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FTX 횡령 의혹…SEC “카지노 같은 코인 거래소” [위클리 코인리뷰]
BTC, 꾸준한 하락…2100만원선 무너져
FTX, 고객자금 2억 달러 빼돌려 벤처 투자
SEC “거래소, 준비금 증명 증권법에 맞지 않아”
금융당국, 가상자산 주석 공시 모범 사례 공개
위클리 코인리뷰는 한 주간의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을 돌아보는 코너입니다. 너무나도 복잡하게 흩어져있는 시장의 정보를 ‘코인러’ 여러분께 정리해 전달해 드립니다. 지난 일주일에 대한 리뷰이므로 현재 시세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편집자]
올해 침체의 연속이던 암호화폐 시장이 연말도 암울하다. 12월 마지막 주의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는 꾸준한 하락을 나타냈다. 이더리움, 리플 등 다른 코인들도 마찬가지다. 연말 랠리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시장 침체의 주역인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FTX는 또다시 고객 자금 횡령 의혹이 불거졌다. FTX 사태의 여파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다시금 거래소들에 규제 칼날을 들이댔다. FTX처럼 코인 거래소들이 준비금 증명이 엉망이라는 것.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들은 ‘카지노’에 비유하며 경고하기까지 했다.
주간 코인 시세: ‘연말 특수도 없네’…내리막길 연속 비트코인
이번 주 초 21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은 꾸준히 하락해 29일 들어 2000만원대로 무너졌다. 그간 비트코인은 연말에 상승 랠리를 보여왔지만, 올해는 잠잠한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서는 2.46% 감소했다.
30일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은 지금 간신히 물 위에 떠 있다”며 “비트코인은 계속해서 폭풍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더리움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비트코인처럼 연속적인 내림세를 보였다. 이더리움은 일주일 전보다 2.78%, 리플은 3.46% 하락했다. 도지코인과 에이다는 각각 13.11%, 7.46%나 급감했다.
주간 이슈①: FTX, 고객 자금 횡령 의혹 잇달아…2500억원 벤처투자 확인
28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FTX가 고객 자금 2억 달러(약 2520억원)를 빼돌려 벤처기업 두 곳에 투자한 혐의에 대해 고소했다.
FTX는 자회사 FTX벤처스를 통해 지난 3월 핀테크 기업 데이브에 1억 달러(약 1260억원)를 투자했다. 데이브는 당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그보다 두 달 전 상장한 상태였다.
FTX는 지난 9월에는 블록체인 업체 미스틴랩스에도 1억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기업가치 20억 달러(약 2조5200억원)로 평가된 미스틴랩스에는FTX 외에도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랩스 등이 투자했다.
SEC는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캐롤라인 앨리슨 전 최고경영자(CEO)와 게리 왕 FTX 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장에서 “두 투자 건은 알라메다로 빼돌린 FTX 고객 자금으로 지원됐다”라고 적시했다.
데이터 분석기업 피치북에 따르면 FTX벤처스는 이외에도 수십 건의 투자를 했지만, 미스틴랩스와 데이브가 유일하게 공개된 투자 내역이다.
재판을 앞둔 뱅크먼-프리드의 핵심 혐의는 알라메다 리서치로 FTX 고객 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이 자금으로 고위험 투자 대상에 투자했다. FTX벤처스는 이 과정의 일부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스틴랩스와 데이브 측은 FTX의 부정행위와는 연관이 없지만, FTX가 고객 자금으로 벤처에 투자한 첫 사례로 확인됨에 따라 해당 투자에 대해 정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EC가 이 두 벤처회사에 대한 FTX의 투자가 고객 자금으로 이뤄졌다는 연결고리를 밝혀내면 해당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데이브는 성명을 통해 “FTX가 가진 채권은 2026년 3월에 상환하기로 돼 있다”며 “그 어떤 계약 조항도 그 전에 상환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스틴랩스는 비상장사라 미국 법에는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명확한 절차가 없다.
이 밖에도 뱅크먼-프리드와 게리 왕이 알라메다 리서치로부터 5억4600만 달러(약 6879억원)를 빌려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로빈후드의 주식 소유권을 두고 FTX와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 다른 채권자들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이와 관련해 뉴저지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알라메다로부터 빌린 5억4600만 달러가 로빈후드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자신의 기업 이머전트 피델리티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자금으로 이머전트 피델리티가 로빈후드 주식 총 5600만주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뱅크먼-프리드는이머전트 피델리티 주식의 90%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한편 형법상 사기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재판은 2023년 1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간 이슈②: 겐슬러 SEC 위원장 “코인 거래소, 준비금 엉망”
겐슬러 위원장은 26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서부 시대 카지노와 같은 운영 행태를 보이는 거래소와 기업들을 규제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준비금 증명이 SEC가 증권법에 의거하는 공개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해당 감사서들이 신뢰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현재의 준비금 증명은 거래소 자산과 부채 내역 중 어떤 것도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한다”며 “거래소가 고객 자산을 거래소와는 철저하게 분리된 곳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는지도 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소와 기업들은 모든 거래를 정확하게 기재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고객의 자산을 분리해서 보관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할 것”이라며 “암호화폐가 고객들에게 실존한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오래 시간을 거쳐 검증을 마친 자산 예치, 고객 자금 분리 원칙과 회계 규칙 등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통합 규제안을 통해 미 상품거래위원회(CFTC)와 암호화폐 시장 관할권을 분할하라는 미국 입법부의 입김 속에서도 강경하게 SEC의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호화폐를 유가 증권으로 보고 있다.
주간 이슈③: 금융당국, 가상자산 발행·보유·거래 기업에 공시 의무화 추진
28일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이 공동 주최한 가상자산 회계·감사·감독 세미나에서 이런 방침이 공개됐다.
금감원 방침에 따르면 가상자산 발행·보유·거래 기업은 관련 현황을 감사보고서에 주석 형태로 공시해야 한다. 한국회계기준원이 회계 기준서에 이러한 주석 공시 관련 근거 조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김경률 금융감독원 회계관리국 국제회계기준팀장은 “가상자산 관련 다양한 회계 이슈가 있으나 회계 처리 및 감사 지침은 불충분한 상황”이라며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신청 등으로 정보 공시 필요성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공개한 주석 공시 모범 사례에 따르면 가상자산 발행사는 가상자산의 총 개발 수량, 발행량 변동 내역, 보유 중인 수량 정보 등을 공시해야 한다. 보유사는 취득 경로, 보유 목적, 회계상으로 인식한 손익 등을 시장에 알려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거래소 보유분뿐만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가상자산 규모, 관련 위험성 등도 공시해야 한다.
금감원은 금융위와 협의를 통해 최종 주석 공시 모범 사례를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가상자산을 취득해 보유 중인 상장사는 총 37곳으로, 이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은 102개이며 시장가치는 4047억원으로 파악됐다. 해당 가상자산 중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중은 12.2%로 확인됐고, 국내 발행 코인인 마브렉스(MBX)와 클레이(KLAY), 위믹스(WEMIX) 등이 70.9%를 차지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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