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 맞은 신한·우리금융, 과제는 [격동의 금융지주 전쟁]②
신한·우리 회장 세대교체 이뤄, 3월 주총 후 새 회장 체제 시작
신한, 진옥동 회장의 혁신 통해 리딩금융 굳히기
외부출신 임종룡, 우리금융 조직 결집 및 비은행 화력 집중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신한지주(055550)와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올해 새로운 회장을 맞으며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기존 회장들의 연임 가능성이 ‘99%’로 여겨 왔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금융사고의 최종 책임자는 회장’이라는 인식이 강해져 결국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연임에 실패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국내 금융지주 중에 두 지주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금융권 전체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국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세대교체 진행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차기 회장으로 각각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내정했다. 두 회장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취임할 예정이다.
이번 회장 교체는 금융당국이 금융사고에 지주 회장의 ‘최종 책임’을 문제 삼은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지금까지 국내 금융지주의 회장 연임은 경영 연속성을 이유로 3~4연임이 관행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당국이 지난해부터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펀드의 불완전판매 사태, 직원 횡령 등 금융사고의 책임을 최고경영자(CEO)에 물으면서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당국은 지주 회장들이 당국의 중징계를 법정에서 다퉈 대법원 승소를 받아내도, 내부통제 미비의 도덕적, 경영적 책임을 물었다. 문제가 발생한 지주 회장이 연임할 경우 해당 금융사의 시스템 개선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1월 공개한 ‘제20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불완전판매 규모는 오랜 기간 걸쳐 굉장히 크고 피해자도 많이 발생한 사안”이라며 “사회적 파장도 컸고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난 사안이라 CEO 제재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5일 당국 중징계에 대한 지주 회장의 소송 제기에 대해 “그 정도 사고가 났는데 제도를 어떻게 바꿀지는 얘기하지 않고 소송 논의만 하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용퇴 결정을 내렸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한 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연임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신한금융, 진옥동 체제서 ‘금융혁신’ ‘리딩금융’ 리드한다
신한금융은 새로운 회장으로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을 선임하고 리딩금융 지위를 지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근엔 신한은행장에 선임된 한용구 행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며 최대 계열사의 CEO 공백이 발생했지만 곧바로 정상혁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을 차기 행장에 선임하며 혼란을 잠재웠다.
신한은행 이사회는 적합한 인물을 차기 회장에 추천했다는 입장이다. 정 차기 행장이 진 회장 내정자의 행장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을 만큼 앞으로도 회장과의 호흡이 원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한은행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는 “정 부행장은 전통적 은행업의 특성과 최근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보유하고 있다”며 “리테일·기업금융 영업점장 근무 시 탁월한 영업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신한금융은 지배구조 안정을 이뤄낸 만큼 올해 ‘리딩금융’ 타이틀을 지켜내는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4조6423억원이다.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4조3207억원이다.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4조4133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이 KB금융보다 순이익이 높지만, 일회성 요인을 제하면 KB금융이 더 높다. 다만 사옥 매각 이슈를 제하더라도 두 금융지주의 순이익 차이가 1000억원도 나지 않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금융업계는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순이익이 지난해 총 3조450억원, KB국민은행은 2조996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국민은행보다 먼저 ‘3조클럽’을 달성하며 경쟁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은 음식 배달주문 앱 ‘땡겨요’를 출범하고 시장에 안착시켰다. 이는 진 회장 내정자가 행장 시절 진두지휘해 이뤄낸 결과다. 새로운 은행 혁신점포인 ‘디지로그’도 진 회장이 행장 시절 시작했다. 그만큼 진 회장 체제에서 신한금융이 새로운 금융혁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내부 안정시킨 임종룡 내정자…‘비은행’ 확대 나설 듯
우리금융 이사회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에 선임했다. 임 회장 내정자가 관치의 중심에 있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이사회는 임 내정자의 금융위원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경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기 회장에 내정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노조가 영업중단 등 반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임 내정자의 첫 번째 과제로 내부 조직원과의 화합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 부분도 예상보다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임 내정자는 지난 9일 우리금융 본사에 있는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박봉수 우리금융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임 내정자는 “직원들과 노조의 상처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그 누구보다 우리금융 직원을 사랑하는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와 박 위원장은 지난 7일에도 외부에서 한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과 당국과의 마찰도 해결되는 분위기다. 라임펀드 사태의 중징계와 관련해 우리은행이 라임펀드 제재 부과에 행정소송을 하지 않기로 하고, 손 회장도 개인 자격으로 소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내부 안정이 빠르게 이뤄지며 우리금융은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임 내정자는 2010년 기획재정부 제1차관, 2011년 국무총리실장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그만큼 현 정부의 금융·경제부처 인맥에선 다른 지주 회장들과 비교해 강점이 있다고 평가 받는다. 우리금융이 당국과의 협조 등이 필요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국내 금융지주의 순위 변동 등이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은행에 치중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비은행 강화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기 위해 당국과의 원활한 관계가 중요한데 임 내정자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내부에서도 이런 점으로 더 이상 임 내정자에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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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세대교체 진행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차기 회장으로 각각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내정했다. 두 회장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취임할 예정이다.
이번 회장 교체는 금융당국이 금융사고에 지주 회장의 ‘최종 책임’을 문제 삼은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지금까지 국내 금융지주의 회장 연임은 경영 연속성을 이유로 3~4연임이 관행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당국이 지난해부터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펀드의 불완전판매 사태, 직원 횡령 등 금융사고의 책임을 최고경영자(CEO)에 물으면서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당국은 지주 회장들이 당국의 중징계를 법정에서 다퉈 대법원 승소를 받아내도, 내부통제 미비의 도덕적, 경영적 책임을 물었다. 문제가 발생한 지주 회장이 연임할 경우 해당 금융사의 시스템 개선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1월 공개한 ‘제20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불완전판매 규모는 오랜 기간 걸쳐 굉장히 크고 피해자도 많이 발생한 사안”이라며 “사회적 파장도 컸고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난 사안이라 CEO 제재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5일 당국 중징계에 대한 지주 회장의 소송 제기에 대해 “그 정도 사고가 났는데 제도를 어떻게 바꿀지는 얘기하지 않고 소송 논의만 하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용퇴 결정을 내렸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한 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연임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신한금융, 진옥동 체제서 ‘금융혁신’ ‘리딩금융’ 리드한다
신한금융은 새로운 회장으로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을 선임하고 리딩금융 지위를 지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근엔 신한은행장에 선임된 한용구 행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며 최대 계열사의 CEO 공백이 발생했지만 곧바로 정상혁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을 차기 행장에 선임하며 혼란을 잠재웠다.
신한은행 이사회는 적합한 인물을 차기 회장에 추천했다는 입장이다. 정 차기 행장이 진 회장 내정자의 행장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을 만큼 앞으로도 회장과의 호흡이 원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한은행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는 “정 부행장은 전통적 은행업의 특성과 최근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보유하고 있다”며 “리테일·기업금융 영업점장 근무 시 탁월한 영업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신한금융은 지배구조 안정을 이뤄낸 만큼 올해 ‘리딩금융’ 타이틀을 지켜내는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4조6423억원이다.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4조3207억원이다.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4조4133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이 KB금융보다 순이익이 높지만, 일회성 요인을 제하면 KB금융이 더 높다. 다만 사옥 매각 이슈를 제하더라도 두 금융지주의 순이익 차이가 1000억원도 나지 않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금융업계는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순이익이 지난해 총 3조450억원, KB국민은행은 2조996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국민은행보다 먼저 ‘3조클럽’을 달성하며 경쟁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은 음식 배달주문 앱 ‘땡겨요’를 출범하고 시장에 안착시켰다. 이는 진 회장 내정자가 행장 시절 진두지휘해 이뤄낸 결과다. 새로운 은행 혁신점포인 ‘디지로그’도 진 회장이 행장 시절 시작했다. 그만큼 진 회장 체제에서 신한금융이 새로운 금융혁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내부 안정시킨 임종룡 내정자…‘비은행’ 확대 나설 듯
우리금융 이사회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에 선임했다. 임 회장 내정자가 관치의 중심에 있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이사회는 임 내정자의 금융위원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경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기 회장에 내정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노조가 영업중단 등 반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임 내정자의 첫 번째 과제로 내부 조직원과의 화합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 부분도 예상보다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임 내정자는 지난 9일 우리금융 본사에 있는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박봉수 우리금융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임 내정자는 “직원들과 노조의 상처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그 누구보다 우리금융 직원을 사랑하는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와 박 위원장은 지난 7일에도 외부에서 한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과 당국과의 마찰도 해결되는 분위기다. 라임펀드 사태의 중징계와 관련해 우리은행이 라임펀드 제재 부과에 행정소송을 하지 않기로 하고, 손 회장도 개인 자격으로 소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내부 안정이 빠르게 이뤄지며 우리금융은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임 내정자는 2010년 기획재정부 제1차관, 2011년 국무총리실장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그만큼 현 정부의 금융·경제부처 인맥에선 다른 지주 회장들과 비교해 강점이 있다고 평가 받는다. 우리금융이 당국과의 협조 등이 필요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국내 금융지주의 순위 변동 등이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은행에 치중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비은행 강화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기 위해 당국과의 원활한 관계가 중요한데 임 내정자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내부에서도 이런 점으로 더 이상 임 내정자에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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