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간 국내 정상 지킨 국가대표 음료수 ‘칠성사이다’ [1000억 식품의 비밀]
소비자 사로잡은 문구 ‘맑고 깨끗함’…브랜드만의 이미지 자산으로
MZ세대 ‘헬시플레저’ 열풍, ‘제로탄산’으로 승부수…‘111% 성장세’
“이 제품이 여기꺼였어?” 일상에서 종종 들리는 이 말은 잘 만든 대표 상품 하나가 기업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공식을 보여준다. 제품의 매력이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 짓는 시대. 식품 업계는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1000억 클럽’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효자 식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고객의 입맛과 니즈를 단번에 사로잡은 식품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자.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사랑한 투명 탄산음료”…롯데칠성음료의 대표 제품인 ‘칠성사이다’는 단일 브랜드 기준 연간 매출액 4000억원을 돌파한 메가 브랜드다. ‘스프라이트’와 같은 강력 외국계 경쟁브랜드의 위협을 가뿐히 떨쳐내고, ‘시장 1위’를 못 박은 칠성사이다. 그 비결은 제품만의 오랜 역사와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혜안에 있었다.
긴 역사에 일관된 마케팅 전략…‘맑고 깨끗함’ 내세워
칠성사이다는 6.25 전쟁 직전인 1950년 5월 출시돼 73년간 긴 역사를 이어온 장수 제품으로, 지금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꾸준하게 성장 중이다. 지난 2018년까지 10년간 연평균 5% 성장률을 보였으며 지난해 역시 전년 대비 1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칠성사이다가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특유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와 맛이 꼽힌다. 출시 당시 우수한 물 처리 시설을 비롯해 순수하게 정제된 물을 사용한다는 점을 특장점으로 내세웠다. 또 인공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콜라와 달리 카페인이 들어가지 않아 탄산음료를 더욱 건강하게 음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를 확고한 ‘이미지 자산’으로 만들었다.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살린 캠페인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경쾌한 리듬의 “슈슈슈비 슈비 슈바 칠성사이다”로 시작되는 유명한 CM송(광고음악)은 칠성사이다 특유의 신선한 느낌을 두드러지게 했다.
이때 각인된 이미지는 칠성사이다를 ‘마시고 싶은 음료수’로 만들었다. 이에 힘입어, 이후에도 ‘백두산’ 시리즈, ‘송사리’ 편 등의 후속을 공개하면서 '맑고 깨끗함'을 지향하는 칠성사이다만의 차별성을 강조해나갔다.
칠성사이다가 글로벌 브랜드 스프라이트에 크게 위협받지 않고 60%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과정에도, 확고한 시장 선점과 마케팅이 크게 기여했다.
칠성사이다와 함께한 70년. ‘세월을 속일 수 없다’는 말처럼, 칠성사이다는 소비자에게 사이다의 기준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오래전 제품을 출시할 당시부터 확고히 시장 선점에 나선 덕분에, 칠성사이다는 경쟁사의 제품 침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롯데칠성음료는 199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는 칠성사이다가 있습니다’와 같은 비교 마케팅을 활발히 펼쳤다. 국민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국민 사이다’의 존재감을 확실히 뿌리박는 전략을 택해, 압도적으로 시장을 이끄는데 성공한 것이다.
‘헬시플레저’ 열풍 견인한 ‘칠성사이다 제로’도 이미지 기여
‘칠성사이다 오리지널’의 주요 구매 연령층은 전 세대에 걸쳐 있다. ‘국민 사이다’라는 막중한 타이틀의 장점이자 단점은 연령층을 세분화해 타켓팅하기 까다롭다는 점이다. 그래서 등장한 제품이 바로 ‘칠성사이다 제로’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MZ(밀레니얼+Z)세대를 비롯한 젊은 연령층 사이에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먹는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건강 관리를 하겠다는 수요를 반영한 단어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제품의 맛과 향을 그대로 유지하고, 칼로리를 0으로 줄인 ‘칠성사이다 제로’를 출시했다. 주요 구매 및 타깃층은 10~30대 젊은 층으로 잡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롯데칠성음료의 칼로리 제로 탄산음료 전체(칠성사이다 제로, 펩시제로슈거 포함) 매출은 지난 2021년 900억원, 지난해 1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성장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역시 두 자릿수 성장세가 예상된다.
새해에는 칠성사이다의 브랜드 가치를 다시금 제고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앞으로 칠성사이다만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TV 광고를 비롯해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2"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3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4'10만 달러' 비트코인이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5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6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7“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8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9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