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스토리지, 과밀 도심서 개인 공간 확장 대안으로 성장세
주거면적 감소 주택 가격·임대료 인상 여파
주택단지·오피스 인근 틈새 공간 파고들어
공간 크기가 협소해지고 공간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과밀 도심에서 개인형 창고 공간(셀프 스토리지)이 공간 확보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와 기업의 과도한 집중으로 더 이상 개발 부지와 공간 형성이 어려운 대도시 도심에서 셀프 스토리지가 업무 공간을 확장해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22일 존스랑라살(JLL)의 ‘셀프 스토리지,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셀프 스토리지가 단순 창고 기능에서 주거·업무 공간 수요로 확대되고 있다.
셀프 스토리지 시장은 미국·유럽·호주에선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도시 집중화, 1인 가구 증가, 다양한 근무 형태, 개인별 일상과 여가활동, 이커머스 성장 등의 여파로 틈새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도 셀프 스토리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셀프 스토리지 이용 목적이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셀프 스토리지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1인당 주거면적은 약 29.7m²(약 9평)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지만 소득 대비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용 부담으로 더 넓은 공간으로 옮기기 어렵거나, 주택 내 공간을 더 확장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셀프 스토리지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JLL 분석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국내엔 200여개 셀프 스토리지 지점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52.0%), 경기도(31.9%), 부산(8.8%), 울산·경남(4.9%)에 주로 몰려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용자의 접근성과 이용의 편리성을 반영해야 해 대부분 대로변·지하철역사·업무지구 등 도심 안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셀프 스토리지에 보관하는 품목은 주로 개인 물품을 비롯해 기업문서, 캠핑·낚시·스키·서핑 등 취미용품, 전시·무대 장비, 미술품·와인 등으로 조사됐다.
비인기 공실 건물 공간에 수요 공급 역할도
이 때문에 셀프 스토리지 업체들이 주로 찾는 입지는 고급주택 단지나 고급 오피스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대형 집합건물 저층부나 단독형 창고 빌딩을 선호한다. 화물을 옮길 수 있는 트럭이 진입할 수 있는 주차시설 여부도 입지를 찾는 필수 기준이 된다.
셀프 스토리지가 제공하는 창고 크기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소 3만6000cm³부터 최대 3024만0000cm³에 이르기까지 선택할 수 있는 공간 크기와 유형이 다양하다. 이러한 공간들은 주로 우체국 5호 박스를 기준으로 맞춰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셀프 스토리지 업체들은 해당 공간에 우체국 5호 박스를 몇개 넣을 수 있는지 안내한다.
월 임대료는 통상 박스 개수, 창고 크기, 팰릿 수, 행거 수(의류 등), 컨테이너 크기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셀프 스토리지 창고 부피와 월 명목 임대료 중위 값은 각각 약 280만cm³ 약 12만원 수준이다. 중위 바닥 면적은 약 1만3000cm²(1.3m²) 수준으로 조사됐다. 보편적인 보관 유형은 대부분 타입 B가 꼽혔다. 크기로는 100만~300만cm³로 우체국 박스 5호 기준 약 12-36개를 수납할 수 있는 규모다. 타입 B의 월 임대료는 4만~19만원대로 다양했다.
김명식 JLL 중소형 부동산 투자자문 본부장은 “셀프 스토리지는 경기 불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경기 방어적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져도 도심 내 공간 부족으로 인해 물건 보관 수요는 계속해서 존재해 셀프 스토리지 시장은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 사례로 “지난해부터 부쩍 셀프 스토리지 브랜드들로부터 공간 임대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셀프 스토리지 시장이 성장하면 공간을 찾는 셀프 스토리지 업체들과 공간을 제공하는 건물주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주상복합 지하층, 노후된 오피스, 상권 저층부, 신도시 외곽 오피스 근린생활 빌딩 저층부 등 잦은 공실로 수익률 감소를 겪고 있는 건물주들에게 셀프 스토리지가 또 다른 수요 공급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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