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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밝았다, 가격 올리자”…명품 브랜드, 도 넘은 ‘배짱 장사’ 여전

에르메스·샤넬·롤렉스·쇼파드 등 일제히 인상
가격 인상 예고 후 주문 무더기 취소 사례도
해외여행 재개로 수요 주춤하지만 일시적 현상

 
 
 
에르메스 측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7400유로(약 998만원)짜리 ‘토고 가죽 버킨 25 백’이 10% 인상되면 8140유로(약 1099만원)로 가격이 조정돼 100만원 가까이 인상된다. [사진 각 사]
 
해가 바뀌기 무섭게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명품 가방부터 화장품, 주얼리, 시계 브랜드 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올해도 명품들의 ‘배짱 장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1월에 또 올린 에르메스…샤넬표 ‘스몰럭셔리’도 올랐다

 
3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 샤넬, 롤렉스, 쇼파드 등 주요 명품 브랜드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는 오는 4일부터 가방·의류 등 제품을 최대 15% 인상할 예정이다.  
 
에르메스 측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7400유로(약 998만원)짜리 ‘토고 가죽 버킨 25 백’이 10% 인상되면 8140유로(약 1099만원)로 가격이 조정돼 100만원 가까이 인상된다. 에르메스는 연간 1회 매해 1월 가격을 인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르메스의 새해 가격 인상을 앞두고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선 일부 구매자들의 주문이 무더기로 취소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가격 인상 이후 소비자들이 다시 구매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로 회원 62만명 이상을 보유한 국내 최대 명품 네이버 카페 ‘시크먼트’에는 에르메스 공식홈페이지에서 제품을 구매했는데 주문 취소를 통보받았단 후기가 잇따라 올라왔다.  
 
한 회원은 “에르메스 공식홈페이지에서 로퍼를 구매하고 배송 연락까지 받았는데 이후 에르메스로부터 전화가 와 상품하자로 취소처리하겠다고 해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가격 인상을 앞두고 일부러 취소시키는 게 아니냐”며 “취소처리가 아니라 재고를 확보해서 보내준다고 해야하는 게 맞지 않냐”고 꼬집었다.
 
샤넬은 주요 뷰티 제품 가격을 1일부터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루쥬 알뤼르’ 등이 기존 4만9000원에서 약 12% 오른 5만5000원으로 가격이 조정됐다. [사진 카카오톡 캡쳐]
 
샤넬은 주요 뷰티 제품 가격을 1일부터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루쥬 알뤼르’ 등이 기존 4만9000원에서 약 12% 오른 5만5000원으로 가격이 조정됐다. 샤넬의 립스틱과 립밤 제품은 5만원 이하의 대표적인 ‘스몰 럭셔리’, 선물용 제품이었지만 이번 가격 조정으로 가격이 5만원을 넘으며 수요가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샤넬은 지난해 11월 패션 카테고리 제품 가격을 최대 13% 인상했던 바 있다. 평균 인상률은 5~12%로, 지난해에만 가격을 4번 올려 ‘배짱 장사’ 비판이 일기도 했다. 당시 기준으로 샤넬의 시그니처 제품 중 하나인 클래식 라인 인상률은 6%대로, 그중에서도 대표 가방으로 꼽히는 클래식 플랩백 미디움은 1239만원에서 1316만원대로 6.2% 올랐다. 3년 전인 지난 2019년 11월 가격인 715만원과 비교했을 때 84%가 오른 셈이다.  
 

‘억대’ 명품 시계도 줄인상…해외여행 재개에도 성장 계속

 
롤렉스는 1월 1일부터 서브마리너와 데이저스트 등 인기 모델의 가격을 2~6%가량 인상했다. ‘서브마리너 논데이트’는 1142만원에서 1169만원으로 2.4% 올랐다. [사진 롤렉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도 해가 바뀌자마자 1월 1일부터 서브마리너와 데이저스트 등 인기 모델의 가격을 2~6%가량 인상했다. 매일 오픈런을 유발하는 모델 중 하나인 ‘서브마리너 논데이트’는 1142만원에서 1169만원으로 2.4% 올랐다. 예물 시계로 인기가 많은 데이저스트 라인도 가격이 인상됐다. ‘데이저스트 26’은 1532만원에서 1626만원으로 가격이 6% 올랐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쇼파드와 브레게도 올해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쇼파드는 오는 16일부터 시계·주얼리 등 전 제품 가격을 8%가량 일괄 인상한다. 여성 예물 시계로 인기가 높은 ‘디아망트 컬렉션’ 가격은 현재 8000만~1억3000만원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는데 이번 인상으로 최대 1억4000만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쇼파드의 웨딩링 제품인 ‘아이스큐브’도 230만~600만원대의 가격에서 최대 650만원대까지 오를 예정이다.
 
브레게도 오는 2월 1일부터 전 제품 가격이 5~10%가량 일괄 인상된다. 대표 제품 라인인 ‘레인 드 네이플 컬렉션’ 가격은 4500만~4억원대 후반인데 다음 달 인상률이 적용되면 최대 5억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새해 벽두부터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소비자들은 당혹스럽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샤넬 제품 가격이 또 오른다는데 솔직히 몇 번째 인상인지 이젠 셀 수도 없다”며 “아마 코로나19 이후부터 세면 10번도 넘게 올린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전문가들은 끝없는 가격 인상에도 명품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는 “명품시장이 코로나19 상황으로 급성장하긴 했지만 두 자릿수 성장률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영향이 큰 지금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아 가격을 올리는 명품 브랜드들도 많을 것이고, 고가 제품일수록 가격 탄력성도 떨어져 명품 가격은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해외여행 재개로 명품 수요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엔데믹 전환으로 해외여행길이 열리며 명품 수요가 대체될 수는 있지만, 그 열망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다”라며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인 불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명품시장이 영향을 받겠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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