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짜리 강남 알짜빌딩, 빚도 적은데 경매 나온 사연[경매TALK]
형식적 경매, 지분 소유주 간 이견 해소방법으로 활용
공유물 분할 경매 사례 증가 추세
일부에선 부동산 독차지 위한 ‘꼼수’ 되기도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통상 법원 경매에는 채무를 갚지 못한 소유주가 보유한 부동산이 압류되어 물건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에 그렇지 않은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멀쩡한 강남 빌딩이나 부촌의 단독주택들이 일명 ‘공유물 분할’ 형식으로 법원 경매에 등장하는 것이죠.
2월 14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신사동에 자리한 한 빌딩(사건번호: 중앙3계 2022타경 108573)에 대한 경매가 진행됩니다. 최저입찰가는 무려 1178억1276만2000원입니다.
해당 건물에 대해 알아보면 이처럼 비싼 금액이 책정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위치는 도산대로에서도 도산공원 사거리에 근접한 대로변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물 옥탑에 옥외 전광판(임차인 소유이므로 입찰 외 시설임)이 설치될 정도로 위치가 정말 좋다는 거죠. 1층은 건물주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은행이 임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지가 1510.3㎡(약 457평)으로 꽤 넓은 편입니다. 이런 땅이 대로변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일부가 용도지역 상 상업지역이니 매우 비싸겠죠. 전체 감정평가액 중 토지가치만 약 1120억원으로 9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3.3㎡(평)당 가격이 2억원을 훌쩍 넘는데요. 강남 땅값, 정말 비쌉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싼 부동산 소유주가 채무관계로 인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게 됐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되죠. 물론 은행과 세무서에서 설정한 근저당이 있긴 하지만 채권총액은 100억원 정도로 건물 시세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입니다.
사실 이 건물과 건물이 위치한 토지는 소유권을 공유하고 있는 지분 소유자 3명 중 한 명이 신청 채권자로서 ‘공유물 분할 경매’를 신청한 것입니다. 사실상 채권자가 아니지만 채권자 같은 역할을 한 셈이죠.
이들 소유자는 각각 34%, 33%, 33%로 3분의 1 비율로 지분을 나눠 갖고 있습니다. 등기부등본 상 소유주의 성씨가 모두 같다는 것, 이들이 1998년 증여를 통해 역시 같은 성씨인 1926년생으로부터 지분을 이전 받았다는 점, 연령 등을 고려할 때 현 소유주들은 모두 형제관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가족이 보유한 청담동 건물 역시 지난달 31일 공유물 분할 경매로 처분된 바 있습니다. 이 건물은 감정가가 약 976억원으로 평가돼 최저입찰가보다 500억원 이상 비싼 1517억5900만원에 매각됐습니다.
공유물 분할은 통상 소유주들 사이에 재산 분할에 이견이 있는 경우 공유자 중 누군가 신청을 하게 되는데요. 현물 분할이 어려운 아파트나 빌딩 같은 경우 이렇게 경매로 나와서 재산을 매각해 대금 분할하게 됩니다. 경매 낙찰자가 나와서 건물이 매각되면 채무를 제외한 매각금액을 소유주들이 지분대로 나눠 갖게 됩니다.
따라서 누군가 재산을 처분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나머지 소유주가 이에 동의하지 않을 때, 재산을 두고 가족 간 다툼이 있는 경우에도 이 같은 사례가 흔히 나타나게 됩니다.
2021년에는 유명 연예인을 포함 120명이 응찰했던 청담동 꼬마빌딩도 공유물 분할경매로 나왔습니다. 당시 이 건물을 공동명의로 갖고 있던 소유주들은 한때 동거인으로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 목적으로 공유물 분할 신청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경매 전 가족 간에 재산 처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경매가 취소되기도 합니다.
일부 신청 채권자들은 이처럼 여러 명이 지분을 가진 부동산을 단독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 대문에 공유물 분할신청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의 일부 지분만 나오는 ‘지분 경매’와 달리 공유물 분할 경매 시엔 기존 공유자에게 우선권이 없으므로 누구나 입찰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경매 전문가인 정상열 천자봉플러스 대표는 “최근 가족 간에도 상속 받은 재산을 어떻게 운용할 지에 대한 협의가 안 되는 문제로 예전에는 희귀하던 공유물 분할의 비중이 10% 정도까지 높아지면서 가치가 높은 강남 빌딩도 경매에 나오고 있다”면서 “이처럼 입지가 좋은 빌딩이 경매로 나오는 경우 사옥 등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높은 금액에 낙찰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경매TALK’ 기사는 정상열 천자봉플러스 대표이사의 감수를 받아 작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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