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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IPO도 양극화…대어급 철회하고 소어들만 노닌다

300억원대 KB스팩24호 등 상장 철회
중소형 스팩 경쟁 치열…‘옥석 가리기’

증시 침체로 스팩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규모 스팩은 투자 심리가 꺾이면서 상장 철회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그나마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스팩 시장에서도 ‘대어급’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대규모 스팩은 상장 철회하고 소규모 위주로 흥행하고 있어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00억원대 규모의 대형급 스팩인 KB스팩24호와 NH스팩29호가 상장을 철회했다. 

NH스팩29호는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시장 상장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NH스팩29호는 공모 규모 255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스팩이다. 

NH스팩29호는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최근 시장 여건 및 일정 등 제반 여건과 투자자 보호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공모를 철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B스팩24호도 공모 금액 400억원 규모였으나 지난 9일 자진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만든 특수목적회사다. 증권사가 스팩을 설립하고 일반인 대상 공모주 청약 절차를 통해 자금을 모은다. 증권사가 ‘○○스팩’과 같은 이름을 붙여 일단 상장시킨 후 인수합병할 회사를 찾는다. 이후 기업을 인수하면 합병회사 이름으로 재상장하는 방식이다.

스팩은 증시가 침체된 IPO 시장에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일반 공모와 달리 기관 수요 예측을 진행할 필요가 없고 원금도 보장돼서다. 일반 주식과는 달리 스팩 공모가도 2000원이다.

비상장기업들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직상장보다 상대적으로 상장 기간이 짧고 심사 기준이 덜 까다로운 스팩 합병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스팩 중에서도 규모가 큰 스팩들은 증시 침체에 상장 철회하는 분위기다. 스팩도 규모가 클수록 자금을 많이 확보해야 하고 알맞은 합병 대상을 찾기 어려워서다. 스팩 유효 기간은 3년으로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영향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최근 중소형주 IPO에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지면서 스팩 열풍에도 선별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스팩 성공이 어려운 만큼 중소형 스팩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래에셋비전스팩2호(446190), 유안타제13호스팩(449020), 삼성스팩8호(448740), 하나26호스팩(446750), #NH스팩28호, 미래에셋드림스팩1호(442900), 유안타제12호스팩(446150) 등 7개 스팩이 상장했다. 거래소 심사 승인을 앞둔 스팩도 키움제8호스팩, 하이제8호스팩, 유안타제14호스팩, 신한제11호스팩 등 여럿이다. 

이중 이미 상장한 대규모 스팩인 삼성스팩8호와 미래에셋드림스팩1호의 주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각각 공모금액 400억원, 7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스팩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날 삼성스팩8호는 전날보다 0.20%(20원) 하락한 9740원에,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0.11%(10원) 빠진 9460원에 각각 마감했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팩 순자산 규모가 크면 합병 대상기업 규모도 커야 하기 때문에 합병 희망기업을 탐색하는 난이도가 높아지게 된다”면서 “운용주체 입장에선 합병 완료에 실패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소형 스팩을 다수 설립하는 것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 역대급으로 시장에 스팩이 많이 나와 있는 상황”이라면서 “스팩은 보통 기업가치가 1000억~2000억원인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고 시장이 어려울 땐 직상장처럼 스팩도 대어급이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로 중소형 스팩 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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