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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해진 명분…하이브-에스엠, 카카오 중심 ‘SM3.0’ 뛰어넘을까

[‘반전에 반전’ SM 경영권 분쟁…핵심 명분된 ‘성장성’]②
‘SM3.0’ 주요 전략…하이브 성공 사례와 비슷
글로벌 인프라 확보된 하이브, SM IP 북미 진출 가속화

■지금, 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feat. SM 경영권 분쟁 한달, 진행 상황 간단 정리)

하이브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중심에 두고 격돌하고 있습니다. 2월 7일 카카오가 신주·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SM 지분 9.05%의 확보에 나서자, 하이브는 바로 창업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14.80%의 지분을 받아냈습니다. 이 전 총괄은 이와 함께 법원에 ‘SM이 카카오에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죠. 법원이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주면서 카카오의 입지가 흔들리는 듯했습니다. 9.05% 지분 확보의 실패는 카카오와 SM의 협업 무산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카카오는 꼭 한 달간 얽히고설킨 힘겨루기가 이어진 날(7일) ‘반전 카드’를 꺼내 듭니다. 공개매수를 통해 SM의 지분을 총 39.9%까지 차지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단 의도입니다. 카카오는 앞서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으로 진행한 공개매수를 ‘장내 매수’로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SM의 주가는 12만원을 웃돌았죠. 하이브는 갤럭시아에스엠의 양도 물량(23만3813주)을 빼면 공개매수를 통해 단 4주만 추가로 확보, 경영권 굳히기에 실패합니다. 하이브의 현재 보유 지분은 15.78%인데요. 이 전 총괄의 현재 지분 3.65%을 포함해도 19.43%에 그칩니다.

양사 격돌의 향방은 오는 3월 31일을 기점으로 결론이 날 전망입니다. SM 주주총회(주총)를 통해 이사회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이미 카카오와 하이브 모두 SM 이사회를 구성할 추천인을 선발해놨습니다. 이사회 장악은 경영권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갈 핵심입니다.

양사는 주주 설득을 위해 ‘우리가 SM을 더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성장은 자연스럽게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힘을 실어달란 ‘동일한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SM 분쟁 한달과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맞춰 각 사가 주장하고 있는 ‘성장 전략’의 핵심을 정리했습니다.

오는 31일 SM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로 향후 경영권 분쟁의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지며 ‘주주 설득’이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하이브 앞.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SM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절정에 치닫고 있다. 오는 31일 SM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로 향후 경영권 분쟁의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지며 ‘주주 설득’이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하이브가 SM의 자체 성장 계획인 ‘SM3.0’ 전략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주주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M3.0 전략의 핵심은 ‘글로벌’과 ‘2차 지식재산권(IP) 확대’다.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글로벌 진출을 꿰하고 웹툰·웹소설·드라마 등으로 SM이 보유한 IP를 콘텐츠에 탑재하는 방식이다. SM은 이를 통해 수익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하이브는 SM 경영진이 발표한 해당 전략보다 확실한 성장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팝 주류 시장인 북미서 인프라 다진 하이브

글로벌 수익 확대와 플랫폼을 활용한 2차 IP 강화 전략은 하이브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분야다. 방탄소년단(BTS)이라는 글로벌 메가 IP를 보유한 것에 이어 국내 최대 팬 플랫폼 ‘위버스’도 운영 중이다. SM이 제시한 멀티레이블 전략 역시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 

K-팝(POP)의 역사를 이끌어온 SM은 엑소·엔시티·에스파·레드벨벳 등 거대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동아시아 위주로 세력을 확장해왔다. 주류 팝 시장인 북미 음악 시장에선 하이브가 선두주자로 입지를 다졌다. 대표적인 글로벌 인기의 척도인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도 하이브 출신 BTS·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르세라핌·뉴진스 등 아티스트들이 우위를 점하며 성공적인 확장세를 보였다. 
하이브는 지난 2월 릴 베이비·미고스 등 유명 힙합 아티스트의 소속사인 QC 미디어 홀딩스를 인수했다. 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 QC 미디어 홀딩스의 피에르 ‘P’토마스 CEO, 케빈 ‘코치 K’ 리 COO, 스쿠터 브라운 하이브 아메리카 CEO. [사진 하이브]

하이브는 미국에 하이브 아메리카 본사를 두고 지속적인 인수합병(M&A)으로 북미 시장에 접근,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2021년엔 팝스타 저스틴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소속된 아티카 홀딩스를 1조원 가량에 사들였다. 이어 지난 2월에는 릴 베이비·미고스 등 유명 힙합 아티스트의 소속사인 QC 미디어 홀딩스를 인수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이브는 하이브 아메리카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같은 사업 역량을 SM에 고스란히 적용해 사업적 성과를 달성한다는 게 하이브의 핵심 전략이다. 하이브는 특히 전반적인 음반 유통 구조나 신인 IP 개발 등과 관련해서도 하이브 아메리카와 긴밀한 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중 하나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연내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멤버들로 구성된 새로운 보이그룹을 선보일 계획으로 전해진다. 하이브와 유니버설뮤직그룹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미국 현지 걸그룹 오디션 프로젝트도 현재 진행 중에 있다.

글로벌 메이저 음반사와 견줄 시너지 가능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중요한 먹거리로 급부상한 ‘팬 플랫폼’ 분야 역시 하이브가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 간의 소통 ▲커머스와 콘텐츠 ▲공연 관람 기능까지 통합된 서비스다. SM이 구축하려고 한 ‘통합 팬 플랫폼’의 모델을 하이브는 이미 갖추고 있는 셈이다. 위버스는 전 세계 246개 국가에서 이용하고 있다. 가입자 수는 5000만에 이른다. 아티스트 입점수와 회원수는 물론 매출 등에서도 선두를 점하고 있다. 새로운 아티스트 입점 시 별도로 플랫폼을 개발하지 않아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용이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이브는 지난 2일 주주제안 홈페이지 ‘SM 위드 하이브’(SM with HYBE)를 통해 SM과의 글로벌 시너지를 강조하고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 하이브 주주 제안 캠페인 페이지 캡처]

하이브와 SM은 국내 엔터업계 양대 공룡으로 불리지만, 실제 글로벌 시장에선 경쟁력이 약하단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하이브와 SM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글로벌 메이저 음악그룹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사와 비슷한 개념의 글로벌 기업으로는 3대 레코드 레이블사가 있다. 유니버설뮤직·소니뮤직·워너뮤직이 그 주인공이다. 차례로 시가총액 60조, 53조, 26.8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하이브와 SM의 시총 합산은 10조원이다. 개별로 존재할 땐 경쟁이 불가능하지만 두 회사가 결합한다면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이 가능해진다. 

이재상 하이브 사내이사 후보자는 지난 2일 영상을 통해 “(SM은)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 글로벌 메이저 음악회사뿐만 아니라 애플·에픽·구글 등 확장사업 영역 파트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지사를 거치지 않고 하이브가 보유한 글로벌 파트너사의 본사 창구를 활용해 업무 추진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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