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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파고든다, 챗GPT가 뭐길래

[진짜가 나타났다, 챗GPT '누구냐, 넌!']①
‘사람보다 탁월한 글쓰기’에 예술·학계·빅테크 ‘충격’
“기술 영역부터 변화 시작해 전문가 대체할 것”

걷잡을 수 없는 변화가 시작됐다. 챗GPT 등장 앞엔 ‘혁신·충격·놀라움·두려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대답하는 서비스’ 챗GPT를 써본 숱한 전문가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본 단면을 표현하고 있다. 얽히고설킨 문장들이 쏟아지지만, 공통된 감상은 ‘변화’로 읽힌다. 기술은 등장했고 해석은 인간의 몫이 됐다.

시대의 변화는 때론 도구의 발명으로 대변되곤 했다. 선조들이 사용한 바퀴가 그랬고, 현대인의 손을 점령한 스마트폰이 그렇다. 챗GPT는 이미 ‘아이폰 등장’과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챗GPT 열풍이 불자, 많은 이들이 2016년 ‘천재’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의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네 번을 이기고 한번을 진 당시 알파고처럼, 이제 막 등장한 챗GPT는 완성 모델이 아니다. 더 발전할 일만 남았다. <이코노미스트>가 챗GPT가 만들고 있는 변곡점의 한 단면을 담았다. [편집자]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 대화 서비스 챗GPT 사용 모습.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챗GPT(Chat GPT)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정보기술(IT)업계는 물론이고 예술·교육 등의 분야에서도 ‘고도화된 대화형 인공지능(AI)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오픈AI(Open AI)가 챗GPT를 출시한 시점은 2022년 12월 1일. 출시 5일 만에 하루 이용자가 100만명을 돌파하고, 두 달이 지나선 1000만명으로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 서비스는 그간 시장에 숱하게 등장하고, 사라졌다. 챗GPT의 ‘하루 1000만명 사용’이란 기록을 두고 ‘파격·기염’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챗GPT가 산업계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열풍을 일으키는 배경으론 ‘글쓰기 능력’이 꼽힌다. 사람처럼, 혹은 사람보다 더 정교한 대화 능력을 구사한다. 이를 일반 대중도 쉽게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요소로 작용했단 분석이다. 챗GPT 출시 초기엔 영어로만 대화가 가능했으나, 현재는 한글로도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챗GPT 현재 수준, 막 학부 졸업한 개발자보다 뛰어나”

현재 서비스되는 챗GPT는 ‘초기 모델’이다. 테스트 버전으로 출시된 서비스임에도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다. 챗GPT는 ‘더 발전할 일’만 남았다.

오픈AI는 1년 내 해당 모델의 기능을 매개변수(파라미터·Parameter) 기준 최대 571배 상향할 계획이다. 인간의 사고 과정을 구현하는 AI 개발 영역에선 매개변수는 ‘시냅스’(Synapse)에 해당한다. 시냅스는 사람의 뇌에서 뉴런과 뉴런을 연결한다. 시냅스가 인간의 정보 전달망이라면, AI에겐 매개변수가 그 역할을 한다. 사람의 뇌는 통상 1000억개 뉴런과 100조개 시냅스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현재 챗GPT 모델은 오픈AI의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3.5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오픈AI는 매개변수 수에 따라 ▶2018년 GPT-1 1억1700만개 ▶2019년 GPT-2 15억개 ▶GPT-3는 1750억개로 버전을 구분했다. 챗GPT는 GPT-3를 개량한 GPT-3.5 기반 초거대 언어모델(LLP)이 적용됐다. 이전 질문까지 기억해 맥락에 적합한 답을 찾아주는 기능이 개선됐다. 회사는 1년 내 인간의 시냅스 수와 비슷한 수준의 100조개 매개변수를 갖춘 GPT-4를 내놓을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교수)는 “매개변수 1750억개로는 현재 챗GPT가 보여준 ‘문맥을 이해하는 자연스러운 대화’는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했으나, 오픈AI는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기술을 발전시켰다”며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정보를 조합해 놀라울 정도의 답변을 빠르게 내놓는다. 인간의 시냅스 수준으로 매개변수가 늘어난다면 발전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이 고도화된 거대 AI의 등장으로 특히 전문가 영역이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석빈 서강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는 “프로그램 개발 영역만 본다면 미완성이라는 챗GPT의 현재 수준은 이제 막 학부를 졸업한 개발자보다 뛰어난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챗GPT 등장은 티핑포인트(급격한 변화 시점·Tipping Point)가 지난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개발자 상당수가 ‘벽’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챗GPT는 단순히 정보를 취합해 전달하는 수준을 벗어났다. 질문만 명확하면 사람이 작성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소설·수필도 내놓는다. 음악 코드 전개를 물어봐도 그럴싸한 대답을 한다. 신나는 음악 코드를 전개해달라는 말에 챗GPT는 ‘신나는 분위기 적합한 4조’라며 벌스1(verse1·1절) ‘C - G - Am – F’와 코러스(Chorus) ‘G - F - C - G’ 등을 짜서 보여줬다. 보고서·작사·시험·독후감 등 글쓰기 외에도 코딩·작곡과 같은 기능도 빼어난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나는 음악 코드를 전개해달라’는 요청에 챗GPT가 내놓은 답. [챗GPT 캡처]

다양한 전문가들이 챗GPT 등장을 하나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2016년 ‘알파고’를 통해 이세돌 9단을 꺾었던 충격을 다시금 일으키고 있다는 견해다.

챗GPT, 와튼스쿨 MBA 수료 가능?

챗GPT의 등장에 학계도 분주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맥 혁신경영연구소의 크리스천 터비시 교수는 최근 ‘챗GPT가 와튼 경영학 석사(MBA)를 수료할 수 있을까’란 논문을 발표했다. 챗GPT는 와튼스쿨 MBA의 필수 교과목인 ‘운영관리’ 기말시험에서 ‘B-’에서 ‘B’ 사이를 받았다. 미국 법학전문대학원 시험과 의사면허 시험도 통과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의료 스타트업 앤서블헬스 연구진은 “챗GPT가 의사면허시험(USMLE)을 시행한 결과에서 50% 이상 정확도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 뉴욕시 교육부는 공립학교의 챗GPT 접속을 차단했다. 학생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워싱턴DC 소재 대학들은 손으로 쓴 논문과 구술시험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하버드대·예일대는 챗GPT를 탐지하는 GPT제로(ZERO)를 개발했다.

미국 빅테크에도 비상이 걸렸다. 구글은 ‘코드레드’(Code Red·심각한 위기 상황)를 선언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챗GPT가 검색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협력을 택했다. 오픈AI와 파트너십을 연장하고, 챗GPT를 포함한 모델을 자사 클라우드에서 독점 공급하는 권리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MS는 대규모 투자도 단행한다. 

챗GPT의 열풍은 청와대에서도 확인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정안전부·통일부 등 4개 부처 업무 보고에서 챗GPT에 대해 “잘 연구해 우리 공무원들이 활용할 수 있게 행안부에서 리드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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