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분양하고 나 몰라라…경매 쏟아지는 ‘분양형 호텔’
[부동산 투자 주의보] ③ 강원‧제주도 분양형 호텔 줄줄이 경매행
황금빛 수익률 전망에 투자했지만, 고금리‧관광객감소 ‘직격타’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최근 ‘유명 관광지에서 저렴한 분양가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문구를 내걸었던 분양형 호텔이 경매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강원도 평창‧태백, 제주도 서귀포 등등 바닷가를 끼고 있는 관광지에서 여러번 유찰을 겪었음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분양형 호텔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분양형 호텔이란 개인에게 객실을 분양한 뒤 운영한 수익금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정부는 2012년 관광숙박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2016년까지 한시적으로 여러 명이 호텔을 나눠서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숙박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2012년 호텔 관련 특별법이 시행된 뒤 외국 브랜드를 앞세운 분양형 호텔이 붐을 이뤘다”고 전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전국에 공급한 분양형 호텔이 약 15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부분 제주, 강원 등 관광지 근처에 지어졌다. 개발사업자들은 완화된 규제를 기반으로 고수익률을 챙길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등 분양형 호텔 공급에 박차를 가했다.
코로나19와 고금리에 호텔 수익률 급감
하지만 분양형 호텔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분양할 때 강조했던 예상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장이 증가하는 추세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단기간에 빠르게 늘어나 호텔 운영수익이 투자자들의 기대보다 적은 경우도 많았고 심지어 파산에 이르는 사업장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분양 받았던 투자자들이 버티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늘어났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4월 3일 기준 경매 매각기일이 정해진 분양형 호텔 및 콘도는 약 15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분양형 호텔만 추려보면 약 40개를 차지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호텔이 지난해 파산하면서 14개의 호실이 경매에 넘어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경기도가 평택 4개, 용인 3개, 화성 1개 등 총 8개였고, 충청도는 천안 4개, 청주 3개로 7개를 기록했다. 강원도는 태백 5개, 평창 1개로 6개를, 인천도 6개 호실이 경매를 앞두고 있다. 제주(3개), 부산(2개), 전라(1개), 서울(1개)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호텔을 통건물로 한 개의 법인이나 개인에게 파는 것보다 객실별로 여러 사람에게 나눠서 분양하는 방식이 자본금을 모으기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분양형 호텔은 운영하는 업체가 파산하게 되면 분양할 때 광고했던 수익률을 얻지 못할뿐더러 세금, 보험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투자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광고를 통해 부푼 꿈을 가지고 분양형 호텔을 계약한 투자자들 중 투자금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수익은 커녕 오히려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 이자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은 대출 규제가 적다는 것을 활용해 분양형 호텔에 여러 채 투자한 사람들이 많았다”며 “문제는 운영하는 업체의 운영 수익과 치솟은 대출 이자를 제외하면 실제 손에 쥐는 수익이 매우 적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일에는 분양형 호텔인 해운대 뷰티크팰리스호텔 수분양자들이 서울 강남구 신한자산신탁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호텔은 2014년 착공했으나 횡령 공모 사건으로 2019년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호텔 준공이 미뤄지면서 수분양자들은 대출 이자 부담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분양형 호텔 경매, 가격보다는 운영능력 꼼꼼히 살펴야
몇 년 동안 확정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호텔 역시 해당 기간이 끝나고 나면 수익률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또 확정 수익률을 내걸었던 시행사가 경영 악화로 파산해버리면 법적으로는 더 이상 투자자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다. 이로 인해 과다광고 등을 이유로 분양호텔에 대한 소송전도 벌어지는 형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형 호텔에 투자할 때는 분양업체의 광고를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또 고금리, 관광수요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임상영 법무법인 테오 대표 변호사는 “수익률 보장 의무가 없다면 분양형 호텔 수분양자들이 과대 광고를 행한 시행사에 계약 해제를 요구하기 어렵지만, 기망행위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해제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 규모가 분양계약 체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분양형 호텔의 경우 사안에 따라서는 약정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분양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경매로 넘어온 후 여러 번 유찰된 분양형 호텔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상열 천자봉플러스 대표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한다고 해도 현재 해당 호텔을 운영하는 업체와 운영 수익 및 경영 태도 등으로 갈등을 빚으면 생각보다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매로 넘어온 분양형 호텔에 투자할 때는 운영업체의 운영능력과 주변 호텔에 비해 건물 연한이 어떤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