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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키우는 스팩, 투자 나서는 VC…‘딜소싱의 무게’

에이티넘,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발기인 참여
합병 대상 발굴시 비교적 짧은 기간 내 차익
스팩 대형화하며 ‘딜 소싱’ 중요해져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근우 기자] 벤처캐피탈(VC)들이 펀드가 아닌 고유 계정을 통한 스팩(SPAC)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합병할 기업을 잘만 발굴한다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스팩이 대형화하면서 합병할 기업을 찾는 일이 중요해지자 VC들이 고유 계정으로 스팩에 투자한 뒤 회사의 등기임원으로 들어가 일종의 ‘딜 소싱’ 역할을 하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상장하는 초대형 스팩인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발기인으로 에이티넘파트너스, 씨앤투스인베스트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공모 전 최대주주인 에이티넘파트너스는 공모 후에도 7.8%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미래에셋드림스팩1호의 대표이사 역시 박장우 에이티넘파트너스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맡고 있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창업투자회사(창투사)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에이티넘벤처스 등을 거느린 그룹 지주사다. 특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AUM)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VC로, 두나무 등에 투자해 ‘잭팟’을 터뜨리며 지난해 상반기 김제욱 부사장을 금융권 ‘연봉킹’에 올려놓기도 했다.

초대형 스팩인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63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경쟁률 자체는 높지 않지만 공모금액이 700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이 850억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높은 예치 이자율(3.7%)을 제시하면서 이례적으로 보험사와 공제회 등이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이들이 앵커 투자자 역할을 하면서 253개 기관이 참여해 주문금액만 총 3조313억원에 달했다.

통상 스팩은 100~200억원 규모로 상장해왔지만, 최근 300억~400억원 규모로 상장하는 스팩들이 늘어나며 대형화되는 추세다. 통상 스팩이 공모금액의 5~10배 수준의 기업과 합병을 진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장 후 시가총액 850억원 규모의 ‘초대형 스팩’인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3000억~1조원 규모의 비상장기업과 합병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는 배정된 수량의 절반도 못 채우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시가총액이 스팩 치고는 크다보니 주가의 단기 급등을 노린 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일 상장한 삼성스팩8호 역시 발기인으로 VC 등 기관투자자 다수가 이름을 올렸다. 유티씨인베스트먼트, 에이스톤벤처스를 비롯해 자산운용사 등 총 7곳이 참여했다. 지난달 24일 상장한 미래에셋비전스팩 2호 발기인으로는 SV인베스트먼트와 라비스인베스트먼트 등이 나섰다.

VC들이 이처럼 잇따라 스팩 회사의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것은 ‘딜 소싱’ 역할 때문이다. 증권사로서도 대형화된 스팩과 합병할 유망한 비상장 회사를 찾아주는 역할을 VC에게 맡기고 싶어한다는 후문이다. VC로서도 유망한 기업과 합병 시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부 비용 부담은 있지만, VC가 스팩 발기인으로 참여 시 공모가 절반 수준의 가격에 지분을 태우게 된다. 유망한 비상장 기업 입장에서도 대형 스팩과 합병할 때 스팩 상장으로 모인 자금을 공모자금처럼 쓸 수 있어 유인이 존재한다.

VC업계 관계자는 “최근 VC가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회수 실적이 나오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비상장 기업과의 네트워킹 등 스팩과 합병할 회사를 찾아오는 ‘딜 소싱’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비상장 기업 역시 수백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과 함께 상장까지 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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