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머뭇머뭇…사라진 ‘대어급’ 공모주, 하반기 컴백 가능성은?
[대어 없는 IPO 시장]②
올 1월 IPO 일반 청약 경쟁률 최근 4년 간 최저
컬리‧오아시스‧케이뱅크 등 줄줄이 상장 미뤄
현대엔지니어링‧SK쉴더스 등 상장 ‘재도전’ 관심사
투심 냉각…“하반기 유동성 회복이 관건”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대어급’ 공모주가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조단위 대어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인상으로 기업의 몸값이나 성장성에 대해 예전처럼 후하게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면서 증시 입성을 노렸던 대어들은 줄줄이 시기를 늦추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컬리, 케이뱅크, 오아시스 등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미뤘다. 상장추진을 중단한 대어들은 일단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어들이 놀기에 물이 충분히 차려면 통화정책 기조가 다시 완화로 돌아서고 유동성이 돌아와야 한다는 분석이 높다. 올해 하반기를 지나 내년까지는 봐야한다는 것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을 미루거나 철회를 결정한 기업이 컬리, 현대삼호중공업,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오아시스 등 여섯 곳이나 된다.
지난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쪼그라든 IPO 시장 분위기가 회복되지 않은 분위기다. 2022년 한 해 동안 IPO를 추진하다가 철회 공시를 낸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10개 이상이다.
2021년 증시가 활황이었을 때 SK바이오사이언스, SKIE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 줄줄이 증시에 입성했을 때에 비해 공모 자금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유동성이 메말라 기관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을 써내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지 못했다.
실제 한국거래소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공모주에 대한 기관 수요 예측 평균 경쟁률과 공모 금액이 낮아졌다. 2021년 1173대 1에 달하던 기관 수요 예측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903대 1로 23%나 쪼그라들었다.
2021년 17조1000억원에 달하면 유가증권시장 공모금액도 지난해 13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그마저도 연초 LG에너지솔루션에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영향이다. 하반기 기준으로는 549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올해 1월 IPO 시장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도 676대1, 일반 청약 경쟁률은 378대1로 그쳐 최근 4년(2019~2022)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1월 IPO 공모 금액도 1061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5년(2018~2022) 평균 공모 금액인 2조6129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부진했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종목이 공모를 철회하거나 연기하면서 사상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2021년 대비 IPO 시장 흐름이 꺾였다”고 분석했다.
얼어붙은 IPO 시장은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형주 위주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하는 등 봄바람이 불었지만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을 목표한 기업까진 닿지 못한 모양새다. 투자 심리가 냉각됐고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다.
연초부터 IPO 시장에 자금이 몰릴 것을 기대했지만 컬리가 지난달 4일 상장을 철회한 데다가 흑자 기업임을 강점으로 내세운 오아시스도 매서운 한파에 ‘이커머스 1호 상장사’ 타이틀을 포기했다.
오아시스는 지난 13일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스닥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7~8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해서다. 오아시스는 희망 공모가 3만500~3만9500원을 제시했지만 대다수 기관 투자자들이 2만원을 밑도는 가격을 써냈다. 이는 공모가 하단보다도 34% 이상 낮은 수준이다.
카카오‧SK‧두산 등 대기업 계열사도 알맞은 시기 고려
업계에선 오아시스의 흥행 여부가 올해 IPO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봤다. 시가총액 상단 기준 1조2000억원 이상을 목표한 오아시스가 상장에 성공하면 IPO 분위기가 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서다. 오아시스마저 상장 철회를 결정하면서 당분간 IPO 대어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와 이로 인한 유동성 회복이 이뤄져야 몸집이 큰 공모주도 소화할 여력이 생길 것이란 분석에서다.
금리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은 높지만, 인하로 돌아서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높다. 미국에 앞서 우리나라가 먼저 금리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운데, 미국의 고용시장이 아직은 호조를 보이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다만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많다. 대규모로 주식을 발행해 앞으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상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SK, 두산, 카카오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자금 확보가 필수적인 데다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노리고 미리 기업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거론되는 대어급 IPO 후보군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서울보증보험(SGI) ▶SK에코플랜트·온·매직 ▶LG CNS ▶CJ올리브영 ▶라인게임즈 ▶두산로보틱스 등이다.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던 현대엔지니어링·현대오일뱅크·SK쉴더스·원스토어 등이 재도전할지도 관심사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불안함이 지속되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꾸준히 IPO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종목 선정에 신중한 모습”이라면서 “하반기 본격적으로 증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성공으로 ‘한 해 장사를 다 했다’는 식의 평가가 나왔을 정도”라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부담이 적은 중소형주에 비교적 쉽게 투자하는 만큼 코스피가 회복세를 보여야 대어급 공모주에도 투자 심리가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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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도 벌써 컬리, 케이뱅크, 오아시스 등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미뤘다. 상장추진을 중단한 대어들은 일단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어들이 놀기에 물이 충분히 차려면 통화정책 기조가 다시 완화로 돌아서고 유동성이 돌아와야 한다는 분석이 높다. 올해 하반기를 지나 내년까지는 봐야한다는 것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을 미루거나 철회를 결정한 기업이 컬리, 현대삼호중공업,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오아시스 등 여섯 곳이나 된다.
지난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쪼그라든 IPO 시장 분위기가 회복되지 않은 분위기다. 2022년 한 해 동안 IPO를 추진하다가 철회 공시를 낸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10개 이상이다.
2021년 증시가 활황이었을 때 SK바이오사이언스, SKIE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 줄줄이 증시에 입성했을 때에 비해 공모 자금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유동성이 메말라 기관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을 써내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지 못했다.
실제 한국거래소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공모주에 대한 기관 수요 예측 평균 경쟁률과 공모 금액이 낮아졌다. 2021년 1173대 1에 달하던 기관 수요 예측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903대 1로 23%나 쪼그라들었다.
2021년 17조1000억원에 달하면 유가증권시장 공모금액도 지난해 13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그마저도 연초 LG에너지솔루션에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영향이다. 하반기 기준으로는 549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올해 1월 IPO 시장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도 676대1, 일반 청약 경쟁률은 378대1로 그쳐 최근 4년(2019~2022)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1월 IPO 공모 금액도 1061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5년(2018~2022) 평균 공모 금액인 2조6129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부진했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종목이 공모를 철회하거나 연기하면서 사상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2021년 대비 IPO 시장 흐름이 꺾였다”고 분석했다.
얼어붙은 IPO 시장은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형주 위주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하는 등 봄바람이 불었지만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을 목표한 기업까진 닿지 못한 모양새다. 투자 심리가 냉각됐고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다.
연초부터 IPO 시장에 자금이 몰릴 것을 기대했지만 컬리가 지난달 4일 상장을 철회한 데다가 흑자 기업임을 강점으로 내세운 오아시스도 매서운 한파에 ‘이커머스 1호 상장사’ 타이틀을 포기했다.
오아시스는 지난 13일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스닥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7~8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해서다. 오아시스는 희망 공모가 3만500~3만9500원을 제시했지만 대다수 기관 투자자들이 2만원을 밑도는 가격을 써냈다. 이는 공모가 하단보다도 34% 이상 낮은 수준이다.
카카오‧SK‧두산 등 대기업 계열사도 알맞은 시기 고려
업계에선 오아시스의 흥행 여부가 올해 IPO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봤다. 시가총액 상단 기준 1조2000억원 이상을 목표한 오아시스가 상장에 성공하면 IPO 분위기가 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서다. 오아시스마저 상장 철회를 결정하면서 당분간 IPO 대어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와 이로 인한 유동성 회복이 이뤄져야 몸집이 큰 공모주도 소화할 여력이 생길 것이란 분석에서다.
금리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은 높지만, 인하로 돌아서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높다. 미국에 앞서 우리나라가 먼저 금리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운데, 미국의 고용시장이 아직은 호조를 보이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다만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많다. 대규모로 주식을 발행해 앞으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상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SK, 두산, 카카오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자금 확보가 필수적인 데다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노리고 미리 기업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거론되는 대어급 IPO 후보군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서울보증보험(SGI) ▶SK에코플랜트·온·매직 ▶LG CNS ▶CJ올리브영 ▶라인게임즈 ▶두산로보틱스 등이다.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던 현대엔지니어링·현대오일뱅크·SK쉴더스·원스토어 등이 재도전할지도 관심사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불안함이 지속되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꾸준히 IPO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종목 선정에 신중한 모습”이라면서 “하반기 본격적으로 증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성공으로 ‘한 해 장사를 다 했다’는 식의 평가가 나왔을 정도”라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부담이 적은 중소형주에 비교적 쉽게 투자하는 만큼 코스피가 회복세를 보여야 대어급 공모주에도 투자 심리가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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