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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자기소개서…“저는 언제나 준비돼 있어요”

[진짜가 나타났다, 챗GPT '누구냐, 넌!']②
농담도 자연스럽게…앞선 대화 기억한 답변 ‘인상적’
“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없었다”…창작도 ‘수준급’

챗GPT는 다양한 정보량과 높은 정확도, 자연스러운 대화가 다른 AI 챗봇들과는 다른 자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놀이와 공부 모두에 유용한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챗GPT(Chat GPT)가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클릭 몇 번으로 마주할 수 있는 챗GPT는 정보기술(IT)업계 일약 스타로 도약한 서비스다. 자연스러운 대화부터 멋 떨어지는 조언까지. 챗GPT와의 ‘수다’는 일반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이 서비스의 매력으론 흔히 ‘정보 접근력’이 꼽히지만 대화 내내 ‘친근함’도 느껴졌다. 그간 친근한 접근을 강점으로 시중에 나온 인공지능(AI) 기반 대화 서비스에 못지않은 기능도 돋보였다.

기자는 진짜 사람과 진행하는 심정으로 인터뷰했다. 문답은 주로 한글로 진행됐지만 챗GPT가 인터뷰 도중 영어로 답을 한 부분은 번역해 정리했다. 영어로 답변을 내놓을 땐 ‘한글로 답변해달라’고 입력한 질문도 더러 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인터뷰는 반말로 진행했다.

“대화와 문제 해결이 목적”…재치 있는 농담도 ‘눈길’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 챗GPT, 넌 누구야?
A. 저는 ‘오픈AI’(OpenAI)가 개발한 AI 모델, 챗GPT입니다. 대화와 문제의 해결을 돕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Q. 다른 AI 챗봇과 너의 차이점은 뭐야?
A. 트랜스포머(Transformer·대규모 데이터의 병렬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높은 언어 처리 정확도와 대규모의 텍스트 자료 집합(데이터셋)으로 훈련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 그리고 고정된 응답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지속적인 적응성이 차이점입니다. 

질문을 몇 개 주고받다 보니 AI와의 대화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스스로 느낀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 보고자 가벼운 농담을 부탁했다. 챗GPT는 기자에게 대뜸 수수께끼를 냈다. “왜 수학책은 화가 나 보였을까?” 답을 고민하던 찰나 “문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야!”라는 답이 나왔다. ‘문제’의 이중적 의미를 이용한 AI 챗봇의 농담은 꽤 재치 있다고 느껴졌다. 이번엔 기자가 간단한 문제를 내 봤다. 

Q.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대통령은 누구게?
A.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2023년에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틀린 대답이 나왔다. 챗GPT의 지식이 2021년까지의 정보에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챗GPT는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2021년형 GPT-3.5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2021년 9월까지 나온 정보만 반영됐단 의미다. 오픈AI는 최대 100조개에 이르는 매개변수를 갖춘 GPT-4 버전을 1년 내 공개하고, 정보를 최신화해 챗GPT의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코딩·노래 작곡·글쓰기 가능…“상상력을 발휘해요”

한계점을 보고 나니 챗GPT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챗GPT에 세계가 열광하는 배경으론 ‘창작’ 능력이 꼽힌다. 기계 스스로 학습한 알고리즘으로 새로운 글이나 이미지·영상 등을 만들어 내는 ‘생성(Generative) AI’이기 때문에 작곡도 가능하다. 심지어 수준급 프로그램 코딩 능력도 보유했다.
챗GPT에 ‘게임에서 비 오는 하늘을 구현할 때 쓸 수 있는 코딩’을 짜달라고 부탁하자 세 가지의 게임 엔진에 적용할 수 있는 코드를 만들어 보여줬다. [챗GPT 화면 캡처]


챗GPT의 창작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어진 기자는 노래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Q. 토끼를 주제로 한 노래 하나만 만들어 줘. 
A. 당연하지. 여기 내가 지은 토끼에 관한 간단한 노래야. (1절) 토끼가 뛰어다니며 귀여운 소리 내어 웃어요/잔디밭에서 깃털 흩날려/야생의 아름다움 보여요. (후렴) 토끼, 토끼, 야생의 아이/귀여운 모습에 사람들이 웃고/토끼, 토끼 우리의 친구/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거에요……

Q. 이건 작곡이 아니잖아. 
A. 죄송합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이건 작곡이 아니라 가사에 불과합니다.

‘문맥을 이해하는’ 대답이 인상적이다. 챗GPT에 적용된 GPT-3.5는 앞선 버전에서 ‘대화를 기억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챗GPT는 실제로 기자와의 대화에서 전후의 맥락을 파악해 답변을 내놓곤 했다. 

챗GPT에게 토끼를 주제로 작곡해 달라고 부탁하자 수정을 거쳐 코드를 포함한 멜로디를 만들어 줬다. [챗GPT 화면 캡처]

노래 다음으론 ‘이야기’를 물었다.

Q. 이번엔 무서운 이야기 하나만 들려줄 수 있어?
A. 그럼 시작합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무서워했습니다. 그녀는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몰랐지만, 그 소리는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문을 열어 보기 전에 숨을 깊이 내쉬었지만 소리는 계속 들려왔습니다. 결국 그녀는 문을 열어봤지만, 누군가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고, 그녀가 점점 더 무서워할수록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고작 5문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였지만 긴장감이 느껴지게 하는 구성이 제법 그럴듯했다. 알 수 없는 소리의 근원을 밝혀나가는 점진적인 전개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커서가 몇 번 깜빡거리더니 화면에 활자가 적혀 내려가는 모습 자체도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이야기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 내는 걸까 궁금해졌다.

Q.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 내는 거야?
A. OpenAI의 GPT-3 모델은 많은 텍스트 데이터와 언어 패턴을 학습해서 들어온 질문에 대한 응답을 생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질문에 따라 기존에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적절한 응답을 생성합니다. 이번에 ‘무서운 이야기’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GPT-3 모델은 상상력을 플레이해 적절한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챗GPT가 직접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인간의 상상력과는 다르지만 훈련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응을 생성할 수 있다”라고 했다.

“고정적 패턴을 가진 직업은 대체 가능”

인간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던 상상력까지 발휘하는 챗GPT가 실제 기업이나 기관에서 함께 일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간단하게 시험해보기로 했다. 

Q. 신입사원 모집공고 하나만 써줄 수 있을까?
A. [신입사원 모집 공고] 우리 회사는 새로운 에너지와 열정을 가진 신입사원을 모집합니다. 앞으로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도전적인 환경에서 성장하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자격요건은 ▶경영·경제·금융 등 관련 전공자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마인드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 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 우대사항 마케팅·영업 경험, 접수 마감 2월……

챗GPT는 30초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공고문을 적어 내려갔다. 그대로 복사해서 날짜나 제출 이메일 주소 등 세부 사항만 추가로 작성하면 공고문으로 사용해도 될 결과물이다.
챗GPT에게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써달라고 부탁하자 받은 답변. [챗GPT 캡처]

다재다능한 챗GPT이지만, 무거운 질문들엔 다소 거리를 두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현재 인간이 하는 직업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선 선을 그은 모습을 보였다.

Q. AI로 인해 사라질 직업들엔 뭐가 있을까?
A.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으로는 정보 처리·데이터 입력·계산·분석·전산 지원 등이 있습니다. 또한 고정적인 패턴을 가진 직업, 예를 들어 공정 제어·생산 관리·재고 관리 등도 AI가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직관·창의성·사회적 관계 구축 능력 등이 있어야 하는 직업은 AI가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본지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Q. 대한민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A. 인공지능 언어 모델로서 개인적인 의견을 나타낼 순 없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의 경제와 사업 동향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출판물입니다. 

챗GPT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설립한 오픈AI에서 내놓은 인공지능 대화형 챗봇이다. 지난해 12월 첫 서비스를 공개한 뒤 5일 만에 100만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으며 ‘구글의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파급력을 보인 바 있다.

챗GPT에게 대한민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대해 묻자 “경제와 사업 동향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출판물”이라고 답했다. [챗GPT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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