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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쿠세권’ 행보에 맞불…‘신세계·롯데’ 대응책은?

[新‘신‧쿠‧롯’ 시대]② 유통 전통 강자의 생존법
시스템 차별화 싸움, ‘물류 인프라’로 승부
‘전국권’ PP센터, ‘전 과정’ 오카도 등 효율화 전략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장을 보고있는 사람들.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쿠팡이 자동화 물류 인프라를 통한 ‘쿠세권(쿠팡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일명 그로서리 시장의 빅2라 불리는 신세계, 롯데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 사는 그동안 구축해온 물류 인프라에 힘을 주면서 쿠팡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 전망이다. 


오프라인 이마트+온라인 SSG닷컴, 하루 15만건까지 처리

작업자가 PP센터 자동화 소터에 상품을 투입하는 모습. [사진 SSG닷컴]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PP’(Picking·Packing)센터 물류 체계를 고도화하고,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3곳의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는 이마트의 오프라인 경쟁력과 SSG닷컴의 물류 기술을 결합한 결과물로 네오 7만5000여건, PP센터 7만5000여건을 합하면 총 15만여 건의 물류를 하루에 처리하는 셈이다. 이마트는 올해 해당 체계를 고도화해 주력 고객인 3~4인 가구에 대한 침투율을 높이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1~2인 가구 요구를 반영해 차별화를 꾀할 방침이다.

이에 질세라 롯데쇼핑은 영국 그로서리 플랫폼 기업 ‘오카도’와 협업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 확대에 나선다.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은 최근 온라인 시장 성과 부진으로 ‘온라인 약자’라는 불명예를 안은 바 있어, 더 본격적인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리테일 테크 강자인 오카도의 스마트 솔루션을 도입해, 쿠팡이 선점한 온라인 신선식품 분야에서 전세를 역전하겠다는 복안이다. 

두 회사가 내민 강점은 자동화 물류 시설이다. 이마트 PP센터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집품하고 포장하는 공간으로 이마트의 오프라인 인프라, 신선식품 경쟁력을 적극 활용한다.자동화 물류 시설을 각 거점 점포에 도입해 배송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네오’ 역시 핵심 인프라에 해당한다. 네오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물류의 심장’이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건 보관, 제조, 판매 기능이 합쳐진 온라인스토어 모델로 경기 용인에 1곳, 경기 김포에 2곳에서 운영중이다. 현재 네오의 자동화율은 80%에 달한다. 핵심 기술은 상품이 작업자를 알아서 찾아오는 'GTP(Goods To Person)' 시스템과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 선별에 최적화된 ‘디지털 피킹’(Digital Piking) 시스템 등이 있다.

롯데쇼핑은 공인된 오카도 시스템을 들여 2025년 국내에 신선식품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오카도는 영국에서 매장 없는 온라인 슈퍼마켓 업체로 시작해 온라인 배송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고 약 20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유통 기업으로 발돋움 한 기업이다. 롯데는 오카도 시스템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6개의 자동화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입고부터 출고까지 자동화 물류 로봇을 도입해, 전 과정을 책임지는 구조다.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Next generation Online store)’. [사진 SSG닷컴]

이들은 이렇게 구축된 자동화 풀필먼트를 적극 활용하며 쿠팡의 행보에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처하면서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마트는 전국 160여개에 달하는 점포를 자동화 풀필먼트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중소형 PP센터를 대형 PP센터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남은 공간을 쓱고우 물류센터로 활용하며 구조를 개선하기도 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SSG닷컴은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관계사로부터 확보한 소싱 능력을 바탕으로, 검증된 위수탁 업체의 상품을 전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당사가 그동안 물류 설비의 필요성을 느껴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고, 현재는 지난 2014년 콜드체인 시스템을 완비한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와 100여 곳의 PP센터를 연계해 물류 효율성을 제고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PP센터는 이마트를 등에 업고 전국적으로 상품을 취급, 배송할 수 있어 제주도까지도 빠른 배송이 가능한 ‘전국 단위 배송 생활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 지점”이라며 “수도권에서는 네오의 자동화된 시스템을 중심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오카도’ 스마트 솔루션에 1조원 투자...‘온라인 약자’ 오명 씻는다

오카도가 영국 리즈에 조성한 도심형 물류거점에 최첨단 로봇 기술이 도입돼있는 모습. [사진 오카도그룹 홈페이지]

롯데쇼핑은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도입 및 운영을 위해 2030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32년에는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오카도는 다른 기업과 달리 온라인 그로서리에 집중하다 오프라인으로 리테일 사업을 확장해 영국 그로서리 시장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한 곳”이라며 “상품 입고부터 픽업, 배송까지 전 과정이 시스템화돼있기 때문에 국내에 들여오기 최적화된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기기만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오카도와 ‘공동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향후 시스템이 이보다도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와 롯데의 새로운 시도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생을 위한 하나의 관문으로 보고 있다. 물론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롯데가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프라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이미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사들의 물류 체계가 어느 정도 자리 잡힌 상황에서 1조 수준의 대규모 투자는 다소 늦은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카도가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국내 도입 시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어느정도 규격화된 형태를 띄기 때문에 신선식품에 강한 구조는 아니”라며 “결국 오카도의 성공 여부는 ‘현지화’에 달렸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칠 수 없는 온라인 시장에 대한 적절한 대처로 해석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 이마트와 같은 마트 기반 유통업체는 온오프라인의 상생을 꾀해야 하는 반면, 쿠팡이 온라인에서 압도적인 속도로 치고 나가고 있는 현실은 맞다”며 “코로나 국면이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향후 온라인 규모가 65%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에서 반드시 잡고 가야 할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마트의 PP센터, 롯데의 오카도 모두 온라인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롯데의 경우 온라인에서 다소 뒤쳐졌다는 인식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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