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K 연내 ‘싱그릭스’ 출시…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 3파전
GSK ‘싱그릭스’ 12월 중순 출시
예방률 97%…단 2회 접종해야
조스터박스·스카이조스터와 경쟁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가 연내 국내 출시된다. 기존 대상포진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높아 국내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과 3파전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MSD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GSK가 싱그릭스를 출시하면 국내 시장을 두고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GSK는 12월 중순을 목표로 싱그릭스를 출시하기 위한 막바지 채비에 나섰다. 지난 10월 GC녹십자, 광동제약과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병·의원을 중심으로 싱그릭스를 홍보하고 있다. GSK는 싱그릭스 출시를 두달여 앞둔 11월 초, 전국 10개 지역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대상포진 환자의 질병 부담과 예방의 최신 지견, 싱그릭스의 임상 연구 결과 등이 공유됐다.
싱그릭스가 아직 국내 출시되진 않았기 때문에 국내 병·의원에서는 현재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를 대상포진 백신 접종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병·의원은 싱그릭스의 사전예약 접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안양시의 한 의원은 “현재 접종할 수 있는 대상포진 백신은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라며 “싱그릭스는 오는 20일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 문의와 공급 물량 등을 고려해 싱그릭스를 들여올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1회 접종 비용은 25만원”이라고 밝혔다.
싱그릭스는 GSK가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대상포진 백신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얻었다. MSD의 조스타박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와 달리 죽은 바이러스를 몸 속에 투입하는 사백신이라 면역력이 약해도 접종할 수 있다. 그러나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활용하는 생백신보다 상대적으로 예방 효과가 떨어져 여러 번 접종해야 한다. 싱그릭스도 두 번 접종해야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는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싱그릭스는 사백신이지만, 예방 효과가 뛰어나 국내외 대상포진 시장에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다. GSK도 싱그릭스의 높은 예방 효과를 앞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싱그릭스는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97%, 70세 이상 성인에게서는 91%의 유효성을 나타냈다. 다른 대상포진 백신과 비교하면 예방 효과가 2배 수준이다. 최근에는 싱그릭스를 접종한 후 10년 동안 예방 효과가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앞서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싱그릭스 심포지엄’에서 “생백신을 접종했던 사람은 물론 중증 면역저하자도 싱그릭스를 접종할 수 있다”며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50세 이상의 성인에게 대상포진 백신으로 싱그릭스를 권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외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오랜 기간 선두를 달려온 조스타박스는 싱그릭스의 출시 후 시장 점유율을 대부분 넘겨줬다. 싱그릭스는 2018년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해 곧 90%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MSD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각각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로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점유했지만, 뒤늦게 국내 시장에 진출한 싱그릭스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다만 싱그릭스는 여러 번 접종해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환자가 부담해야 할 접종 비용이 기존 백신보다 비싸다. 개원가에 따르면 싱그릭스를 두 번 접종한 환자가 내야 할 접종 비용은 50만원대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는 한번 접종할 때 7만~10만원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동안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이 줄어든 점도 고민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데 관심이 쏠리면서 대상포진을 비롯한 여러 질환의 백신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451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723억원의 규모의 시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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