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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에 흔적 남긴 4대그룹①] 서울대 ‘연구공원’ 잔디에 이름 새긴 기업들

국내 1등 이름값 제대로…4대 그룹 기부 건물 6곳 달해
LG·SK 눈에 띄는 대결 구도…최근 확장 증축으로 시설 개선
대학 내 ‘연구공원’ 조성, 삼성·SK·LG연구동 버뮤다 삼각지대







서울대학교 정문 인근에 위치한 SK경영관. 1990년 10월에 준공돼, 올해로 만 30년이 넘었다. [김서현 기자]
국내 주요 대학교 캠퍼스 안에는 기업이나 기부자 이름을 딴 건물들이 여럿 위치해 있다. ‘지성의 상징이 자본의 논리에 잠식당한다’는 비판과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자본 유치’라는 평을 모두 받는 해당 건물들을 찾아가 건물에 얽힌 이야기와 학교 구성원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국내 1등 대학교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서울대학교 내 삼성·SK·LG·현대차 4대그룹이 기업 이름을 내걸고 투자한 건물은 SK경영관, SK텔레콤연구동, LG경영관, LG연구동, 호암교수회관(삼성), SK게스트하우스 등 여섯 곳에 달했다.  
 
서울대 정문을 가로질러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건물은 경영관이다. SK, LG가 준공을 도운 건물들이 마치 경쟁을 펼치듯 양옆으로 연달아 자리해있다. 삼거리 정중앙에 붉은 벽돌의 존재감을 뽐내며 서 있는 SK경영관은 1990년 10월에 준공돼, 올해로 만 30년이 넘었다. SK그룹이 54억원을 기부채납 형식으로 부담했으며, 시공을 SK건설(現 SK에코플랜트)가 맡기도 했다.  
 
연식이 오래된 건물답게 외관에서 다소 낡은 티가 많이 나지만, 로비 한가운데 위치한 자습 공간에는 시험 공부를 하거나 팀플을 하는 학생들로 자리가 꽉 차있었다. 눈이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물 밖에선 시험이 끝난 기쁨을 만끽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기말고사를 치르기 위해 학교를 찾은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 이민호씨(25)는 SK경영관에 대해 “건물이 쾌적하고 강의실이 넓어 공부하기 좋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몇 걸음 더 걸어가다 SK경영관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LG경영관을 마주쳤다.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이수하는 경영대학원으로 사용되는 공간이다. 지상 10층 규모인 이 건물은 지난 1998년 LG연암문화재단이 공사비용 88억원을 기부 채납 방식으로 전액 부담해 준공됐다. 이곳 역시 시공을 LG건설(現 GS건설)에서 맡았다.  
 
지난 2020년 SK경영관과 LG경영관 사이에 ‘경영대학 59-1동 매니지먼트센터’가 확장증축 형태로 준공됐다. 학생들이 자습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라운지가 형성돼 있어 인기가 많은 장소다. [김서현 기자]
‘쾌적하고 넓은 경영관’이라는 평가가 붙게 된 데에는 지난 2020년 이뤄진 ‘경영대학 59-1동 매니지먼트센터’ 준공도 한몫했다. SK경영관에서 이어지도록 연결통로를 뚫고, 더 많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특히 2층 네크워크 라운지 공간은 통 유리 창문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탁 트인 느낌이 들고, 경영대의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LG경영관 앞에서 만난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 강민석씨(24)는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어서 인테리어가 세련됐고, 학생들의 활동을 위해 마련해놓은 공간이 많아 공부하러 갈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대 연구공원에는 삼성전자 서울대연구소(위), LG연구동(왼), SK텔레콤 연구동이 마치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공간을 에워싸고 있다. [김서현 기자]
서울대 내에서 4대그룹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또 다른 장소는 캠퍼스의 학문적 위상을 책임지는 ‘연구동’에 몰려있다. 서울대 내에서 일명 연구공원이라 통하는 곳으로, SK텔레콤 연구동, LG연구동, 삼성전자 서울대연구소가 마치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공간을 에워싸고 있다. 
 
삼성전자 서울대연구소는 연구동에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건물로, 파란색과 주황색 수직선이 교차되는 디자인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SK텔레콤 연구동과 LG연구동은 각각 비슷한 크기의 회색 건물이다. 다만 LG연구동은 SK보다 길다란 형태의 통창으로 구성돼 위로 높게 뻗은 인상을 줬다. 
 
각 건물에 기업 연구직 인원이 상주해 분위기가 무척 조용하고 정적인 가운데, LG연구동 안에는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산학협력단이 입주해있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바로 옆에는 직원들의 숙박을 해결하는 SK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해있는데, SK경영관과 유사한 1995년도에 지어진 건물이어서인지 낡고 허름한 모습이 연구동 내 가장 큰 규모의 삼성연구소와 대조적이었다.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의 호인 ‘호암’을 따 지어진 호암교수회관 본관. 주로 식당 이용이나 세미나 개최를 목적으로 쓰인다. [김서현 기자]
연구동 안에서 차별화된 존재감을 자랑하는 4대 그룹의 공간은 또 있다. 바로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의 호인 ‘호암’을 따 지어진 호암교수회관이다. 호암교수회관 본관, 삼성컨벤션센터, 호암동관으로 이루어진 장소다. 본관 안은 작은 무도회관처럼 세로로 긴 복도에 2층 양쪽 세미나실을 구축해놨으며, 천장에 설치된 널따란 창문이 건물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준다.  
 
건물 관계자는 “세미나, 컨퍼런스가 자주 열리며 교수 식당으로 주로 사용되는 공간”이라며 “컨벤션센터의 경우 주말에는 웨딩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방문일(6일) 오전 호암교수회관 본관에서는 ‘한국폴리텍대학 한국형 직업기술교육 플랫폼 모형 개발 연구 최종보고회’가 열리고 있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생 고태협씨(24)는 “고등학생 시절 전국대회 참여를 위해 사용했던 건물이 바로 호암교수회관”이라면서도 “호암이라는 단어가 삼성과 연관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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