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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 수출 '한파'에 버티기…‘슈퍼 을(乙)’ ASML은 최고 실적

단기간 업황 개선 가능성은 낮은 수준
2026년까지 성장세↑ 기대감
ASML, 지난해 4분기 매출 8조6000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당장 수출 감소, 업황 부진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성장세가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 동시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경제 연구기관과 함께 개최한 ‘연구기관 수출간담회’에서는 반도체 업황 부진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산업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LG경영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연구기관들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둔화와 주요국 경기 회복세 지연으로 반도체 등의 수출 둔화세가 당분간 지속될 우려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KDI는 세계 경제 둔화와 반도체 산업 경기 악화가 올해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기관들은 이런 대외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이 단기간에 수출 증가율을 플러스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반도체 불황의 여파는 작지 않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은 수출인데,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SGI 브리프 보고서 ‘반도체 산업의 국내 경제 기여와 미래 발전전략’을 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은 0.6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예상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7%인 것을 고려하면 반도체 산업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전체 반도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5.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26일 밝혔다. 반도체 가운데서도 메모리 반도체 성장률은 6.9%를 기록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불황 속에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특히 부진한 상황을 뒤엎는 전망치다.

5G나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터(HPC) 등 첨단 산업군의 성장세가 지속되는데, 관련 산업에서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한 만큼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9.4%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이 2023년 상반기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2023년 3분기 이후 메모리 업황이 개선되고 24년에는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 반도체 가격 상승과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체들도 가격 하락을 견뎌내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2021년 3월 5.3달러에 달했던 D램 가격은 이후 꾸준히 하락해 최근에는 2.2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반도체 수요 감소와 제품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13∼1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반도체 가격이 같은 해 3분기보다 20∼25%가량 떨어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내느냐보다 업황이 살아날 때까지 경쟁사보다 잘 버틸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결국 위기를 견뎌낸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파 비껴간 ‘슈퍼 을(乙)’ ASML

이런 가운데서도 고성능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 ASML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고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한 대당 2000억원에 달하는 반도체 미세공정에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한=하는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ASML만이 유일하게 이 장비를 생산하는데, TSMC나 삼성전자도 이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매달릴 정도여서 ASML이 ‘슈퍼를(乙)’로도 불린다.

ASML은 지난해 4분기 64억유로(약 8조5800억원) 매출액과 21억2500만유로(약 2조8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최근 밝혔다.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28.96%, 영업이익은 4.63% 늘었다. 불황에도 경쟁을 멈출 수 없는 반도체 기업들이 ASML의 장비를 구매하면서 반도체 시장의 한파가 ASML은 비껴갔다는 평가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4분기 매출은 전망치 내 중간 수준을 달성했고, 이익률은 전망치를 상회한 51.5%를 기록했다”며 “ASML 시스템 수요는 견조하게 지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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