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시장 보폭 넓히는 건설사…모듈러주택 관심도↑[해외로 뻗는 K-건설③]
지난해 국내 건설사 북미·태평양서 45억 달러 수주…미국 수주액 첫 ‘3위’
GS건설, 폴란드·영국 모듈러 전문회사 인수 후 해외 선진 시장 공략
삼성물산도 사우디 모듈러 주택·건물 제작에 ‘출사표’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기존 수주 텃밭이었던 아시아와 중동에 집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북미 수주를 확대하고 유럽에서 모듈러주택분야에 힘을 쏟는 등 해외 선진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 건설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국가 중 미국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3위에 올랐고, 유럽 수주액도 두자릿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 건설사들은 지난해 북미·태평양 지역에서 약 45억3600만 달러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북미·태평양에서 약 39억3400만 달러의 수주고를 올린 것에 비하면 약 15% 증가한 것이다. 수주 비중도 2020년 약 12.9%에서 지난해 약 14.6%로 늘어났다.
삼성·현대ENG 등 미국서 그룹 계열 공사 수주 돋보여
특히 지난해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는 미국에서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미국 수주액은 3위권 안에 미국이 처음으로 들어갔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을 보면 인도네시아(36억7000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34억8000만 달러)에 이어 미국이 34억6000만 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해외건설협회가 2000년 이후 집계한 국가별 수주액 톱 3에 미국이 들어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미국 건설시장 수주액은 지난 2021년 9억4323만 달러로 해외건설 수주 국가 85개국 중 11위, 2020년에는 2조4031만 달러로 20위에 머물러 있었다.
미국 수주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국내 대형 그룹들이 줄줄이 미국 현지 투자를 단행하면서 발주한 공사들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주요 수주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삼성물산이 발주처인 삼성전자 오스틴 법인으로부터 수주한 미국 반도체 공장 테일러 FAB1 신축공사(19억1434만 달러)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모비스 조지아 법인으로부터 수주한 현대모비스 북미 EA 프로젝트(5억 달러) ▶디엘이앤씨가 골든 트라이앵글 폴리머스로부터 수주한 USGC-2 고밀도폴리에틸렌 EPC(5억221만 달러)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모비스로 북미법인으로부터 수주한 현대모비스 북미 전동화공장 신축공사(1억3000만 달러) 등이 있다.
유럽에서도 지난해 34억1100만 달러를 수주해 전체 수주액 가운데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2021년(45억9600만 달러)과 비교하면 10억 달러 정도 수주액이 줄어들었지만, 사업 비중은 약 11%로 여전히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지난해 유럽에서 수주한 주요 프로젝트로는 ▶SK에코플랜트가 노르웨이 공공도로청의 발주를 거쳐 수주한 Rv.555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3억9924만 달러) ▶삼성엔지니어링이 러시아 발틱 케미컬 컴플렉스 발주로 수주한 발틱 화학 플랜트 에탄크레커 패키지(11억4260만 달러) ▶현대엔지니어링이 SK넥실리스 발주를 받아 수주한 폴란드 Sk넥실리스 동박공장(2억6751만 달러) 등이 있다.
‘미국·유럽 보편화’ 모듈러주택, 중동 등 사업 확장 눈길
국내 건설사들은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는 모듈러주택 사업에도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모듈러주택은 기존 현장 중심 시공에서 벗어나 주택을 구성하는 주요 자재와 부품의 70~80% 이상을 표준화·규격화한 모듈 유닛으로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모듈러주택은 목조 주택을 중심으로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보편화돼있는 주택이다. 특히 미국은 건설업체 90% 이상이 이미 모듈화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공기단축, 건축물 폐기물 감소, 에너지 사용 및 탄소배출 감소, 소음·진동·분진 등 환경문제 해결, 품질향상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건설 기능인력 고령화, 숙련공 부족 등 주택건설산업이 당면한 문제에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GS건설은 2020년 국내 건설업계에서 처음으로 유럽 선진 모듈러 업체 2곳을 동시에 인수하면서 일찌감치 모듈러주택분야 공략에 나섰다. GS건설은 폴란드 비아위스토크에 위치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회사인 단우드를 인수했다. 독일 모듈러 주택 시장 매출 4위를 기록한 단우드는 150여가지 설계와 제조 공정 자동화 등 모듈러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GS건설은 영국의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인 엘리먼츠사도 인수했다. 영국의 엘리먼츠는 선진 모듈러 시장을 중심으로 모듈러 화장실을 생산하고 있다. 영국 매출 기준으로 모듈러 화장실 전문회사 가운데 3위를 기록하는 회사다. 폴란드와 영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모듈러 업체 두곳의 노하우와 경험을 발판으로 해외 선진 시장에서 GS건설이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GS건설은 지난해 12월 중고층빌딩용 스틸 모듈러(Steel Modular) 기술도 개발하며 모듈러주택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모듈러주택 시장은 앞으로 해외 건설업계에서 규모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글로벌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건설업의 이익률은 4.4% 수준으로 제조업, IT 기술업 등 17개 산업군 중 15위에 불과해 수익성, 노동생산성 향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기업 E&I 엔지니어링그룹은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현장 작업 속도 60% 향상, 리프트 작업량 77% 감소 효과를 얻었다.
이에 국내 다른 건설사들도 해외를 중심으로 모듈러주택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모듈러주택과 모듈러건축물 제작·운영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등 중동지역 메가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물산은 1월 25일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제작시설을 사우디에 설립·운영하는 내용을 담은 모듈러 협력 관련 상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건설사들이 모듈러를 활용해 네옴시티 등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지역 초대형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앞으로는 기존 단순 시공과는 다른 사업 방식으로 수익성, 노동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며 “향후 5년 안에 공사 현장의 절반을 탈현장·모듈러 건설·3D 프린팅으로 전환해 공기 단축, 품질 향상에 나서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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