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스팩 상장…올해 벌써 5곳 상장 포기 [공모꾼]
하이스팩8호 상장 철회신고서 제출
KB·NH·유안타·키움스팩 등 ‘줄철회’
작년 45개 상장…스팩 포화 지적도
금감원, 스팩 상장 관리감독 강화
‘-꾼’은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어떤 일 때문에 모인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입니다. ‘공모꾼’은 공모주에 진심인 투자자분들께 예비 상장사 정보와 한 주간 공모주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소식을 전합니다. 기업공개(IPO) 일정부터 증권신고서를 토대로 한 실적·밸류에이션 분석까지. 매주 토요일, 공모주 투자에 꼭 필요한 정보를 보내드립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상장 철회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까지도 40개 넘는 스팩이 국내 증시에 상장했지만, 올해 들어선 벌써 스팩 5곳이 줄줄이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그간 스팩은 원금 보장에 4%대 이자까지 챙길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보다 직상장 시 ‘대박’을 낸 사례가 자주 나오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상장을 추진하던 하이스팩8호는 지난 6일 금융감독원에 코스닥 시장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4~5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하이스팩8호는 오는 10일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하이스팩8호는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최근 공모 시장의 제반 여건을 포함, 투자자 보호 사항 등을 고려해 공모를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장을 추진하다 철회한 스팩은 총 5곳이 됐다. 지난달 KB스팩24호를 시작으로 NH스팩29호, 유안타스팩11호, 키움스팩8호도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최근 4년간 상장을 철회한 스팩은 2020년 4곳, 2021년 2곳, 지난해 4곳 등으로 올해는 1분기만에 작년 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직상장하면 따상가는데…스팩 '찬바람'
스팩은 증권사가 공모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비상장기업(또는 코넥스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유일한 사업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다. 스팩은 액면가에 상장한 뒤 3년 이내에 합병 대상이 될 비상장기업을 결정해 합병을 마쳐야 한다. 합병에 성공하면 스팩은 자동 소멸되고, 합병에 실패해도 투자금과 이자를 돌려준다. 스팩의 공모가는 보통 한 주당 2000원으로, 일반적인 공모주 가격보다 낮아 부담도 적다.
이러한 특징 덕에 스팩은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2020년 19곳에 불과하던 신규 상장 스팩은 2021년 24곳, 지난해엔 45곳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공모주 열풍에 직상장 뿐만 아니라 우회상장 수요도 늘어난데다, 합병 대상 기업을 결정한 스팩 가격이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도 달아올랐다.
올해 들어선 분위기가 반전됐다. 우선 연초부터 이어진 중소형 직상장사들의 흥행이 스팩의 투자 매력을 반감시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 상장한 코스닥 상장사 17곳 중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에 성공한 종목은 5곳,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100%를 넘긴 기업도 10개에 달했다. 일반 공모주로 투심이 모이면서 스팩은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은 셈이다.
고금리에 스팩의 예치금 이자율 매력이 떨어졌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스팩은 3년간 주식을 보유할 경우 연 1.5~2%, 3년간 4%대의 이자율을 적용해준다. 그러나 작년말부터 시중은행이 5~6%대 예금금리와 10%가 넘는 적금 상품을 내놓으면서 스팩의 매력이 부각되지 못 했다.
늘어난 스팩 상장, 금감원 감독도 강화
지난해 스팩 상장이 40곳을 넘기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들이 지난해까지 경쟁적으로 스팩을 상장시킨 만큼, 추가 상장을 하는 대신 합병 대상 기업을 물색할 때라는 분석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대기 중인 상장 스팩이 상당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추가 스팩 상장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스팩합병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스팩 상장 건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 스팩합병을 주관하는 증권사의 스팩 취득단가가 일반 투자자의 절반 수준이고, 합병 성공 조건부 수수료도 취득한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악용 가능성도 주의깊게 살피기로 했다.
금감원은 “스팩은 잠재력 있는 비상장기업에게는 상장을 통한 성장 경로를, 투자자에게는 양호한 수익을 제공해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증권사에게 유리한 거래조건과 기관투자자들의 발기인 견제 부족 현상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팩 합병시 증권신고서에 투자 주체간 이해상충 요소 등이 충실히 기재 될 수 있도록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상장 철회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까지도 40개 넘는 스팩이 국내 증시에 상장했지만, 올해 들어선 벌써 스팩 5곳이 줄줄이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그간 스팩은 원금 보장에 4%대 이자까지 챙길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보다 직상장 시 ‘대박’을 낸 사례가 자주 나오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상장을 추진하던 하이스팩8호는 지난 6일 금융감독원에 코스닥 시장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4~5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하이스팩8호는 오는 10일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하이스팩8호는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최근 공모 시장의 제반 여건을 포함, 투자자 보호 사항 등을 고려해 공모를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장을 추진하다 철회한 스팩은 총 5곳이 됐다. 지난달 KB스팩24호를 시작으로 NH스팩29호, 유안타스팩11호, 키움스팩8호도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최근 4년간 상장을 철회한 스팩은 2020년 4곳, 2021년 2곳, 지난해 4곳 등으로 올해는 1분기만에 작년 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직상장하면 따상가는데…스팩 '찬바람'
스팩은 증권사가 공모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비상장기업(또는 코넥스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유일한 사업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다. 스팩은 액면가에 상장한 뒤 3년 이내에 합병 대상이 될 비상장기업을 결정해 합병을 마쳐야 한다. 합병에 성공하면 스팩은 자동 소멸되고, 합병에 실패해도 투자금과 이자를 돌려준다. 스팩의 공모가는 보통 한 주당 2000원으로, 일반적인 공모주 가격보다 낮아 부담도 적다.
이러한 특징 덕에 스팩은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2020년 19곳에 불과하던 신규 상장 스팩은 2021년 24곳, 지난해엔 45곳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공모주 열풍에 직상장 뿐만 아니라 우회상장 수요도 늘어난데다, 합병 대상 기업을 결정한 스팩 가격이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도 달아올랐다.
올해 들어선 분위기가 반전됐다. 우선 연초부터 이어진 중소형 직상장사들의 흥행이 스팩의 투자 매력을 반감시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 상장한 코스닥 상장사 17곳 중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에 성공한 종목은 5곳,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100%를 넘긴 기업도 10개에 달했다. 일반 공모주로 투심이 모이면서 스팩은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은 셈이다.
고금리에 스팩의 예치금 이자율 매력이 떨어졌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스팩은 3년간 주식을 보유할 경우 연 1.5~2%, 3년간 4%대의 이자율을 적용해준다. 그러나 작년말부터 시중은행이 5~6%대 예금금리와 10%가 넘는 적금 상품을 내놓으면서 스팩의 매력이 부각되지 못 했다.
늘어난 스팩 상장, 금감원 감독도 강화
지난해 스팩 상장이 40곳을 넘기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들이 지난해까지 경쟁적으로 스팩을 상장시킨 만큼, 추가 상장을 하는 대신 합병 대상 기업을 물색할 때라는 분석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대기 중인 상장 스팩이 상당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추가 스팩 상장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스팩합병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스팩 상장 건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 스팩합병을 주관하는 증권사의 스팩 취득단가가 일반 투자자의 절반 수준이고, 합병 성공 조건부 수수료도 취득한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악용 가능성도 주의깊게 살피기로 했다.
금감원은 “스팩은 잠재력 있는 비상장기업에게는 상장을 통한 성장 경로를, 투자자에게는 양호한 수익을 제공해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증권사에게 유리한 거래조건과 기관투자자들의 발기인 견제 부족 현상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팩 합병시 증권신고서에 투자 주체간 이해상충 요소 등이 충실히 기재 될 수 있도록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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