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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대 취사병은 아워홈”…50년 만에 열린 ‘37만 짬밥 시장’

[불붙은 ‘짬밥’ 경쟁]① 군급식, 경쟁 입찰 체제 놓고 동상이몽
수의계약 70% 구조 2024년까지 유예…‘관련 논의 현재진행형’
농민 측 “열악한 환경 놓여, 경쟁 입찰은 농민 벼랑 끝 내모는 처사”
식자재 업계 “군납 식자재 시장, 가치 높아…눈치보는 상황 불편”

공군 장병들이 자율배식으로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사진 국방부]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50년간 수의계약으로 이뤄져 온 군부대 식당 주요 식자재 공급이 지난 2021년부터 일부 경쟁 조달로 전환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식자재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우선 안정적 수익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시장 내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기존에 수의계약을 체결해왔던 지역 농협과 농가 등의 반발이 커지면서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군 장병 37만명 3끼니 책임지는 ‘기회의 땅’

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장병급식 공급에 경쟁 입찰 체제를 도입했다. 지난해부터 계약물량 30%를 민간에 열었고 그 비중을 올해 50%, 2024년 70%로 확대한 후 2025년에 전면 개방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협업해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aT)을 군 전용으로 변형한 체계(가칭 MaT)를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축·수협을 주축으로 한 지역사회의 반대로 우선 경쟁입찰 비중 30%를 2024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50년간 닫혀있던 시장이 열리면서 CJ프레시웨이,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등 급식·식자재 업체들도 분주한 모양새다. 군납 식자재 시장의 사업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매일 장병 37만명이 2800여 개 병영식당에서 소비하는 연간 군 급식 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올해는 1조4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급식비도 증가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부터 군 장병 1인당 기본급식비를 기존 하루 1만1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인상했다. 2024년 1만5000원까지 인상하겠다는 방안이다. 

규모가 큰 안정적인 시장이 열린 만큼 식자재 업체들은 올해 중점 사업으로 군납 식자재 확장을 꼽고 있다. 군 급식 시장은 규모뿐 아니라 장병의 매 3끼 식사를 해결하는 만큼 일반 식자재 시장 대비 외부 환경에 따른 영향이 적다는 강점이 있다. 또 식수가 고정돼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그간 대기업 참여가 제한됐던 공공기관 사업 시장이 일부 열렸다는 점도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도 식자재·식품 납품 수주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짬밥 경쟁 참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기업 입장에선 새 먹거리 시장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장병급식 부실 논란이 원인…농민들 반발 커 
출하 준비 중인 화천산 애호박. [사진 연합뉴스]

장병급식 시장이 민간에 개방된 데는 부실 급식 논란이 자리한다. 국방부는 지난 1971년부터 장병급식 공급을 위해 농·축·수협과 ‘식자재 계획생산 협정’을 맺고 식자재를 독점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2021년 4월 각 부대에서 코로나19 방역조치로 격리된 장병들에게 지급된 도시락이 부실했다는 제보가 이어졌고, 문제가 확산하자 군 급식 품질 개선의 일환으로 식자재 공급을 경쟁계약 방식으로 전환했다. 공급자 위주의 농축수산물 조달체계 탓에 장병들의 선호를 군 급식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당국의 판단이 주효하게 작용한 셈이다. 

다만 시장에 변수도 산재해 있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군납을 위해 계획 생산하던 농민들의 반발 목소리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군납 농산물을 납품해온 농업인들은 ‘군납 경쟁 입찰은 접경지역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정책’이라며 거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군납 시장이 대기업에 열리면 기존 농가들은 갑작스럽게 판로를 잃고 줄도산할 것을 우려했다. 실제 화천군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화천 지역 농산물의 군 급식 계약 물량은 지난 2021년보다 40% 넘게 감소했다. 

수의계약 논의 여전히 진행중…식자재 업체는 눈치 

농민들 불만이 커지자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강원 춘천시·철원·화천·양구군을)은 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납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군인 급식 기본법’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한 의원은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강원도 특별자치도 군사 분야 법조문(지난달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접경지역 군대에 100% 지역 농산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를 국방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협조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접경지역 주변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미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농민들이 그 지역 군인들이 먹을 농산물을 납품하겠다는데, 그것까지 뺏어 먹겠다는 심보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의계약 유예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3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만나 군납 수의계약 유지 등 접경지역 현안을 논의했다. 김 지사는 이날 접경지역 군납 수의계약 70%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4년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는 방안을 지속해서 논의하기로 했다. 

반면 식자재 업계는 시장의 높은 잠재가치에 비해 진입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또 장병들이 양질의 식사를 제공받기 위함이라는 본래 목적이 희석됐다는 의견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식자재 업계에서는 군납 식자재 시장을 큰 기회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일명 기득권층으로 불리는 소수 농·축수협이 농민을 등에 업고 수의계약만을 고집하고, 시장에 들어오는 기업들을 타깃으로 공격을 이어가고 있어 업계에서 계속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식재료 공급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조달 시스템이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돌아가다 보니, 상품의 질이 100% 가격으로만 판단되는 구조”라며 “현재로선 제대로 된 급식을 제공하겠다던 국방부의 기본적인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정성적인 부분도 평가에 반영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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