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전문가가 챗GPT로 ‘다시 만난 이순신’
[진짜가 나타났다···챗GPT, '누구냐, 넌!']③-①
AI 시대 이순신 장군의 부활을 꿈꾸며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결과물 달라져···'질문의 시대’
[글=박종평 서울여해재단 이순신학교 교수]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공지능(AI)이 현실화했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자비스(JARVIS)가 지금 우리 눈앞에 있다. 작년 12월 초, ‘챗GPT’가 공개됐을 때 관련 기사를 접했다.처음에는 한글 기사임에도 기사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당시 읽었던 기사는 ‘구글 이즈 돈’(Google is done·구글은 끝났다)으로 시작했고, ‘오픈 AI’, ‘GPT3’, ‘GPT3.5’, ‘ChatGPT’, ‘1750억개 매개변수’, ‘AI 챗봇’ 등과 같은 단어들이 춤을 췄다.
필자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기에, 읽는 책과 정보는 대부분 조선시대 관련 문헌이나 정보에 한정돼 있다. 게다가 본래의 전공도 이공계 혹은 컴퓨터 관련 쪽도 아니다. 인터넷도 관련 정보가 있는 사이트나 찾아가는 정도다. 유튜브 시대임에도 유튜브는 아예 보지도 않고 지냈다. 21세기에 살면서도 실제 머릿속은 이순신 장군이 살던 1500년대에 머물고 있었다.
그런 필자의 눈에 띈 그 기사는 필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AI가 학습을 통해 접속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한다고 하니 마치 자비스를 현실 세계에서 직접 보는 듯했다. 그러나 그 기사에서는 접속 방법 등이 안내되어 있지 않았다. 또 아무리 그런들 필자가 공부하는 1500년대 조선시대 인물과는 관계가 없을 듯했다.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다 일주일 뒤에 비슷한 기사를 다시 본 뒤에야 챗GPT에 가입하고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본 이순신 "나폴레옹과 비슷한 변혁적 리더”
챗GPT에서 한 첫 번째 테스트는 필자의 연구 영역인 이순신 장군에 대한 질문이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이순신 장군을 모른다면 그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순신 장군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최소한 그 이름만큼은 모두가 안다. 심지어 100원짜리 동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필자는 외국에서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어떻게 알려져 있는지, 현대를 살아가는 외국인들에게도 그의 삶이 롤 모델이 될 수 있을지 늘 궁금했었다.
그러나 아는 외국인도 없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하지 않기에 외국인에게 직접 물어볼 방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것을 하기 위해 새로 SNS를 시작한다고 해도 어느 세월에 그에 대한 답을 줄 외국인을 만날 것인지도 알 수 없어 궁금증을 궁금증으로만 가둬두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챗GPT의 등장은 눈을 뜨게 할 기회였다. 필자의 눈에는 챗GPT가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영어로 소통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관점에서 챗GPT가 미국인 혹은 외국인이라고 보였다. 챗GPT를 외국인으로 보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몇 차례 실수를 반복하면서 챗GPT를 본격적으로 살폈다. 그 실수들이란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영어와 한글의 차이, 챗GPT의 특징에서 오는 부분적 한계 등이었다. 또 챗GPT로 새로이 무언가를 도전하는 사람들의 기록들도 유심히 읽었다. 시를 썼다는 사람, 소설을 썼다는 사람, 작사와 작곡을 했다는 사람, 코드를 짰다는 사람, 인공지능 그림 생성도구(DALL-E)로 그림을 그렸다는 사람 등등의 체험기였다. 생전 보지 않던 유튜브도 보기 시작했다. 국내 유튜버들의 체험기는 너무 단순했기에 외국인의 유튜브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런 뒤 집중적으로 여러 가지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영어로 질문을 해야 상대적으로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온다는 것을 안 뒤부터는 구글 번역기와 네이버 파파고를 활용해 영어로 질문했고, 답이 나오면 같은 번역기로 한글화 시켜 내용을 살폈다. 영어를 일일이 읽는 것은 부담일뿐만 아니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에 시간 단축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 독자들 역시 영어에 대한 부담 없이 한글로 질문을 해도 되나, 가급적 번역기를 활용해 영어로 질문할 것을 추천한다.
다음은 몇몇 질문 사례이다.
질문 결과 챗GPT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몇 차례 테스트 한 결과 답변에 오류도 있었다. 특히 우리말로 질문할 때 오류가 더 심했다. 이는 챗GPT가 학습한 우리말 데이터가 부족하고, 또 영어로 된 데이터 중에서 우리나라 관련 자료가 충분치 않기 때문인 듯하다.
여러 차례의 테스트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것들을 보면, 깜짝 놀랄 부분이 많았다. 특히 내부자적인 시각으로 이순신 장군에 대해 공부를 했던 필자에게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것이 많았다. 다음은 그와 관련한 챗GPT의 답변이다.
이순신의 리더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답변이다. 챗GPT는 이순신을 “변혁적 리더”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답변은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쉽게 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표현하는 경우 자체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순신의 리더십을 다양하게 접근하고 설명할 수 있으나, 챗GPT는 아주 간명하게 핵심을 뽑아 정리해 주고 있다. 또 이순신과 같은 리더십을 갖은 사람으로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그 어떤 이순신 전문가도 그런 발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또 다음의 답변도 아주 흥미롭다.
두 개의 답변을 보면, 질문에 따라 답변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으나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다. 이 두 답변 모두에서 이순신과 비슷한 전략 전술을 사용한 사람들로 손자, 알렉산더, 나폴레옹, 워싱턴, 맥아더, 롬멜, 아이젠하워, 넬슨 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 중에서 손자와 넬슨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경우는 그동안 누구도 이순신과 비교조차 해 본 일이 없던 인물들이다. 우리는 구한말 이래로 영국의 넬슨, 최근에는 손자와 비교를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알렉산더, 나폴레옹 등과 이순신이 비슷하다고 한다. 이는 챗GPT가 외국의 자료를 더 많이 갖고 있기에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순신의 특징과 비교해 그런 판단을 한 듯하다. 어쨌거나 이 결과는 향후 이순신 연구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듯하다.
질문에 따라 답변이 조금씩 차이가 나나 분명한 것은 챗GPT는 그동안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우리에게 새로운 문제의식을 주고, 새로운 생각을 하도록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책을 만들어달라고 하자 제목에 목차까지 척척
필자는 내친김에 이순신 장군에 대한 책을 쓴다는 것을 가정하고 책 제목과 목차를 요청해 보기도 했다.
책 제목으로 제시한 것은 ‘이순신 장군: 전술의 천재이자 영감을 주는 지도자’였다. 정말 멋있다. 목차 역시 그럴싸했다. 누구라도 이순신에 대한 책을 쓴다면 최소한 들어가야 할 부분들이 목차로 나왔다.
또 이순신 장군의 삶을 주제로 한 시를 한 편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번역기를 돌린 것이라 시의 느낌은 없으나, 그 내용을 보면 멋진 시 한 편이 지어진 것에 틀림이 없다. 또 나아가 소설 한 편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소설에 대해서는 자신이 AI 모델이라 쓸 수 없으나 아이디어를 줄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질문을 바꾸면 소설도 지어 준다. 이 답변에 대해 ‘당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번 소설 샘플을 만들어 주세요’같은 명령을 하면 샘플이 나온다. 사람에 의해 통제되는 AI이기 때문에 때때로 그와 같은 답변을 하나, 질문을 잘해 우회하면 소설도 지어 준다. 기존에 쓴 소설(글)도 수정을 할 수 있다. 한글이든, 영어든 쓴 소설을 올려놓고 수정해 달라고 하면 수정해 준다. 다만 어느 부분을 어떻게 수정해 달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생각이 반영된 글에 가깝게 된다.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한산도가’로 노래도 만들 수 있을까?
테스트하는 김에 이순신 장군의 삶을 주제로 노래를 작사해 달라고 해 보았다.
이 역시 번역기를 사용한 것이라 거칠다. 그러나 원문을 제대로 번역해 가사로 만든다면, 어지간한 작사가보다 더 훌륭한 노래가 될 듯하다. 그 참에 이순신 장군이 지은 시조 ‘한산도가’ 한 구절인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던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남의 애를 끊나니’를 챗GPT에 주고 이어서 가사를 지어달라고 했다.
번역기의 한계를 고려해도 최소한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가’의 2절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 필자는 챗GPT로 작곡도 할 수 있다는 사례를 접하고 ‘한산도가’를 작곡해 보았다. 필자가 음악에 무지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도 혼란스러우나 분명한 것은 챗GPT로 악보를 만들고, 그 악보를 바탕으로 소리를 내게 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챗GPT가 코드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챗GPT로 MusicXML 코드를 만들어 내게 질문하고, 보완해 가면 MusicXML을 만들 수 있다. 다음은 작곡을 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절대 아니나, 어쨌든 코드를 만들게 해 MusicXML을 실제로 만들었고, 그것을 음악 전문 사이트를 활용해 만든 사례이다.
다음은 챗GPT가 만든 MusicXML과 그 파일을 활용해 실제 연주되는 악보 사진들이다. 두 개의 버전이다. 바로 아래는 한글 ‘한산도가’로 만든 것이고, 그 아래는 ‘한산도가’를 챗GPT로 수정시켜 만든 것이다.
챗GPT로 MusicXML을 만든다는 것은 프로그램 코드도 당연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전혀 모르나,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적 개념만으로 프로그램을 짜보기도 했었다.
필자는 챗GPT가 등장한 후 채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다. 챗GPT는 쓰면 쓸수록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다. 특히 미국의 어느 여성은 자신이 어릴 때 쓴 10여 년 치의 일기를 GPT에 학습시켜 어렸을 때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대화했다고도 한다.
이는 필자에게도 무척 흥분되는 이야기이다. 이순신 장군의 경우, 7년 동안 쓴 <난중일기>와 보고서인 ‘장계’가 많이 남아 있다. 이순신 장군의 일기와 보고서를 AI에 학습시킨다면,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이순신과 비록 가상이기는 하나 직접 대화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개 어느 사람이건 그 사람의 말은 한정적이다. 또 그 말에는 그 사람의 생각이 들어 있다. 일기는 그 사람의 말과 생각이 드러난 것이다. 챗GPT의 시대는 이순신의 생생한 부활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서 챗GPT의 한계는 ‘언어’와 ‘사고력’
필자가 챗GPT를 경험하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이제는 ‘질문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 상대에게 원하는 대답을 얻으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해야 하느냐였다. 이미 있는 지식, AI가 학습한 전문적 지식을 내가 이해하기 쉽고, 내가 활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은 결국 나의 질문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챗GPT는 어쩌면 한계가 일찍 올 수도 있을 듯하다.
첫째는 언어의 한계, 즉 영어와 한글의 차이 때문이고 둘째는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과 문화 때문이다. 질문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나오는 대답 역시 제한되기 때문이다. 창의적 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또 챗GPT가 일부분 오답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지, 빙산 자체를 탓할 것은 아니었다. 구글이 비상을 걸었듯 확실한 것은 챗GPT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급류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격류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혁신밖에 없다. 챗GPT가 이순신에 대해 ‘변혁적 리더’라고 했듯, 창의적 혁신 없이 안주하려 한다면 풍랑속에서 침몰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격류를 타고 큰 바다로 나아가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던, 격류에 휩쓸려 사라지던 그 선택은 결국 우리의 자세에 있다. 챗GPT는 분명히 그런 태풍을 몰고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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