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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2023년”…기술·재무 관리로 위기 대응 나선 기업들

[시계제로 2023 한국경제 어디로]④
삼성전자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기술 전문가 3명 등용
SK· LG 재무전문가 등용, 위기 관리에 집중할 듯
조직 안정에 인사폭 최소화…미래 사업 육성 기조 유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 고금리 등의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조직 안정에 집중하며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말 실시한 조직 개편과 사장단 인사 등에서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기술‧재무 전문가들을 중용했다.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가운데, 미래 사업 육성 기조를 유지하고, 재무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조직 안정 속 미래 사업‧재무 관리 ‘방점’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조직 개편과 인사는 미래 사업 육성, 재무 관리 등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에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총 7명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는데, 이 가운데 3명이 기술 전문가다. 김우준 DX(디바이스 경험)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남석우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사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 등이 주인공이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의 ‘투 톱’ 체제를 유지하면서, 네트워크와 반도체 사업을 이끌 기술 전문가들을 사장에 앉힌 것이다.

경영 관리 전문가로 알려진 정해린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이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대표이사 사장 겸 삼성웰스토리 대표이사로 승진한 것도 눈에 띄는 인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 본사 지원팀, 감사팀, 무선사업부, 구주총괄 등을 지낸 정 사장을 임명해 수익성 제고 등 경영 관리를 강화한다는 전략으로 읽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뒤 처음으로 실시된 조직 개편과 인사였음에도,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인사 폭을 최소화해 조직 안정을 꾀하는 전략을 폈다”며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그룹 전반의 경영을 관리하는 가운데, 미래 사업을 주도할 기술 전문가들을 전면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그룹 역시 지난해 말 조직 개편과 인사에서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SK그룹 최고 의사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조대식 의장이 연임했고, 오너 일가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을 포함한 8인의 부회장 체제도 유지됐다. 기존 체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무 전문가들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SK 사장으로 승진한 이성형 SK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부문장에서 SK아이테크놀로지 신임 사장에 오른 김철중 사장 역시 금융, 재무 등의 주요 부서에서 근무한 재무 전문가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의 이규복 전무다. 부사장으로 승진해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미주 지역 생산법인 CFO 등을 지낸 재무 전문가가 현대글로비스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여기에 미래 모빌리티 등 미래 사업 확대를 위해 GSO(글로벌 전략 오피스)를 신설한 것도 주목받았다.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분야 컨트롤타워인 GSO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모빌리티 서비스 관점에서 미래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대내외 협업, 사업화 검증 등을 수행한다. 현대차그룹도 삼성전자, SK그룹과 마찬가지로 조직 안정과 함께 미래 사업을 확대하고 재무 관리를 강화하는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LG그룹의 조직 개편과 인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눈에 띄는 인사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용퇴하고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이를 제외하면 차동석 LG화학 CFO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미래 사업과 재무 관리에 집중한 인사라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 주요 기업 인사는 성과 중심의 신상필벌, 안정 속 혁신 등 기업마다 특색이 있는데, 지난해 말에 단행된 인사는 같은 기업 인사로 보일 만큼, 미래 사업 확대, 재무 관리 등에 방점이 찍혔다”며 “올해 어려운 경영 상황을 고려해, 미래 사업을 육성하면서도 철저하게 재무를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위기를 기회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 올해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대내외 악재는 산적해 있다. 코로나19 사태 위기를 극복하자마자 또다시 혹독한 경영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인들은 “올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가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2023년을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한 해로 삼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지만, 위기라는 말속에는 기회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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