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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수출길 열려면…“글로벌 기업과 개발 단계부터 소통해야”

KIMES 2023 상생협력 TFT 세미나
4000여 개 국내 기업 정보 모인 플랫폼 필요
완제품 찾는 글로벌 기업들…개발·소통 함께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을 찾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글로벌 기업과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하려면 기업 및 기술 정보를 구축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글로벌 기업이 완제품이나 검증된 제품에서만 협력하지 않고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과 개발 단계부터 소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원수 티앤알바이오팹 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23)의 ‘오픈 이노베이션: 국내 의료기기 글로벌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세미나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주로 완제품을 보유한 국내 기업과 협력하려고 한다”며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촉진하려면 기업들이 제품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소통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세계 최초로 3차원(3D)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해 난치성 기관 결손 환자 치료를 위한 이식용 인공기관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션과 조직 재건을 위한 생분해성 지지체(스캐폴드)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연구개발(R&D)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의료기기는 다른 의료 분야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저조하지만 티앤알바이오팹은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윤 대표는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션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할 수 있던 배경에 ‘인내’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7년 전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션과 처음으로 미팅을 했고, 이후 수년이 지나서야 R&D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며 “글로벌 기업과 지속해서 소통하며 신뢰를 쌓고 기업의 전략과 방향을 맞춰가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고 했다.

그는 “티앤알바이오팹이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들과 맺은 협약을 통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 내 오픈 이노베이션의 레퍼런스가 만들어졌다고 본다”면서도 “글로벌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업체들에 요구하는 기준의 수준이 높아 중소형 업체가 대다수인 국내 기업들이 생산 규모와 시장 조사, 의과학적 검증 데이터 등을 충족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여한 신경훈 스타메드 대표는 제조기업이 대다수인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역량을 발굴할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찾고 싶은 글로벌 기업이나 이들과 협력하려는 국내 기업이 협력사를 찾을 만큼 충분한 정보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 대표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디지털 치료기기나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그러나 국내 4000여 개 의료기기 제조업체 중 이런 기술을 가진 기업은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만 국내 기업들의 사업과 기술을 살펴볼 플랫폼조차 없는 것은 문제”라며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이 다양하게 가입해 있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을 중심으로 공급자인 국내 의료기기 기업과 수요자인 글로벌 기업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기업들이 협력할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비브라운코리아와 한국존슨앤드존슨 등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협력을 통해 제품 역량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거나,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이 대상이다. 특히 한국존슨앤드존슨은 디지털 기술과 헬스케어 분야를 접목한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AI 기반의 의료 진단 보조기기를 출시한 휴이노와 협약을 체결했다.

존슨앤드존슨의 의료기술 기업 협력 체계 [사진 선모은 기자]
오진용 존슨앤드존슨메디칼 대표는 “한국은 의료진의 역량이 뛰어나 임상연구(Clinical Research)에서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이런 역량을 살리면서도 혁신 분야에 뛰어든 기업들을 주로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협력하지 않는 기업은 붕괴할 것”

의료기기 산업은 제조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가브리엘 심 아시아태평양의료기술협회(APACMed) 디렉터는 “전통적인 의료기기 기업들이 다른 기업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붕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산업의 변화에 따라 협력 방법을 배우고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채창영 비브라운코리아 대표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하기 위해선 규제도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기술력이 뛰어난 제품이라도 의료 현장에서 사용된 적 없다면 글로벌 기업을 설득하기 어려워서다.

채 대표는 “글로벌 기업은 상시 좋은 기술을 확보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국내 의료기기 기업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데다 첨단 기술이 적용된 경우는 국내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 대다수라 해외 시장에 바로 선보이긴 어렵다”고 했다. 의료기기가 국경을 넘기 위해선 국내 시장에도 제품을 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오 대표는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달리 ‘테스트 마켓’이 필요하다”며 “좋은 제품이라도 의료진이 실제 사용할 수 없다면 제품을 검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규제환경을 개선해 혁신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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