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중소형 증권사에 더 혹독한 겨울…생존전략은

실적 30분의 1로 급감하고, 일부는 적자전환하기도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갖춘 대형사에 비해 더 타격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구조조정·혁신 나서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중소형 증권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줄줄이 ‘어닝쇼크(기대 이하의 실적)’를 기록했다. 지난해 증시 불황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까지 덮치며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 증권사보다 더 큰 실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 사는 리스크관리, 신사업 구축, 인력 감축 등 실적 개선을 위한 전략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줄줄이 실적 악화…한화투자증권은 적자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146억 원으로 전년(1565억원) 대비 2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177억원에서 871억 원으로 26% 줄었다. 현대차증권은 자산관리(WM) 및 투자은행(IB)부문 수익 감소에 따라 전년도 대비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다올투자증권의 잠정 영업이익은 985억원으로 전년(1476억원) 대비 33.28% 감소했고, 당기 순이익은 1761억원에서 766억원으로 56.49% 반토막 이상 났다. SK증권의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전년 508억원과 비교해 3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당기순이익 역시 414억원에서 13억원으로 96.7% 급감해 간신히 적자를 면한 수준에 그쳤다. 이들 증권사는 금리 인상, 증시 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등 국내 자산시장 침체 영향을 실적감소 이유로 꼽았다.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은 전년(2088억원) 대비 79% 감소한 43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476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2021년 당기순이익 1441억원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내리막길을 걸은 것이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2023년 1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민사 항소심에서 일부 패소한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원고에게 배상액을 선지급하면서 2022년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중소형 증권사 실적 부진 원인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이처럼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에는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가 가장 컸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도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자 주식, 채권 할 것 없이 자산가격이 일제히 급락했다. 증권사들의 운용자산 손실 규모는 불어났고, 주가하락으로 동학개미들이 증시를 떠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도 급감했다.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 등으로 IB부문 수수료 수입도 줄었고 WM 부문 역시 녹록지 않았다. 

PF 냉각에 따른 타격도 컸다. 최근 몇년간 부동산 시장 활황을 타고 PF는 증권사의 짭짤한 수익원이었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단기 자금경색으로까지 번지자 되레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됐다. 특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균형있게 갖춘 대형 증권사에 비해 PF 비중이 비교적 높았던 중소형 증권사들의 어려움이 컸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IB시장 위축과 PF리스크 등으로 인해 지난해 실적은 전년 대비 축소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며 “실제로 대형 증권사보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더 많은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증권 업황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권사의 원활한 단기자금 조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긍정적인 뉴스지만 부동산 PF 이슈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와 기업들의 실적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되면서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일정 수준 회복됐다”며 “다만 증권사 수익의 핵심인 IB 실적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너도나도 실적 부진…회복 전략은 각양각색

중소형 증권사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증권업황이 혹독하기 때문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작년 말부터 구조조정에 본격 돌입했다. 경영 관련 직무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경영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물론 정규직 직원 대상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다올투자증권은 희망퇴직을 원하는 직원 중 ▶입사 1년 미만은 월급의 6개월분 ▶1년 이상~3년 미만은 9개월분 ▶3년 이상~5년 이하는 12개월분 ▶5년 초과는 13~18개월분을 보상안으로 제시했다. 

현대차증권은 실적 개선을 위해 디지털 혁신에 나선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디 에이치 모바일(The H Mobile)’의 개편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3월 론칭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전용 앱 ‘더 허브(THE Herb)’의 시스템 고도화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비대면 고객 관리를 강화하겠단 전략이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경영 내실화’와 ‘위기 속 기회 확보’를 올해 경영방침으로 세웠다”며 “IB 투자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퇴직연금 경쟁력 극대화로 내실 성장을 도모하고 전 사업 부문의 디지털 혁신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창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증권은 사업 분야를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SK증권은 사모펀드 계열사 SKS프라이빗에쿼티(SKS PE)를 통해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 투자에 나서면서 사실상 뱅크샐러드의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SK증권이 저축은행과 자산운용사 등을 인수한 데 이어 뱅크샐러드와 협력을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 경쟁력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증권 관계자는 “자회사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의 편리함과 신뢰를 높여 자산 관리 모델을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증권업 고유 영역인 자산관리와 투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셌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사업을 근간으로 금융의 본질적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영역의 사업화를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화투자증권은 시장의 영향과 무관한 흑자구조를 확보하겠단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자산관리본부와 트레이딩본부는 안정적인 손익구조를 구축하고, IB본부에서 부동산PF 이외의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ESG 경영 역시 강화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회사는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통해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했다”며 “앞으로도 변화 대응 능력을 고도화해 위기 상황 속에서도 수익원을 확보함으로써 당기순이익 적자구조를 탈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십원빵’은 안 되고…토뱅 ‘나만의 지폐’는 되는 이유

2‘폭염·폭우’ 글로벌 기후변화에 ‘지수형 보험’ 주목

3‘사건·사고’에 대세 된 가상자산 보험, 국내는 언제쯤

4대한출판문화협회 “전자책 유출 시 징벌적 보상제도 도입해야”

5서울의대 교수 65% “의료진 소진 심각…진료일정 조정해야”

6시프트업, 코스피 상장 공모 절차 돌입…예상 시총 3조 안팎

7‘계속되는 서민 고통’…카드론 잔액 40조원 육박

8대통령실, 해외직구 대책 혼선 사과

9네이버 기술로 바꾼 ‘국립병원 시스템’…무엇이 좋아지나

실시간 뉴스

1‘십원빵’은 안 되고…토뱅 ‘나만의 지폐’는 되는 이유

2‘폭염·폭우’ 글로벌 기후변화에 ‘지수형 보험’ 주목

3‘사건·사고’에 대세 된 가상자산 보험, 국내는 언제쯤

4대한출판문화협회 “전자책 유출 시 징벌적 보상제도 도입해야”

5서울의대 교수 65% “의료진 소진 심각…진료일정 조정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