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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 목포 여행’ 시간이 멈춰선 듯…지붕없는 세트장 [E-트래블]

한국관광 100선 중 스토리텔링 코스로 꼽혀
목포 인근 조망엔 목포해상케이블카가 제격

목포대교 야경 [사진 목포시]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철마는 발목이 잡혔다. 한반도를 가로지른 위풍당당함은, 대일본제국으로 향하는 수탈선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철마는 우리 땅의 쌀과 특화ㆍ누에고치 등을 싼값에 사들였고, 일본 고베항으로 나르기 위해 거간꾼으로 '열일'을 했다. 우리 피땀어린 눈물은 그렇게 헐값에 팔렸다. 식민지 수탈품은 일본서 가공돼, 다시 한반도 역수입돼 호남선에 실려 한반도 곳곳에 뿌려졌다. 일제는 배불렀고, 우리는 주린 배를 더더욱 옥죄야 했다. 목포의 눈물은 그렇게 한이 됐다. 그래서 누란의 격동기를 버텨낸 목포는 ‘아롱 젖은’ 기억을 역사에 남겼다. 기억할텐가, 목포의 눈물!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기차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목포에 다다랐다. 기차의 기적 소리는 민초들의 비명이었고, 그들이 내뿜는 연기는 민초들의 한숨이었다. 1905년 경부선(서울~부산), 1906년 경의선(서울~신의주)에 이어 1914년 호남선(대전~목포)과 경원선(용산~원산)이 놓였다. 110년 전 한반도엔 그렇게 기찻길로 X자의 낙인이 찍혔다.

목포행 기차에는 우리 민초의 땀과 눈물, 나아가 우리의 골육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목포에 쌓인 수탈품만큼 사람도 넘쳐났다. 오죽했으면 마실 물도 부족했을까. 마실 물보다 들이킬 술이 넘쳐나니, 산낙지의 다리를 물어뜯어 화풀이하고 곰삭은 홍어의 톡 쏘는 맛에 의지해 고단한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목포항은 부산·인천항과 달리 1897년 우리 손으로 개항했지만, 수탈의 마수가 덧씌어졌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으로 시작되는 이난영의 이 노래가 ‘목포의 사랑’에서 ‘목포의 눈물’로 바뀐 데는 이유가 있었다.

거친 숨을 감추고 멈춰선 기차처럼 더이상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목포라는 땅끝을 붙들고 섰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얼마나 단단했던지, 오늘 목포에는 당시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다. 목포 화신백화점이며, 붉은 벽돌 창고 등이 그곳이다. 이 중 창고는 호남선 개통 이후 세워진 것으로, 일본식 벽돌 쌓는 방식과 박공(八자 모양)지붕 형태를 볼 수 있다. 1920년 우리 민족 자본에 의해 세워진 호남은행 목포지점은 리모델링돼 현재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으로 변신했다. 이 동네의 배경음악(BGM)이 된 ‘목포의 눈물’ 등 각종 음악·예술 관련 전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삼학도 파도깊이 스며드는데

목포는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100선 중 스토리텔링 코스로 꼽혔다. 

스토리는 역사를 품고 노래는 한을 삭힌다. 목포는 우리 근대역사문화와 근대 가요사에 수많은 스토리가 출발한 곳이다. 목포를 배경으로 한 노래가 수 백곡이 넘는다.

목포의 근대문화를 돌아보는 코스는 목포진→꼼지락작업실→근대역사관 제1관→근대역사관 제2관(현재 휴관 중)→경동성당→유달초등학교 등이다. 목포진은 조선시대 이곳에 설치된 수군의 진영이다. 이곳에 서면 목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근대역사관 제1관은 구 일본영사관 건물로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건물 뒤로 일제 말기에 조성된 방공호도 체험할 수 있다. 영화 ‘1987’의 배경이 되기도 한 시화 골목의 ‘연희가게’ 등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1930년대 대중가요의 시초 이난영, 목포의 모던 보이 김우진과 연인 윤심덕의 발자취가 이곳에 아련하다. 이난영은 역사가 됐고 윤심덕은 전설이 됐다. 이난영은 가요사에 한 획을 그었고 윤심덕과 김우진은 미증유의 사랑 이야기를 남겼다. '광막한 광야를 달리던' 그 둘은 현해탄에 몸을 던졌기 때문이다. 

영화 ‘1987’의 배경이 된 시화 골목의 '연희네슈퍼'에는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 [사진 목포시]


부두의 새악시 아롱젖은 옷자락

이난영의 흔적은 목포에 차고 넘친다. 스스로 훌륭한 가수로 ‘목포의 눈물’ ‘목포는 항구다’를 불렀다. 난영은 예명으로, 본명은 옥례인데, 호적과 학적부엔 옥순으로 기록돼 있다. 1965년 생을 달리한 이난영의 육신은 삼학도에 배롱나무 수목장 형태로 잠들어 있다. 난영공원에는 이난영나무, ‘목포의 눈물’·‘목포는 항구다’ 노래비가 있다.

‘목포의 눈물’은 건전가요 냄새가 물씬 난다. 이 노래는 1935년 오케이레코드가 전국 10대 도시를 대상으로한 ‘제1회 향토찬가’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가사로 만들어졌다.

어찌타 옛상처가 새로워진다

목포 자체가 스토리다. 유달동과 대성동에 서면 영화세트장 같은 인상을 받는다. 건물이 멈춰선 곳에 시간만 홀연히 흘러왔다. 건물 하나가 아니라 동네 전체가 그러하다. 이런 덕에 이곳은 건물·골목·거리 등 11만4038㎡의 공간이 통째로 문화재(등록문화재 제718호)로 됐다. 

목포가 품은 문화적 영향력은 힘이 세다. 인근 영암에는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 있다. 트로트의 역사는 물론, 수많은 가수의 스토리, 노래 연습장 등 보고 듣고 즐길 거리가 넘친다.

구 목포부림병원 관사는 카페가 됐다. 카페 행복이 가득한 집은 실내의 일본식 목조 계단, 천장의 목조 장식, 일본식 정원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고급주택의 복잡한 지붕구조를 가지고 있다.

목포 인근을 조망하기엔 목포해상케이블카가 제격이다. 북항스테이션을 출발해 유달산 정상부에서 ‘ㄱ’자로 꺾여 해상을 지나 반달섬 고하도까지 편도 총 3.23㎞를 잇는다. 왕복 40분이 소요된다. 고하도에서 강변 데크길을 이용해 목포대교까지 걷는 것도 좋다. 고하도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상유십이’를 형상화한 건물도 이채롭다. 이곳에 오르면 바다 바람과 주위 풍경이 마음을 뺏는다.

목포 근대역사관 드론샷. [사진 목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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