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지그재그” 윤여정 처럼…삐뚤빼뚤로 여심 잡은 이 남자 [이코노 인터뷰]
심준용 카카오스타일 디자인총괄 부사장의 브랜딩 가치
지난해 2월 부임, 지그재그 리브랜딩 프로젝트 이끌어
‘라이프스타일’에 초점 맞춰…차별화 포인트는 ‘다양성’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지그재그의 정체성을 표현하기에 ‘라이프 이즈 직잭’(Life is Zigzag)만한 문구가 없어요. 무한한 콘텐츠 안에서, 이리저리 영감을 주고받으며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역할이죠.”
‘CAUTION(주의)_습관적 회의 금지’라는 문구가 가득 붙어있는 카카오스타일 사옥. 언뜻 둘러봐도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이곳에서 심준용 카카오스타일 디자인 총괄 부사장 겸 크리에이티브 부문장을 만났다. 애플 본사 아트디렉터를 거쳐 구글 본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역임한 그는 지난해 2월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의 지휘봉을 잡았다. 심 부사장이 새롭게 색칠해나가는 알록달록 지그재그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한 리브랜딩
심 부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크리에이티브 DNA 주입이다. 기존보다 5~6배로 커진 크리에이티브 인력과 함께 지그재그는 새로운 아우터를 입은 채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그재그는 개발 직군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IT특화 회사였어요. 앱의 완성도는 높은데 디자인쪽으로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상태였죠. 버튼을 누르면 이동하는 페이지처럼, 이커머스 화면에서 ‘움직이는 디자인’을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3D아트, 인터랙션, 모션 그래픽 등 비주얼 언어를 대폭 강화한 거예요.”
“기존에 근무하던 구글, 애플은 유저층이 폭넓은 회사들입니다. 반드시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곳이죠. 지그재그는 ‘20·30세대 여성’이라는 타깃이 명확하고,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시각을 갖춘 버티컬(전문 영역 특화) 패션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저에게 새로운 시도로 다가왔어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 건 심 부사장만이 아니었다. 그가 크리에이티브 부문장으로 부임하면서, 지그재그에 그동안 없던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로고 색은 핫핑크에서 톤다운된 핑크로 변했고, 브랜드 정체성(BI)도 새롭게 확립했다.
“지그재그의 브랜딩 작업은 1년 반 동안 지지부진했어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기본 3개월은 모든 디자인 작업 없이 정의에 초점을 맞췄죠.”
지난 2015년 출범 당시 지그재그는 소비자가 설정한 즐겨찾기를 모아 셀러와 연결해주는 역할에 집중했다. 심 부사장은 “지그재그하면 ‘동대문 쇼핑앱’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며 “브랜드 제품도 키우고, 카테고리별 범위를 더 넓혀서 소비자와의 연결 기능을 ‘확장’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심 부사장이 새롭게 구축한 브랜드 정체성은 ‘개인화, 큐레이션, 다양성, 발견’ 4가지에 방점을 뒀다. 특히 변화무쌍한 라이프스타일을 패션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설계를 이어갔다. 지그재그의 새로운 목표는 ‘영감을 줄 수 있는 큐레이터’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야심차게 등장한 것이 바로 매거진 코너, ‘발견’이다.
발견은 매거진 형식으로 만들어진 지그재그 앱 내 콘텐츠 전용관이다. 누구나 새로운 아이템과 트렌드를 발견하고 영감을 떠올릴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지난해 8월 신설된 이후 약 177개 콘텐츠가 업로드됐으며, 오픈 초 대비 이용자들의 체류시간이 2배 가량 늘어났다.특히 인기를 끌었던 건 플랫폼 차원에서 나노 단위로 제품을 사용해보고 비교·분석한 리뷰 콘텐츠다. 제목은 ‘대신리뷰 양털부츠편’으로, 양털부츠의 길이, 모양, 재질뿐만 아니라 착용 후 양말에 털이 얼마나 붙는지까지 치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발행 전 동기 대비 거래액이 300% 증가했다.
‘주말 뭐 입지’ 코너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발견 탭의 인기 코너가 되는데 성공했다. 심 부사장은 “마땅히 살 옷이 없더라도 이 탭을 보기 위해 앱에 접속한다는 후기를 봤다”며 “해당 콘텐츠의 경우 초반에는 전시회 위주로 장소를 구성하다가 분위기가 너무 비슷하다는 점을 깨달았고, 이후 놀 만한 나들이 장소를 함께 추천한 점이 인기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철학에 녹아든 ‘다양성’…‘라이프 이즈 직잭’
현재 지그재그에는 1만6000개 이상의 스토어가 입점해있다. 이는 여성 패션 플랫폼 최대 수치로, 심 부사장 역시 지그재그의 가장 차별화된 지점을 ‘다양성’으로 꼽았다.
강조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모든 라이프스타일에 옳고 그름이 없고,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1년 ‘니 맘대로 사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이목을 끌었던 배우 윤여정의 광고와도 일맥상통한다.다양성을 추구하는 지그재그의 정체성은 주 타깃층인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여성이 필요한 모든 것이 플랫폼에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심 부사장의 포부다.
“여성과 함께 공감하고, 가치를 이해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우리나라에 약 2600만명의 여성이 있고, 각각의 삶이 다 다른데 ‘여성스럽다’는 한마디로 묶이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죠.”
말로만 ‘여성’을 외치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일 ‘여성의날’을 기념해 영화감독 변영주, 소설가 이슬아 등 여성 5인에게 ‘여성의 삶’에 대해 묻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 여성의 다름을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조하며 브랜드의 장기적 자산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심 부사장은 지그재그를 대표하는 브랜드 슬로건을 ‘라이프 이즈 직잭’(Life is Zigzag)으로 꼽았다. “‘너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라는 말도 이제는 지치더라고요. 당당하게, 네가 좋아하는 걸 하라는데.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면요?”
그래서 지그재그는 무한한 콘텐츠 안에서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자처한다. 남에 대한 잣대를 함부로 들이밀지 않고, 함께 영감을 주고받으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한마디로 삐뚤빼뚤 ‘지그재그’같은 일상을 마음껏 누리라는 의미다.
지그재그 앞으로 놓인 과제는 더 정교하게 설계된 ‘개인화’다. 심 부사장은 “현재 1000명이 지그재그에 접속한다고 가정하면, 각 개인에게 뜨는 첫 화면이 모두 다르다”며 “트렌드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느낌보다는 각각의 추천 로직(규칙성)을 짜고 있어, 소비자에게 더 정교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글이 지향하는 미래 비전이 변하더라도 세상의 모든 정보를 누구나 접근 가능하게 한다는 미션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콘텐츠와 사용자의 연결을 편리하게 한다’는 지그재그의 본래 미션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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