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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74년 동업 막 내리나…장형진 고문 vs. 최윤범 회장 지분 전쟁 벌어져

[고려아연 지분 전쟁 막전막후]①
올해 주총선 ‘극단 대치’ 피했다…‘장기전’ 가능성 높아
장형진 고문‧최윤범 회장, 내년 등기이사 임기 만료
내년 주총 표 대결 불가피…재선임 여부 ‘관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고려아연]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74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온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집안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집안이 고려아연을 두고 이른바 ‘지분 전쟁’에 나서면서 사실상 동업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취임한 최윤범 회장 측이 한화, LG 등의 우호 세력을 확보하면서 장형진 고문 측과의 지분 격차를 4%포인트까지 좁힌 것이다. 재계에선 “장 고문 측과 최 회장 측이 올해엔 직접 충돌을 피하고 향후 추가적인 지분 확보를 이어가는 장기전에 돌입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장 고문 측의 지분율이 높은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선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사내이사가 모두 선임됐고, 최 회장 측이 지분율에서 앞서는 영풍정밀 주총에선 장형진 고문의 기타 비상무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올해 주총은 일종의 전초전으로, 장 고문과 최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질 내년 고려아연 주총에서 표 대결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다. 

‘극단 대치’ 피한 전초전 

재계 등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3월 17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신규 사내이사 선임 등 상정한 6개 의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신임 사내이사에 박기덕 사장과 박기원 부사장(온산제련소장)이, 기타 비상무이사에 최내현 켐코 대표이사가 각각 신규 선임됐다. 김보영 한양대 경영대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 서대원 BnH 세무법인 회장의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신규 선임 안건 등도 통과됐다.

장 고문 측과 최 회장 측이 올해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을 두고 표 대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인사들이 무난하게 이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최내현 대표는 최윤범 회장의 사촌이고, 박기덕 사장과 박기원 부사장은 최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최 회장 측이 장 고문 측보다 지분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최 회장 측 계열사로 인식되는 영풍정밀 주총에선 장 고문이 등기이사 재선임에 성공했다. 3월 23일 열린 영풍정밀 주총에서 장 고문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장형진 고문 측과 최윤범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 격차가 4%포인트 정도에 불과한 데다, 최 회장 측의 계열 분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양측의 지분 확보를 두고 경영권 분쟁으로 해석하는 것은 비약이고, 의사 결정의 주도권 확보 싸움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 요건은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 비중이 상호 3% 미만(상장사 기준)이어야 한다.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등을 계열 분리하려면 장 고문 측의 고려아연 지분 약 30%가 정리돼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 지붕 아래 ‘독립 경영’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사진 영풍그룹]


재계 안팎에선 장 고문 측과 최 회장 측이 올해 주총에선 사내이사 선임 등을 두고 표 대결에 나서는 방식의 극단 대치는 피했지만, 물밑에서 고려아연 지분 확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영풍그룹을 이끌고 있는 장 고문 측 입장에선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 경영권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 어렵다. 고려아연 미래 사업 육성을 꿈꾸는 최 회장에게 장 고문 측의 경영 간섭은 부담이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자가 함께 영풍그룹의 모체인 영풍기업사를 설립했다. 이후 고려아연 계열사는 최씨 일가가, 전자 계열사 등은 장씨 일가가 맡았다. 세계 1위 아연 제련 업체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이면서 동시에 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사업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회사다. 재계 관계자는 “장형진 고문과 최윤범 회장 양측 모두에게 고려아연이 갖는 상징성과 중요성은 남다르다”며 “양측이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 최 회장 측은 한 지붕 아래서 ‘독립 경영’을 꾀하고, 장 고문 측은 독립 경영을 견제하는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최 회장 측이 실적과 주가 동반 상승 등을 통해 8% 넘는 지분율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적‧주가 상승에 더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시행,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의 지지를 얻는 방식으로 독립 경영을 강화할 것이란 논리다.

실제 고려아연은 올해부터 중간 배당을 실시하고, 2025년까지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30% 이상을 연간 배당 목표로 설정했다. 일부에선 “고려아연 액면분할 가능성” 얘기도 들린다. 액면분할은 주식의 액면 가액을 일정한 분할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인데, 통상 주당 가격이 낮아져 주식 거래가 활기를 띠는 경향이 있다. 단기적인 주가 부양 방안으로 인식되는데, 액면분할 후 주가가 오르지 않는 사례도 있다.

내년 고려아연 주총에서 장 고문 측과 최 회장 측의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주총에서 장 고문과 최 회장의 고려아연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지기 때문이다. 장 고문과 최 회장의 등기이사 임기 만료일은 내년 3월 23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장형진 고문 측과 최윤범 회장 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상 고려아연 지분을 둘러싼 양측의 지분 확보 전쟁은 지속될 것”이라며 “장 고문과 최 회장 모두 내년 등기이사 임기가 끝나는 만큼, 주총에서 등기이사 재선임을 두고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장형진 고문 측과 최윤범 회장 측이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미세한 지분 차이가 유지될 것”이라며 “국민연금 등을 비롯해 강력한 우군을 확보한 쪽이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강화하는 수준의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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