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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원도 싸다?…카카오는 왜 에스엠을 포기하지 못할까

[‘반전에 반전’ SM 경영권 분쟁…핵심 명분된 ‘성장성’]①
분쟁 한 달…카카오, 주당 15만원 공개매수로 ‘반전’
1.25조원 태워 ‘SM 시너지’ 창출…경영권 확보 사활
‘비욘드 코리아’ 강화 목적…인수 명분은 ‘약속 이행’

■지금, 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feat. SM 경영권 분쟁 한달, 진행 상황 간단 정리)

하이브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중심에 두고 격돌하고 있습니다. 2월 7일 카카오가 신주·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SM 지분 9.05%의 확보에 나서자, 하이브는 바로 창업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14.80%의 지분을 받아냈습니다. 이 전 총괄은 이와 함께 법원에 ‘SM이 카카오에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죠. 법원이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주면서 카카오의 입지가 흔들리는 듯했습니다. 9.05% 지분 확보의 실패는 카카오와 SM의 협업 무산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카카오는 꼭 한 달간 얽히고설킨 힘겨루기가 이어진 날(7일) ‘반전 카드’를 꺼내 듭니다. 공개매수를 통해 SM의 지분을 총 39.9%까지 차지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단 의도입니다. 카카오는 앞서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으로 진행한 공개매수를 ‘장내 매수’로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SM의 주가는 12만원을 웃돌았죠. 하이브는 갤럭시아에스엠의 양도 물량(23만3813주)을 빼면 공개매수를 통해 단 4주만 추가로 확보, 경영권 굳히기에 실패합니다. 하이브의 현재 보유 지분은 15.78%인데요. 이 전 총괄의 현재 지분 3.65%을 포함해도 19.43%에 그칩니다.

양사 격돌의 향방은 오는 3월 31일을 기점으로 결론이 날 전망입니다. SM 주주총회(주총)를 통해 이사회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이미 카카오와 하이브 모두 SM 이사회를 구성할 추천인을 선발해놨습니다. 이사회 장악은 경영권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갈 핵심입니다.

양사는 주주 설득을 위해 ‘우리가 SM을 더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성장은 자연스럽게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힘을 실어달란 ‘동일한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SM 분쟁 한달과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맞춰 각 사가 주장하고 있는 ‘성장 전략’의 핵심을 정리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15만원도 싸다.’

SM에 대한 카카오의 판단이다. 카카오는 7일 SM의 지분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매수 제시 금액은 주당 15만원, 목표 수량은 발행 주식 총수의 35%에 해당하는 833만3641주다. 26일까지 진행되는 공개매수를 통해 카카오가 목표치를 모두 확보하면 SM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목표 수량을 전부 확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약 1조2500억원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이 비용의 절반씩 담당한다.

앞서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인 2월 28일에 카카오엔터가 38만7400주를 주당 12만6200원에, 카카오는 66만6941주를 주당 12만1325원에 샀다. 카카오는 이후 2일과 3일에 걸쳐 추가 매매를 진행했고, 양사는 SM 지분 4.9%에 해당하는 116만7400주(카카오 78만주, 카카오엔터 38만7400주)를 확보한 상태다. 양사가 여기에 투입한 비용만 1442억원이 넘는다.

시장 일각에선 카카오가 SM의 인수에 투입하는 비용이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란 견해가 나온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기 전인 올해 1월 기준 SM의 한 주당 가격은 7만~8만원 선에 머물렀다. 이를 고려하면 공개매수 가격인 15만원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단 시각이다. 하이브의 경영권 굳히기에 대응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진행한 장내 매수 역시 시세조종의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같은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면서까지 SM 인수에 사활을 걸 가치가 있느냐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지분 인수에 투입하는 금액은 앞서 카카오엔터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확보한 투자 금액인 약 1조2000억원보다 많다. 이 중 9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지난 2월 24일 카카오엔터에 입금됐고, 회사는 이를 SM 지분 확보에 이용하고 있다. 어렵게 확보한 투자금의 대부분을 SM 인수에 쏟아붓는 게 사업적 가치가 있느냐란 의문도 제기되는 모양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 추이. [사진 네이버증권 캡처]

SM과의 시너지 창출, 비욘드 코리아 핵심

카카오 측은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SM의 경영권 확보는 자사 핵심 경영 방침인 ‘비욘드 코리아’를 이룰 수 있는 주요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2022년 3월 리더십까지 변경하며 비욘드 코리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당시 이사회에서 사임하고 비욘드 코리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당시 카카오의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로 비욘드 코리아를 꼽고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고 했다. 카카오는 이 같은 글로벌 전략 재편 후 한달 만에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 30%를 달성할 것”이란 목표도 제시했다.

카카오는 비욘드 코리아 전략의 도입 후 해외 매출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2021년 연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10.3%에 불과했다. 카카오가 공시한 2022년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해외 매출 비중은 누적 기준 20.7%로 나타났다. 1년도 안 돼 해외 매출 비중을 10%포인트 가량 높인 셈이다. 카카오는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매출 5조3327억1466만원 중 국내 사업에서 4조2262억3978만원을 올렸다. 해외 매출은 ▶아시아 7178억7760만원 ▶북미 2342억8876만원 ▶유럽 805억4029만원 ▶기타 지역 737억6821만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SM은 향후 카카오의 연결 실적에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반영된다. SM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매출의 약 63%를 해외에서 올렸다. 카카오가 SM 경영권 확보를 비욘드 코리아의 목표 달성의 핵심으로 삼은 이유다.
카카오그룹 내 콘텐츠 사업 생태계를 이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유통 플랫폼 구축 전략 설명 자료. [제공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과의 시너지 창출, 경영권 확보해야 가능”

카카오는SM 경영권 확보의 명분으론 ‘약속의 이행’을 내걸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SM과의 사업 시너지 창출은 글로벌 진출 전략 일환으로 최근 2년간 지속해 상의해왔다”며 “SM 지분 확보는 해당 전략이 흔들리는 데 따른 대응책”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앞서 지난달 7일 SM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카카오엔터·SM과 3자간 업무 협약을 체결, 시너지 창출을 약속한 바 있다. 해당 계획이 법원의 이 전 총괄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불확실해지자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측은 SM 지분 공개매수 입장문을 통해 “3사는 거대 글로벌 엔터 기업들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서로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해 전략적 사업 협력을 체결했으나, 현재 해당 사업 협력 및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SM과의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또 SM을 자회사로 편입한다면 양측 모두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간 카카오가 구축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SM의 정체성이 담긴 지식재산권(IP)을 유통, 사업적 성과를 이루겠단 포부다. 카카오엔터를 중심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해외에 구축해온 플랫폼에 SM의 콘텐츠를 올려 사업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그간 타파스(웹툰)·래디쉬(웹소설)·우시아월드(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하고, 이를 미국 법인 타파스엔터테인먼트가 아우르게 했다. 일본 시장의 경우 카카오픽코마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통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플랫폼은 2020년 7월부터 일본 만화 단일 플랫폼 중 거래액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9월엔 프랑스에 ‘픽코마 유럽’을 설립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또 그간 카카오엔터가 구축한 웹소설·웹툰 제작 능력에 SM의 IP를 투영해 새로운 사업적 접근도 가능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SM의 경영권 확보는 자사 핵심 경영 방침인 ‘비욘드 코리아’를 이룰 수 있는 주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각 사]

카카오 측은 카카오엔터가 그간 콘텐츠 분야에서 자회사들과의 성공적인 협업 사례를 진행한 경험도 주요한 지점으로 꼽았다. 회사 측은 “음악 레이블 중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카카오 공동체에 합류한 이래 고유의 음악 색깔과 장점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해 최근 걸그룹 ‘아이브’(IVE)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키며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며 “카카오는 SM 고유의 전통과 정체성을 존중하고 자율적·독립적 운영과 기존 아티스트의 연속적·주체적 활동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 및 임직원의 이탈 없이 기존 SM엔터테인먼트의 핵심 경쟁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다양한 정보기술(IT) 자산과 SM IP의 결합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SM은 자사 IP를 소비자의 니즈(요구)와 결합해 보다 효율적으로 유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카카오의 네트워크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SM을 인수에 성공한다면 최근 엔터 산업의 핵심 매출원으로 떠오른 팬 플랫폼도 별도로 구축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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