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 후임 주목…‘모피아 낙하산’ 도돌이표?
윤종원 후임에 정은보 ‘유력’
노조 측 “법꾸라지 낙하산 거부”
내년 1월2일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후임 자리를 두고 내부 반발이 거세다. 차기 행장 선임을 앞둔 기업은행 수장 자리에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되면서, 약 3년전 ‘낙하산 인사’로 노사갈등을 빚었던 상황이 되풀이되는 분위기다.
1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MOF)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이날 노조는 최근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윤 행장의 뒤를 이을 기업은행장 후보로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는 정 전 원장은 기재부 관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 수장을 역임한 모피아 인사로 꼽힌다.
이날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 위원장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은 시중은행장으로 갈 수 없다”며 “그러나 시중은행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기업은행이 기타 공공기관이기에, 공직자윤리법에 예외가 된다고 해서 편법적으로 ‘법꾸라지 낙하산’으로 기업은행장에 내려오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만약 정부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낙하산 인사를 기업은행에 내려보낸다고 한다면 이제 국책은행은 산업은행 뿐만 아니라 기업은행까지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시중은행처럼 별도의 공모나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등이 없어 정권의 입김이 더 세질 수밖에 없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이날 금융노조는 “지난 4월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를 개선하고자 인수위 시절 공무원 중 젊고 유능한 인재 최우선 선발, 낙하산 및 청탁 인사 금지 등을 주문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러나 대통령의 철학과 다르게 금융권 낙하산이 연이어 거론된다”면서 “기업은행은 직전 금융감독원장의 행장 임명이 유력하다는 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법에 의한 공정이 아니라 법을 이용한 불공정”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현재 기업은행 직원들은 내부 출신 행장을 선호하고 있다. ‘행장 선임 관련 기업은행 직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 응답 조합원의 74%가 내부 출신 행장을 원했다. 또한 신임 행장이 갖춰야 할 자질로는 기업은행에 대한 충성도와 전문성이 1위로 조사됐다.
정 전 원장의 입장에서도 기업은행장 임명이 ‘불명예’로 남을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앞서 2020년 윤 행장이 기업은행장으로 임명 됐을 당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26일 동안 본점에 출근하지 못했다. 이는 금융권 출근 저지 최장기간으로 거론되는 사례다.
노조 측은 이번에도 낙하산 인사인 정 전 원장의 임명이 강행된다면, 출근 저지로 반대 의사를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업은행과 관계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공직자윤리법에서 ‘취업을 금지하는 기관’에 시중은행과 유사하게 영리사업을 하는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추가하는 것이다.
아울러 김형선 위원장은 “낙하산 인사 저지 투쟁 전략중 하나로, 내일부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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