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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현장서 만난 테크 포럼…네이버·솔트룩스 ‘GPT 활용법’ 공유 [가봤어요]

제9회 이코노미스트 테크 포럼, 3년 만에 오프라인 개최
국내 핵심 기업인 80명 찾아…AI 기술 변화 인사이트 공유
네이버 “국내 시장 지켰던 사명감으로 AI 변화 대응”
솔트룩스 “생산성 향상 기대…변화 이끄는 기업 나타날 것”

이코노미스트 주최로 29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3 테크 포럼’ 행사장 전경. 윤영진 네이버클라우드 글로벌 AI 비즈니스 리더가 챗GPT 기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3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기술 변화의 흐름을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는 매력에 굵직한 기업의 임직원 약 80명이 모였다. 분야도 다양하다. 정보기술(IT)·산업은 물론 금융·유통·제약까지 국내 경제를 이끄는 곳곳에서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국내 인공지능(AI) 생태계 선두에 있는 네이버·솔트룩스의 사례를 통해 기술 변화의 흐름을 엿봤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29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챗GPT(ChatGPT) 활용법을 주제로 ‘2023 테크 포럼’을 개최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이코노미스트 테크 포럼은 IT 기술 동향의 맥을 가장 빨리 짚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9년 전 작은 모임에서 시작한 테크 포럼은 기술의 변화와 경제적 인사이트를 듣고자 하는 업계 요구에 따라 규모를 점차 키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한 최근 3년간에도 온라인으로 행사를 개최하며 기술 변화 동향을 공유해왔다. 조찬 강연회 형태로 진행된 올해 행사는 온라인에선 다소 경직됐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며 열기를 더했다.

곽혜은 이코노미스트 발행인은 인사말을 통해 “테크 포럼은 회를 거듭할수록 업계 관심이 지속해 높아졌는데,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최근 3년간 특유의 활기가 옅어졌던 것처럼 느껴져 아쉬움이 컸다”며 “3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이번 행사를 통해 공유되는 AI 기술에 대한 인사이트가 대한민국 미래를 철저하게 대비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혜은 이코노미스트 발행인이 29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3 이코노미스트 테크 포럼’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하는 ‘특별한’ 챗GPT 활용법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테크 포럼의 주제로 챗GPT를 선정했다. ‘답변하는 AI’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은 의심의 여지 없이 세상을 바꿀 기술 1순위로 꼽힌다. 이미 숱한 기업에서 이 기술을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한 상태다. 서비스 앞엔 모두 ‘혁신’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미국 스타트업 오픈AI(Open AI)가 챗GPT를 본격적으로 서비스한 지 4개월도 안 됐지만, 기술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뚜렷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챗GPT 시대에 대응하고 있는 국내 다양한 기업 중에서도 네이버와 솔트룩스를 이번 테크 포럼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두 기업 모두 국내 기술 변화의 최전선에서 서 있는 곳이다.

솔트룩스는 지난 2000년 AI 산업을 본격화하며 ‘업계 선구자’란 수식어를 얻었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202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15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 알람 서비스’ 국민비서(구삐)를 개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KT의 AI 스피커에도 솔트룩스의 기술이 사용됐다. 솔트룩스는 최근 플루닛을 자회사로 설립하기도 했다. 이 기업은 생성형 AI의 ‘종합 선물 세트’로 꼽히는 가상 인간 콘텐츠를 전문 사업 영역으로 한다.

한국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는 지난 2021년 5월 자체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하며 시장을 주도해왔다. 네이버는 최근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에 클로바·파파고·웨일 등 AI 관련 조직을 통합하고 거대한 기술 변화에 대응 중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2021년 5월 선보인 자체 초대규모AI 하이퍼클로바를 더욱 발전시킨 ‘하이퍼클로바 X’(HyperCLOVA X)의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 X는 챗GPT 대비 6500배 한글 데이터를 더 많이 학습한 AI 모델로, 오는 7월 출격한다.

테크 포럼의 강연자로는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와 윤영진 네이버클라우드 글로벌 AI 비즈니스 리더가 올랐다. 두 강연자 모두 기업 내 기술 고도화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윤 리더는 네이버가 구상하는 ‘한국 특화 GPT 서비스’ 구축의 뼈대를 만드는 중이다. 이 대표는 국내 AI 기술 발전의 역사를 함께한 인물로, 솔트룩스의 기술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챗GPT 등장 후 기술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고, 국내 기업들은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가 29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3 이코노미스트 테크 포럼’의 첫 강연자로 올라 ‘생성 AI의 산업혁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새로운 빅테크 탄생 임박…지금이 텐버거 기회”

이 대표는 이날 포럼에서 ‘생성 AI의 산업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1950년 영국 수학자 앨런튜링의 손끝에서 개념이 탄생한 ‘AI의 시작점’부터 ▲구글의 기술 고도화 과정 ▲GPT 기술의 등장과 작동 원리 ▲생성형 AI로 최근 변화된 서비스 ▲변화할 미래 모습 등을 자세히 풀어냈다.

그는 “최근 50년간 위대한 변곡점이 14년마다 찾아왔다”며 “스마트폰 상용화 후 14년 만에 등장한 챗GPT로 사회 전반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1981년 개인용 컴퓨터(PC) ▲1995년 인터넷 ▲2009년 스마트폰 등 혁신적 발명품이 주기적으로 세상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 AI’가 이 같은 기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봤다. 그간 등장한 메타버스·블록체인·클라우드 등의 기술이 AI로 묶여 지적 노동의 생산성을 대폭 향상하는 식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의 탄생이 임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규 기술의 등장 때마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카카오 등 대형 기업이 탄생했다”며 “챗GPT가 등장한 지금이 텐버거의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가 29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3 이코노미스트 테크 포럼’의 첫 강연자로 올라 ‘생성 AI의 산업혁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PC의 상용화 후 MS가, 인터넷의 보급이 이뤄진 뒤 아마존·구글·네이버가 탄생했다. 스마트폰이 현대인의 손을 점령한 뒤로 카카오·인스타그램·우버 등이 시장에 등장했다. 생성형 AI 기술로 인해 새로운 빅테크가 움틀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다는 설명이다.

생성형 AI의 대중화로 가장 뚜렷하게 변화할 지점으론 ‘지적 노동’의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이 대표는 “국내 합계출산율이 0.78로 떨어졌고, 노동인구는 20년 뒤에 지금의 절반이 된다”며 “절반으로 줄어든 노동 인구로 현재의 생산성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눈앞에 왔다. 결정된 미래를 바꾸려면 3~5배가 넘게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생산형 AI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는 지난 200년간 산업 혁명을 통해 생산성을 20배 이상 높였다. 이 같은 변화가 생성형 AI를 통해 가속할 수 있단 분석이다. 그는 “그간 인류는 근육 노동의 자동화에 집중했다면, 지금 변화는 지적 노동의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며 “사무직 분야의 생산성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보다 최근 두 달 사이 더 많은 변화가 이뤄진 것처럼 느껴진다”며 “기회를 잡기 위한 기술적 시도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어를 가장 잘하는 AI로 ‘검색 아이콘’ 이어갈 것”

윤 리더는 “괴로운 나날들이 이어지는 요즘”이라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챗GPT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네이버의 변화 방향을 중점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윤 리더는 “네이버가 2021년 5월 선보인 하이퍼클로바는 챗GPT의 기반인 오픈AI GPT 모델들보다 한글에 더 특화됐다고 자신하지만,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선 충분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지만 이마저도 2023년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생성형 AI 경쟁에서 네이버가 밀린다면 지금껏 구축한 ‘검색 아이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리더는 챗GPT가 세계적 인기를 끈 배경으로 ‘특화 서비스’ 구축을 꼽았다. 그는 “GPT-3가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 해당 모델을 사용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도구였다”며 “오픈AI는 여기에 채팅이라는 사용자환경(UI)을 붙이면서 모든 사람에게 침투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영진 네이버클라우드 글로벌 AI 비즈니스 리더가 29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3 이코노미스트 테크 포럼’의 강연자로 올라 네이버의 AI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네이버가 챗GPT에 대응해 설정한 전략도 ‘특화 서비스’로 요약된다. 회사는 앞서 구축한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추천 ▲번역 ▲요약 등 한국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경험을 살려 챗GPT 시대에 대응, 지속해서 ‘검색의 아이콘’의 지위를 유지한단 포부다.

네이버는 자사 플랫폼의 핵심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서치GPT’(SearchGPT·차세대 검색 기술 개발 프로젝트명)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챗GPT가 파고들지 못한 한글 기반 서비스에서 우위를 점해 사업적 기회를 잡겠단 접근이다.

윤 리더는 “챗GPT를 사용하면 영어로 물었을 때와 한국어로 물었을 때 답변이 나오는 속도가 차이가 난다. 챗GPT는 한국어 답변에 토큰(언어 처리의 기본 단위) 36개를 사용하고, 영어엔 7개만 소비한다”며 “챗GPT가 한글보다 영어를 더 많이 학습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으로, 한글 답변에 5배의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구축하고 있는 하이퍼클로바X는 학습 데이터 중 한국어 비중이 97% 이상이다. 네이버 뉴스와 블로그 등의 데이터를 통한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이 가능하다. 또한 한국 사회의 법·제도·문화적 맥락까지 이해해 소통하는 능력을 갖춘 형태로 출시된다.

윤 리더는 “네이버는 지금 숱한 AI 기술의 변곡점 안에서 처절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과거 글로벌 검색 엔진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지 않도록 노력한 사명감을 떠올리며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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