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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삭제’ 고정관념 깬 현대차...기아는 왜 못했을까[백카(CAR)사전]

현대차, 아이오닉 등 신차부터 운전대서 로고 지워
기아, EV9 디자인 과정서 고민했지만 결국 보류

자동차 산업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신차가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 수준이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정보는 정말 방대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식을 모아서 정리한 책인 백과사전처럼 ‘백카(CAR)사전’ 코너를 통해 자동차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기아가 지난 15일 두 번째 전용 전기차 EV9을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사진은 기아가 공개한 EV9(아래)과 콘셉트 카(위). [사진 기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기아의 두 번째 전용 전기차 EV9(이브이 나인)이 지난 15일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지난 2021년 11월 LA 모터쇼에서 콘셉트 카가 공개된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콘셉트 카 디자인과 큰 차이가 없다. 출시 전부터 ‘역대급’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아는 이달 말 개최되는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EV9을 전시할 계획이다.

기아는 전 세계 공개 한 달여 전인 지난 달 17일 서울 성수동 소재 한 스튜디오에서 EV9 미디어 디자인 프리뷰를 진행했다. 디자인 공개 전부터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탓이다. 이날 현장에서 참석한 EV9 디자인 담당자들은 실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기아글로벌디자인센터 카림 하비브 부사장은 “(EV9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는 3열 7석으로 구성된 차량의 공간감”이라고 말했다. 기아넥스트디자인내장팀 이민영 팀장은 EV9 실내에 대해 “간결함과 직관적인 요소를 최대한 극대화하고자 했다”면서 “첫 인상 자체가 굉장히 강렬하며 심플함이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디자이너들이 강조한 EV9의 실내를 유심히 살펴봤다. 현대차의 전동화 모델인 아이오닉 시리즈(아이오닉 5~6)와 마찬가지로 간결했으며, 직관적인 요소가 극대화된 모습이었다. 컬럼 타입의 전자식 변속기가 채택됐다는 것도 아이오닉 시리즈와 유사했다.

물론 다른 점도 있었다. 운전대(스티어링 휠) 디자인이다.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 시리즈를 비롯한 신차의 운전대에서 자사 로고를 삭제하고 있다. 보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부분의 자동차 운전대에 회사 로고가 들어간다”며 “현대차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전통적인 디자인에서 탈피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로고가 빠진 운전대에는 점이 4개 있다”며 “점 4개는 모스부호로 H를 뜻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기아 EV9 운전대에는 회사 로고가 새겨져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에는 차별화된 디자인이 적용된다. [사진 현대차, 기아]
기아 역시 전통적인 디자인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EV9 운전대에는 왜 기아 로고가 그대로 새겨져 있을까. 기아 측은 디자인 과정에서 회사 로고 삭제를 검토했다고 한다.

기아넥스트디자인담당 김택균 상무는 “EV9 운전대는 기존과 비교해 디자인에 많은 변화가 있다”면서 “디자인 과정에서 현대차처럼 로고를 삭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변경된 로고를 더 알리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다”며 “향후에는 기아도 현대차처럼 운전대에서 로고를 삭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1년 기아는 30여년 간 사용해온 사명 및 로고를 변경했다. 기존 ‘기아자동차’라는 사명에서 자동차를 삭제한 것이다. 로고 역시 미래 지향적인 형태로 교체했다.

기업 입장에서 수십년간 사용해온 사명 및 로고를 변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호 등기, 상표권 출원, 간판, 기타 업무용품 등 변경해야 할 것들도 산더미다. 막대한 비용도 발생한다. 기업이 사명을 변경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수백억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사명 변경을 위해 투입한 돈이 1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아가 사명 변경에 나선 이유는 뭘까. 혁신적인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로 기존 제조업 중심의 서비스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는 기아가 지난 2020년 발표한 중장기 사업 전략 ‘플랜S’와도 연결된다. 당시 기아는 ▲전기차 ▲모빌리티 솔루션 ▲모빌리티 서비스 ▲목적기반차량(PBV)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사명, 로고 변경 등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전동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미지 변신, 미래 비전을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다만, 비용이 많이 들고 변경된 로고 등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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