A전문가가 많지 않다 보니 전문가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외식업 M&A는 엄연히 전문적인 영역이다. 체인 본사와 식품제조공장을 대상으로 다양한 협상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M&A 전문가들이 협상 과정에 투입되어 함께 전략을 수립하고,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는 것이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M&A전문가 양성과정을 통해 노하우를 터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필자는 23년 경력의 프랜차이즈 전문가다. 중앙대·연세대·평택대와 매일경제 등 학계와 언론계에서 CEO에게 프랜차이즈 창업·경영을 강의해 왔다. 현재 프랜차이즈ERP연구소와 프랜차이즈M&A거래소를 운영하면서 가맹 본사를 대상으로 ERP 구축, M&A 자문, 경영 컨설팅 등 프랜차이즈 사업 전반에 대한 맞춤형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창용 프랜차이즈ERP연구소 소장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바이든 "트럼프,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계획 재고하길"

2항공업계의 ‘아픈 손가락’ 中...‘파격’ 발표에 함박 미소

3'닥터 둠' 루비니 "자산 지키려면 비트코인 멀리해야"

4‘트럼프 2.0’에 빗장 푸는 中, 韓에 손 내민 속내는

5평행선 그리는 ‘의정갈등’...고래가 싸우자, 새우는 울었다

6‘검은 반도체’ 김 수출 역대 최고기록 달성…10억달러 수출 청신호

7이복현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

8롯데, 해외 부실면세점 철수 검토…케미칼, 자산매각 추진

911월 기록적 폭설에 車사고 60% 급증…보험료 인상 조짐

실시간 뉴스

1바이든 "트럼프,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계획 재고하길"

2항공업계의 ‘아픈 손가락’ 中...‘파격’ 발표에 함박 미소

3'닥터 둠' 루비니 "자산 지키려면 비트코인 멀리해야"

4‘트럼프 2.0’에 빗장 푸는 中, 韓에 손 내민 속내는

5평행선 그리는 ‘의정갈등’...고래가 싸우자, 새우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