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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메티롬, 제약업계의 판도 바꾸나 [김한조 바이오 뉴스 돋보기]

과학·과학자에 대한 신뢰 깨는 행위 처벌 받아야

 
 
[게티이미지뱅크]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은 자사가 개발 중인 비알콜성지방간(NASH) 치료제인 레스메티롬 (resmetirom)이 임상 3상 실험에서 두 가지의 지표에서 우수한 약효를 입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약물은 경구 투여 방식의 THR- 효능제(agonist)입니다. THR-는 간에서 미토콘드리아 활성 조절 및 지방 분해 등의 중요한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NASH 환자의 경우 이 단백질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레스메티롬은 이렇게 떨어진 THR-의 활성을 높이는 것이 주요 작용 기전입니다. 비알콜성지방간은 말 그대로 알콜 섭취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해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염증이 유발되어 결국은 섬유화로 이어지는 질병입니다. 2010년대 이후에는 대부분의 대형 제약사들이 이 비알콜성지방간 약물 개발에 뛰어들었고 수많은 임상 단계의 연구들이 진행되었지만 아직까지 승인 받은 약물은 단 한 종도 습니다. 비알콜성지방간을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간 조직 검사 뿐이지만, 특별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초기 환자에게서 간 조직을 얻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지방 축적, 염증, 섬유화로 이어지는 현상 자체도 매우 복잡하고 세밀하게 조절되는 것입니다. 한 개의 약물로 지방증, 염증, 섬유화에 이르는 넓은 병의 단계를 모두 호전시키는 것도 매우 도전적인 일이지요.
 

실패 거듭했던 비알콜성지방간 치료제, 이번엔 성공?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와 임상 실험들이 끝없는 실패만을 계속해 온 것입니다. 레스메티롬은 97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 3상 실험에서 NASH 활성점수(NAS)와 섬유화 지표 모두 기준을 충족하는 효과를 보여줬습니다. 최종 지표로 확인해야 할 사망, 간 이식 등이 의미있게 줄어드는지 확인하려면 아직도 4년 이상의 기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효과를 얻었던 임상 시험 결과도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희망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 대사 질환에서 대형 제약사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많은 회사들이 이 질환의 약물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운동과 식이 조절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비알콜성지방간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걸 제대로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이라 할 수 있는 간은 수많은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대단히 중요한 장기이지만, 서서히 나빠지더라도 특별한 자각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만약 이 약물이 성공적으로 FDA의 승인을 받게 된다면, 대부분의 40대 이상 비만을 가진 사람들이 이 약물을 복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마도 제약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사건이 되겠죠.
 
지난 12월 20일, 미국 메릴랜드의 연방 대배심은 사이토다인(CytoDyn)의 CEO와 이 회사의 임상 시험을 관리하는 회사인 아마렉스(Amarex Clinical Research LLC)의 CEO 등 두 명을, 투자자들에 대한 사기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사이토다인은 PRO 140이라고 알려진 HIV 신약을 개발 중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두 CEO는 이 약물의 FDA 승인 절차와 관련하여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공유하여 회사의 주가를 조작하고 자신들이 소유한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상 실험이 실제로는 실패한 것이어서 승인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서도 승인서를 제출했다는 겁니다.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상황이 아니므로 성급하게 판단을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이런 종류의 사기 범죄는 주식 시장을 교란하여 투자자들에게 해를 끼칩니다. 또한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는 일반 대중들의 희망을 악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범죄입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업계 종사자들도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한 모든 사실들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이 이해하기 힘든 일을 남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겠지요. 과학의 권위를 이용해서 사적인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시도를 막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은 이른바 ‘황우석 사태’로 불리우는 사건을 통해 이런 일을 이미 겪은 바가 있습니다. 다른 세부적인 사항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재생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했던 것 하나만으로도 정말 너무 심각한 범죄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신약 개발과 관련된 과학의 발전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되는 일입니다. 필자 역시, 필자의 회사에서 연구하고 있는 연구의 성과가 기사로 공개되었을 때, 환자의 아버지로부터 격려의 편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환자 및 가족들은 정부에게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기도 하고, 연구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도 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해당 질환과 다양한 방법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에게 그 싸움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의 뒤에는 과학에 대한 신뢰, 그리고 그 과학을 발전시키는 과학자들에 대한 신뢰가 바탕입니다.
 
과학자가 자본과 결탁하여 자신의 과학적 지식을 대중을 속이는 데 사용하는 것은 이런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기에 가장 부끄러운 일입니다.
 

FDA 승인 받은 최초의 단일클론 항체 약물 탄생

로슈사가 자사의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악템라(Actemra)가 코로나19 치료제로 FDA에서 허가를 취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약물은 기존 용도 외에도 병원에서 ECMO로 알려진 산소공급을 필요로 하는 성인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용도를 추가적으로 더 갖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중증환자 중에서 면역 체계 이상으로 인한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을 통해 전신적 염증 반응이나 다장기부전을 유발하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면역 체계와 관련하여 사이토카인 폭풍을 막을 수 있는 약물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악템라는 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약물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의 치료제는 주로 항바이러스제와 면역억제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양쪽에서 모두 승인된 약물이 나오면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더 좋은 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엔데믹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은 일일 사망자 수가 70명을 넘는 등 아직도  전쟁이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통해 인류가 갖추게 된 무기들, 그리고 그 무기들을 준비하면서 얻어진 경험은 다시 또 찾아올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 사라지게 되더라도, 과학자들이 여전히 이 질병과 끊임없이 싸워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필자는 연세대학교 화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유기화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HK이노엔 신약연구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신약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2019년 AI 신약개발사 스탠다임에 합류해 현재 글로벌전략본부장 및 합성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실험실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경계에서 두 분야의 융합을 위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최영진 기자 choiyj7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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