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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 올인”…존재감 희미한 석유화학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에 3조2000억원 투입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석유화학 자회사 매각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해 있는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친환경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생산‧판매 자회사를 매각해 PTA 사업에서 철수하고, 한화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사업의 가치 사슬 완성을 위해 3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그간 친환경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마련 용도로 활용돼온 석유화학 사업이 축소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 일각에선 “석유화학 사업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도 감지된다. 

17일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사회를 열어 파키스탄 PTA 생산‧판매 자회사인 롯데케미칼 파키스탄(LCPL)의 보유 지분 75.01% 전량을 파키스탄 석유화학업체인 럭키 코어 인더스트리스에 약 1924억원에 매각한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하반기부터 울산 PTA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 전환을 통해 고순도 이소프탈산(PIA)를 생산해왔는데, 이번 LCPL 매각으로 PTA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PIA는 페트(PET), 도료, 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롯데케미칼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다. PTA는 원유를 정제해 얻은 파라자일렌(PX)을 원료로 활용해 산화‧정제 공정을 거쳐 제조되는 순백색 분말의 제품으로, 폴리에스터 섬유와 산업용 원사, 페트병, 산업용 필름 등에 쓰인다.

석유화학업계에선 “지난해 글로벌 동박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친환경 사업 확장을 위한 과감한 행보를 보인 롯데케미칼이 이번 LCPL 매각으로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에 대한 진정성을 또 한 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자회사를 인수 당시 가격의 10배가 넘는 금액을 받고 되팔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 마련에 나서는 결단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LCPL은 롯데케미칼이 지난 2009년 약 147억원에 인수한 회사로, 글로벌 경기 불안 등의 어려움에도 2021년 매출액 4713억원, 영업이익 48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고부가 스페셜티(고기능성)와 친환경 소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LCPL을 매각했다는 입장이다.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이번 해외 자회사 매각은 비전 2030 전략 방향에 맞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실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2030년 매출액 50조원 목표를 밝히고, 고부가 스페셜티와 친환경 소재 사업에서만 전체 매출의 60%에 해당하는 30조원의 매출액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석유화학 사업 점진적 축소”

물론 “이번 LCPL 매각을 기점으로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사업이 대폭 축소될 것이란 시각은 과도한 전망”이란 반론도 많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LCPL 매각 등 친환경 사업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은 맞지만, 그간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신중하게 친환경 사업 확대를 꾀하는 전략을 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석유화학 사업을 대폭 줄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와 함께 “석유화학 사업의 안정적 수익 창출”을 강조했다. 

한화솔루션이 무려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인 ‘솔라 허브’를 구축한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사실상 태양광 회사라고 선언한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증권업계 등에선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에서 손을 뗄 것”이란 다소 극단적인 주장마저 제기된다. 다만 “태양광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획된 투자에 더해 추가 투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케미칼 사업부의 매각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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