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레드오션’된 구독 서비스, 변화에 목숨 건 기업들

넷플릭스 성공 후 사업 진출 기업↑
가입자 확보 난항에 ‘서비스 강화’ 대응
편의성 확장부터 M&A까지 방법도 다양

 
 
넷플릭스가 기존 기조를 깨고 광고 요금제를 11월 도입했다. [사진 넷플릭스]
구독 서비스 기업들 사이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구독형 서비스를 도입했거나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기업 중 다수가 최근 ▶인수합병(M&A) ▶다른 기업과 협력 ▶신규 기술 도입 ▶기능 고도화 등을 추진했다. 이들 기업은 구독 사업모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다른 서비스로 이전하기 어렵게 되는 현상) 극대화를 변화의 목적으로 삼았다.
 
‘치열해진 시장 경쟁’이 이 같은 시장 변화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받고 콘텐츠·편의 서비스 따위를 제공하는 구독 사업모델은 등장 초기만 하더라도 진출 기업이 적어 ‘블루오션’으로 꼽혔다.
 
이 같은 시장에 변화가 나타난 시점은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자로 거듭나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다. 구독 서비스에 대한 사업성이 넷플릭스의 성공으로 입증되자, 이와 유사한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꼭 콘텐츠 분야가 아니더라도 구독모델을 적용하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OTT업계 관계자는 “2016년 한국에 상륙한 넷플릭스는 2~3년 만에 뚜렷한 성과를 냈고 이를 지켜본 국내 기업들이 구독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며 “콘텐츠업계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구독형 사업이 시작됐고, 이는 시장 경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구독모델 기반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치열한 경쟁은 신규 사업 추진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면서 ‘킬러 콘텐츠’나 ‘서비스 매력’을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 전환도 이뤄지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구독모델의 원조로 여겨지는 넷플릭스에서도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지난 11월 4일 ‘시청 경험 저하’를 이유로 도입을 꺼렸던 기조를 깨고 광고를 포함하는 요금제를 내놨다. 한 시간 시청에 4~5분가량 광고를 포함하는 해당 요금제는 당초 가장 저렴한 상품보다 가격이 4000원 정도 싸다. 구독료를 낮춰 가입자 증가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광고 비용을 신규 매출원으로 삼을 수 있는 전략이다. 경쟁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도 8일(현지시간)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며 수익성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OTT 곳곳 ‘지각변동’

국내 플랫폼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CJ ENM이 운영하는 티빙(TVING)이 KT의 시즌(seezn)을 흡수합병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M&A는 가장 확실하게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으로 꼽힌다. 티빙의 시즌 인수는 경쟁 플랫폼을 흡수한 경우라 이 같은 효과가 더욱 극대화되는 구조다.
 
티빙은 지난 1일 시즌과의 흡수합병 절차를 진행한 후 현재 서비스 안정화와 플랫폼 결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티빙은 시즌이 유통하던 콘텐츠 약 700편을 자사 플랫폼에서 순차 공개하고 제작을 앞둔 주요 콘텐츠도 방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존 KT 요금제와 연동되던 시즌 이용권을 자사 요금제와 결합하는 식으로 가입자 전환 전략도 도입했다.
 
티빙은 시즌이 유통하던 주요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서 제공한다. [사진 티빙]
토종 OTT 1위 자리를 놓고 티빙과 경쟁하던 웨이브도 반격에 나섰다.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와 콘텐츠 공동 제작 계획을 발표하는 동시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카카오 전용 프로그램관을 개설해 당초 카카오TV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로 유통되던 프로그램들을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국내 OTT 스타트업 왓챠 역시 변화의 중심에 섰다.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중 OTT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있던 LG유플러스가 해당 기업의 인수를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웨이브 설립에 참여하며, KT는 시즌을 운영하면서 통신 요금제와 OTT 구독권을 연계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락인 효과를 노렸다. 시즌이 티빙에 흡수됐지만, 시즌 모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안에 따라 티빙의 3대 주주로 오르면서 향후 양사의 사업적 연계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LG유플러스는 그간 자체 OTT가 없어 넷플릭스·디즈니+ 등과 자사 통신 요금제를 연계하는 식으로 사업을 꾸려왔다. LG유플러스가 왓챠를 인수하게 되면 OTT 서비스를 기반으로 가입자 증가를 노릴 수 있는 동시에 외산 OTT 기업으로 들어가던 비용도 아낄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인터넷(IP)TV 기반 키즈 서비스였던 ‘아이들나라’를 최근 OTT로 전환하기도 했다.
 

신규 서비스 강화하는 기업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도 지난 8월 월 1만9000원에 약 4000개의 클래스를 무제한 수강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 ‘클래스101+’ 출시하며 구독 시장에 뛰어들었다. 클래스의 90% 정도를 무제한 구독 서비스에 포함해 상품 매력도 높였다.
 
클래스101은 여기에 더해 최근 한국·미국·일본에서 각각 서비스하던 온라인 클래스 구독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결합하기도 했다. 구독자는 이번 통합으로 세계 약 13만 크리에이터가 제공하는 글로벌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회사는 AI 번역 기능을 추가, 언어의 장벽 없이 클래스를 들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꾸리기도 했다.
 
글로벌 원 플랫폼으로 바뀐 ‘클래스101+’ 구독 서비스 이미지. [사진 클래스101]
IT 서비스 기업에서도 구독모델 도입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LG CNS가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고객상담센터 서비스를 출시했고, 삼성SDS는 데이터 수집·저장·관리·활용을 지원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분석 플랫폼 ‘브라이틱스 AI’를 구독형 서비스로 내놨다.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구독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꾸준한 매출 기대와 예측 가능한 수익성 등 기업 입장에서 누릴 수 있는 구독모델에 대한 사업적 장점이 있어 진출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OTT업계 관계자도 “시장이 지속해서 커가고 있어서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경쟁을 이겨내고 가입자 확보에 성공한다면 시장 성장에 맞춰 매출 상승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구조이고, 국내 콘텐츠의 인기를 고려하면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결혼·출산율 하락 막자”…지자체·종교계도 청춘남녀 주선 자처

2“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설 것”

350조 회사 몰락 ‘마진콜’ 사태 한국계 투자가 빌 황, 징역 21년 구형

4노르웨이 어선 그물에 낚인 '대어'가…‘7800t 美 핵잠수함’

5'트럼프의 입' 백악관 입성하는 20대 女 대변인

6주유소 기름값 5주 연속 상승…“다음주까지 오른다“

7트럼프에 뿔난 美 전기차·배터리업계…“전기차 보조금 폐지 반대”

8"백신 맞고 자폐증" 美 보건장관의 돌팔이 발언들?

9‘APEC CEO’ 서밋 의장된 최태원 회장…‘b·b·b’ 엄치척 의미는

실시간 뉴스

1“결혼·출산율 하락 막자”…지자체·종교계도 청춘남녀 주선 자처

2“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설 것”

350조 회사 몰락 ‘마진콜’ 사태 한국계 투자가 빌 황, 징역 21년 구형

4노르웨이 어선 그물에 낚인 '대어'가…‘7800t 美 핵잠수함’

5'트럼프의 입' 백악관 입성하는 20대 女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