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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문제 못 피한 LG家…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나

구본무 전 회장 유산, LG 주식 11.3%
8.8%는 구광모 회장, 2.5%는 구연경‧구연수씨에 상속
LG “회장 지분은 가문 대표해 의결권 행사하기 위한 수단”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LG그룹]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LG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 분쟁이 벌어졌다. 장자 상속과 형제간 계열분리를 기본으로 원만한 승계 작업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LG가(家)에서 최악의 경우 경영권 분쟁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는 지난 2월 28일 서울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5월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뒤 유산의 상당 부분이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됐는데, 이를 원점으로 돌려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시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주식 11.28%(1945만8169주)에 대해 장남 구광모 ㈜LG 회장이 8.76%(1512만2169주), 장녀 구연경씨 2.01%(346만4000주), 차녀 구연수씨 0.51%(87만2000주)씩 각각 분할 상속했다”고 밝혔다.

LG에서 상속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재계에서는 의아하다는 평가와 터질 수 있는 문제가 터졌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산업화를 거쳐 국내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LG를 제외한 5대 그룹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일어났지만, LG만은 문제가 없었다.

그동안 장자가 LG 그룹을 이끌고 형제들은 계열사를 분리해 독립하는 이른바 ‘장자 승계’ 원칙이 아름다운 문화로 해석됐지만, 시대가 바뀐 것이다. 딸의 지위가 향상됐고 양자(養子)로 입적한 구광모 회장의 특수한 상황까지 더해졌다는 해석도 있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큰아들인데,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장자가 그룹을 이끌어온 LG의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큰아들이 부친의 재산을 물려받아 집안을 건사하는 유교 문화가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구광모 회장이 구본무 회장의 친아들이었다면 원만하게 합의했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구본무 회장의 유산 분배 방식이 김 여사와 딸들에게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그룹은 “LG 최대주주인 구광모 대표가 보유한 ㈜LG 지분은 LG가(문)을 대표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5년 2월, 회장 이취임식에서 구자경 명예회장이 구본무 회장에게 LG 깃발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 LG]

구광모 회장, 여동생 상속세 일부 대납…화합 위한 노력 해석

LG그룹 오너 일가의 분란이 최근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분란의 조짐이 일었고, 구광모 회장이 이를 달래기 위해 노력했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해석도 있다.

재계에 따르면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측은 지난해 7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첫 내용증명 서류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측은 법정 상속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에 따라 상속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구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이후 구연경 대표의 5번째 상속세를 구광모 회장이 대신 납부했다는 점이다. 2018년 구본무 회장 별세 후 상속인들은 상속세를 5년 동안 6회에 걸쳐 나눠 내기로 했는데, 상속인들은 지금까지 5번의 상속세를 냈다. 보통 상속세를 연말에 낸다는 것을 고려하면 구 회장은 상속 비율 재산정 내용증명을 받은 이후 상속세를 대납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LG그룹뿐 아니라 장손으로 구씨 가문을 대표하고 있는데, 집안의 분란을 확대하지 않기 위해 상속세를 대납하며 가족들을 달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가족과 가문의 화합을 위해 최대한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려 노력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개인 간의 소송이어서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김 여사 측이 다시 구광모 회장에 내용증명 서류를 보냈고, 2월 28일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며 법정 다툼까지 간 것으로 풀이된다.

재산 상속의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내려질 전망이지만,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속인 간 합의의 적법성’이 인정될지가 관건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산을 상속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상속자끼리의 합의”라면서도 “합의 과정에 착오‧강박‧사기 등 심각한 영향을 줄 만한 요소가 있었다면 합의를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구광모 회장과 모친-여동생들과의 합의 과정에서 이를 뒤집을만한 요소가 있느냐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와 두 딸이 법적 분쟁까지 진행하는 만큼 합의 과정에서의 문제를 지적할만한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제척기간(권리의 존속기간, 3년)’이 지났는데도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LG그룹 측은 “경영권 관련 재산은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 외 가족들은 소정의 비율로 개인 재산을 받아왔는데, 이런 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상속인들이 이번 상속에서도 이 룰에 따라 협의를 거쳐 합의했던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LG그룹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가풍을 가족 간 협의와 합의를 통해 지켜져 왔기에 여러 차례의 상속과 계열분리 과정도 잡음 없이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며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LG 전통과 경영권 흔드는 건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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