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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문제 진단’ 제대로 못해…내각제 도입 고려해야” [신년 인터뷰] ①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위기 후 기회 오려면 정확한 진단 필요”
정치 원로가 본 현 상황…개헌 통해 내각제 도입 주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현재의 문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김태형 이데일리 기자]
‘해결사’ ‘고액단타 과외선생’.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이 이런 별명을 가진 배경에는 지난 몇 십년간 정치권이 위기일 때마다 그를 찾았고 내놓은 해결책들이 효과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 출범 이후 정치적, 경제적으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과거 ‘노태우,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비롯, 윤석열 현 정부 출범의 기틀을 마련했던 정치 원로의 ‘진단’이 아닐까.〈이코노미스트〉가 2023년 새해, 윤석열 정부에 필요한 ‘처방전’을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물었다.
 

“협치 물 건너가…내각제 도입 논의해야”

국내 경제와 정치 상황이 모두 위기다.  
-지금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일본의 넘버원(NO.1) 시절’처럼 정점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2차 밧데리, 문화 등에서 세계 1위지만 상황을 좀 더 냉정하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만 잘한다고 우리가 잘 살 수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우리처럼 5000만명이나 사는 나라에서는 여러 분야가 모두 정상적인 발전을 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지표를 보자. 자살률은 평균치를 넘었고 노인빈곤율도 최고 수준, 출산율은 꼴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재정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하는데 연금개혁 같은 뚱딴지 같은 정책을 내고 있다. 연금개혁이 문제가 아니라 출산율이 중요하다. 국내 출산율이 일본(1.4%)의 절반인 0.7% 수준이다. 이런 출산율을 갖고 우리가 어떤 희망이 있나.  
 
위기를 잘 활용하면 또 기회가 될 수 있지 않나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제대로 뻗어나가려면 어떤 정책을 위주로, 뭔가 해야한다는 그림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안 보인다. 보이는 현상에만 급급하고 말만 근사하게 한다. 출산 인센티브 정책으로 출산율 못 올리는건 이미 과거 사례에서 경험했다. 왜 출산율이 낮은가를 봐야 하는데 정부가 모른다. 그걸 모르니 문제해결이 안된다. 위기가 무조건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변화 없이 위기가 왔다고 당연히 기회가 되지는 않는다. 정치권이 현재 당면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의사가 환자 진단을 제대로 해야 투약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나.
 
‘여소야대’ 정국이다. 여당이 힘을 갖기 힘들어 협치가 있어야 할 거 같은데  
-이제 총선이 1년 밖에 안 남았는데 사실상 협치는 물 건너가지 않았겠나. 나는 우리나라 정치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양당제를 운영하는 국가의 갈등 양상은 대부분 비슷하다. 미국도 양당이 극한으로 대립하지 않나. 매번 정권교체 때마다 협치가 안되는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 개헌을 하지 않으면 정치제도가 바뀌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각제가 우리 현실에서 봤을 때 가장 효율적이라 본다. 정권의 안정성만 놓고 보면 미국을 제외하고 프랑스, 영국, 독일 중 정치가 제일 안정된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세계 제2차대전 이후 연정을 지속해왔다. 제1당이 정권을 잡은 적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 내 목소리가 다양하고 반대세력이 존재하니 조직이 안정된다. 그러니 정책은 일관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내각제에 부정적인 이유는 국회에 너무 많은 힘을 실어주기 때문인데
-내각제는 국회에 힘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각에 힘이 있는 거다. 국회의원들이 내각에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러면 국회의원의 질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각제에 불신이 많은 것은 1960년대 장면 내각제가 5.16 혁명을 만나며 실패한 사례가 있어서 불신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제를 해서 지금까지 성과 있는 일이 뭐가 있나.  
 
국회에 대한 국민들 신뢰도도 낮다
-나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형편 없다 해도 대한민국의 최종 운명을 결정하는 곳은 국회다. 이것이 현실인데 그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는 대통령을 뽑으면 된다.
 
대통령이 존재하지만 실질적 통치는 총리가 하는 독일처럼 상징적 대통령을 만드는 식인가
-그렇다. 사실 총리는 대통령과 달라서 고도의 정치능력이 없으면 못한다. 당장 내각제를 하면 내각 변동성이 있어 정권이 불안정해질 수 있지만 독일은 안정적 제도를 도입해 이를 해소했다. 우리도 안전장치를 갖고 내각제를 하면 할 수 있을 것이다.
 
개헌은 대통령 의지가 매우 중요한데
-당연히 대통령 의지가 반영돼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 여당이 또 다수석을 확보 못하면 대통령이 현 상황을 돌파할 방법이 뭐가 있겠나. 그때 개헌 카드를 꺼낼 수 있다. 2024년 총선 결과 후 개헌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각제에 부정적이지 않나
-그렇지도 않다. 이게 사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가 야기된 것 아닌가. 그래서 그때도 나는 개헌을 하자고 주장했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개헌)생각이 없어졌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김태형 이데일리 기자]

그가 말하는 경제민주화…“왜 위기 왔는지 살펴야”  

김 위원장은 올해 국내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상황 속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변화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구체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경제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나.
-아직도 코로나 팬데믹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중 갈등 속 공급 체인이 새롭게 편성되는 과정이라 올해도 경제가 좋지는 못할 것 같다. 특히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세계경제가 활발하지 못하니 어려워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종결되느냐도 세계경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현 정부가 너무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갖고 간다고 보시나
-그렇다.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정책이 결국 그 얘기 아니겠나
 
시장을 자유롭게 놔두고 정부가 너무 개입하지 않는 것도 맞는 방향 아닌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 과정은 결국 박정희 대통령이 대기업, 재벌 위주 정책을 해서 그런 것 아닌가. 그런 과정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살아날 수 있는 여건이 굉장히 취약해졌다. 지금 국내 재벌그룹은 자기네들끼리 가도록 놔둬도 괜찮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 않나. 진짜 시급한 건 우리 중소제조업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여줄 것이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탄핵을 받았나.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세계 경제 상황이 나쁘기도 했지만 국내 중소 제조업들이 거의 다 경쟁력을 잃어버린 시대였다. 촛불집회에 나타난 사람들을 보면 민주노총 조직에서 많이 나온다. 평소에 이런 문제에 불만을 가졌던 계층들의 촛불에 더해 그 사람들(제조업 종사자)의 촛불까지 합세를 한 거란 얘기다. 이것을 정치권에는 굉장히 주의 깊게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는데 그럴 생각도, 힘도 없다. 정당이 그런 데 심혈을 기울이는 노력은 안 하고 무슨 ‘전당대회 룰’ 고치는 거 가지고서 난리를 치고 있다.
 
내년에 ‘경제민주화’가 필요한거 아닌가
-저소득 계층 사람들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조치를 잘해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꾸 ‘자유 성장’ 얘기를 하지만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말하는 네 가지 자유 중 ‘빈부로부터의 자유’란 것이 있다. 여기서 빈부로부터의 자유를 하려면 결국 정부가 일정한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말하는 경제민주화가 그런 거다. 사람들은 자꾸 경제민주화가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위기가 오면 정부는 왜 위기가 왔는지 알아야 하고 그에 맞는 구체적인 처방을 하면 된다. 그래야 변화할 수 있는 기회도 온다.  
 
현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어떤 부분에 신경 써야 하나
정부 정책들은 지금 말만 하는 단계지 실체가 없다. 확고한 설계가 있다면 그것을 잘 다듬어서 구체화 할 수 있는 단계를 거치는 모습이 필요한데 구체성이 전혀 없다.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확정했다면 구체적인 계획과 단계까지 끝난 다음에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게 문제다. 나는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고 판단해 중장기 정책으로 가자고 강조했다. 이후 국내 경제 기반이 만들어 진 거다. 그런 식으로 끌고 가야 한다.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많은 욕심을 내면 안 된다. 미래 대한민국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일에 대한 단계적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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