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주인이 실거주 한다며 ‘계약갱신청구’를 거부한다면[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대법원 “새 집주인도 계약갱신 거부 가능” 판결…분쟁 가능성은 여전
[임상영 법무법인 테오 변호사] 일명 ‘임대차 3법’이 시행됨에 따라 2020년 7월 31일부터 현재까지 임차인에게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2020년 12월 10일 이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된 임대차는 2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1회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갱신되는 임대차계약 기간은 2년으로 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 3’에 따라 임대인은 ‘본인이나 직계존비속(부모, 조부모, 자녀, 손자녀)의 실거주’ 같은 사유가 없으면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주택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를 한 뒤 집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었을 때,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새 소유자가 해당 주택에 실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임차인이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새 소유자가 그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지 다툼이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
실제 사례를 살펴보죠. A는 2019년 4월부터 B가 소유한 아파트에 전세 세입자로 거주했습니다. 임대차기간 종료 전인 2020년 10월, A는 B에게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했지만 B는 “C에게 아파트를 매도했고 그가 아파트에 직접 거주해야 하므로 A의 계약갱신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A는 임대차계약이 갱신된 것이라며 퇴거를 거부했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아파트의 새 소유자가 된 C는 A를 상대로 아파트에서 퇴거하고 자신에게 아파트를 인도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같은 사례에 대한 판결은 엇갈립니다. 하급심에선 이 쟁점에 관한 판단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수원에선 “실제 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 가능 여부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을 기준으로 봄이 타당하며 -중략- (계약이 갱신된) 그 후에 임차목적물을 양수한 자는 자신이 실제 거주할 것이라는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며 세입자 손을 들어준 판결이 나왔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1. 3. 11. 선고 2020가단569230 판결).
이와 달리 서울중앙지법은 “만약 매수인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일 이전에 소유권등기를 마쳤다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해 적법하게 거절할 수 있었을 것인데, 먼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형평에 반한다”고 해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것으로 판시했는데요(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8. 선고 2020가단5302250 판결).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몇 달 뒤 2심에서 뒤집혔습니다. 2심 재판부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취지는 임차인이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안정적으로 연장해 주거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 법적 성질이 갱신요구 의사표시로 바로 효과가 발생하는 형성권이라는 점”과 함께 “임대인의 실거주 사유는 임차인 측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임대인의 주관적 사유”라는 이유 등을 들어 주택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에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면 적법하게 갱신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죠(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8. 20. 선고 2021나22762 판결).
그런데 또다시 최근 이 사건의 상고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계약갱신요구권과 그 거절에 관한 첫 판단을 내놓으며 입장을 정리했습니다(2022. 12. 1.자 2021다266631 판결).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임차주택의 양수인도 갱신거절기간 내라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2심법원의 판단을 뒤집은 것인데요. 임대인이 실거주할 목적이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단서(제6조의3 제1항 제8호)의 ‘임대인’을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를 할 당시의 임대인으로만 제한해 해석할 수 없다는 취지로서,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사람이 기존 임대인과는 별도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설시한 것입니다.
대법원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당시 이미 해당 주택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돼 있어 소유자 변경이 예정되어 있던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임차인으로서는 자신이 예측할 수 없는 매매계약으로 인해 법이 부여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게 되며, 이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라는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입니다. 게다가 임차주택의 매수인으로서는 이미 임차인이 있다는 사실과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한 후 매수여부와 매수가격 등을 결정할 수 있는데, 임차인이 이미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이상 매수인은 이미 계약갱신된 임대차계약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후 임차주택이 매도된 경우 매수인과 임차인 사이의 갈등은 해결 방향이 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분쟁 가능성은 남아있기 때문에 매매계약 체결 시 기존 임대인과 임차인 그리고 임차주택의 매수인이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이를 서면 등으로 남겨두는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 필자는 법무법인 테오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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