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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환 서초그랑자이 조합장 “재건축은 고급화, 그 이상이 필요하다”

‘하이앤드’ 기준 세운 재건축 아파트, ‘시세도 고급화’에 성공
“한국건축에 미감 불어넣을 방법 찾아야”…‘K-아트’ 가능성에 주목

구대환 서초그랑자이 조합장(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조합 사무실 건너편 서초그랑자이 전경을 보며 재건축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사람들이 이 아파트에 와서 직접 보면 좋은 점을 금방 느끼게 됩니다. 이런 경험들이 시세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죠.” 구대환 서초그랑자이 재건축 조합장(서울시립대 법학대학원 교수)이 재건축 입주 후 부동산으로부터 고가에 아파트를 매도하라는 연락을 받았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2021년 6월 입주한 서초그랑자이는 서초구 서초2동 소재 ‘서초무지개아파트’를 재건축해 탄생한 단지다. 서울 집값 상승이 한창이던 당시 일부 타입이 ‘3.3㎡(1평) 당 1억원’에 실거래 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CGV골드클래스’ 영화관이 입점한 최초의 아파트, 호텔급 수영장과 사우나 등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아파트로도 유명세를 탔다. ‘아크로 리버파크’ 입주 이래 반포에 집중돼있던 강남권 부동산 시장의 관심을 어느 정도 서초동 지역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한 상징적인 곳이다. 

건축학도 출신으로서 세계 유명 건축물을 다수 접한 구 조합장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틈틈히 단지 맞은편 조합 사무실에서 아파트 전경을 내려다보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가 ‘인생의 황금기를 쏟아 부은 역작’이라고 표현한 서초그랑자이는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을까. 

Q. 조합 사무실에서 보이는 단지 모습이 멋지다. 재건축 당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따로 있나? 

A. 필로티와 어우러진 중앙공원이 아닌가 한다. 본래 재건축을 하면서 총 10개동을 조성하려는 계획이었으나 그중 1개동을 빼서 그 자리에 넓은 잔디밭을 조성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여기에 필로티를 높게 만들어서 중앙공원에 확장성이 생겼다. 서초그랑자이 필로티 높이가 철근 콘크리트로 된 6m 기둥에 그 위를 수평으로 지나가는 3m 보까지 하면 총 9m에 달한다. 이처럼 6m나 되는 기둥 외에는 건물 하부 바닥 면적이 앞뒤가 관통된 채 노출돼 있기 때문에 공간감이 엄청나게 확장된다. 

지하주차장은 2층부터 4층까지 조성이 됐는데 2층 주차장을 쓰레기 분리수거 차량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호텔이나 리조트처럼 쓰레기 분리수거 시설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고 지하로 내려가게 만든 것이다. 그만큼 지상 공간은 넓고 쾌적하면서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 건축심의 당시 서울시 우수디자인 요건 수백 가지를 모두 충족했는데 덕분에 발코니 면적을 서울시 조례 기준인 벽 길이의 70%보다 넓은 100%로 만들어서 확장 설계를 할 수 있었다. 

Q. 결국 시장에선 가격을 통해 효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고급화 전략이 시세에도 반영됐다고 보는가? 

A. 그렇다. 어느 날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었다. 조합장인지 모르고 집을 내놓을 생각이 없냐고 하기에 시세를 물어봤더니, 비슷한 시기 재건축해서 입주한 인근 단지보다 10% 정도 비싸더라. 이는 사람들이 직접 와서 둘러보면 차이를 모를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서울시 우수 디자인으로 특화설계를 적용하니 가구별 발코니 면적을 넓힐 수 있어, 전용면적 84㎡(34평형) 세대의 확장 평면이 38평 타입 수준으로 커졌다. ‘평당 1억원’을 가장 먼저 돌파한 반포 아크로 리버파크도 서울시 우수디자인 단지로 서초 그랑자이처럼 발코니 면적을 넓힌 바 있다. 

구대환 서초그랑자이 조합장(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Q. 이 모든 과정엔 리더십이 중요한 것 같다. 리더로서 재건축 조합장은 어떤 미덕을 갖춰야 할까?

A. 재건축 조합장이 꼭 건축이나 특정 분야 전공자일 필요는 없다. 대신 유연하고 통합적인 사고와 소통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조합장이 아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서초그랑자이 조합에선 매 분기마다 조합원들에게 뉴스레터를 보냈다. 처음에는 레터를 서술식으로 작성하다가 질의응답식으로 구성을 바꿨다. 예를 들면 “전용면적 59㎡(25평형)에 사는데 115㎡(45평형)을 분양 받을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구성하는 식으로 조합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했다.  

조합원은 물론 시공사와도 소통을 잘 해야 한다. 시공사를 선정할 때는 특정 시공사만 염두에 두고 다른 시공사를 냉대해선 안 되고, 시공사 간에 경쟁을 붙여야 한다. 시공사 선정 전에는 회사별 입찰제안서를 바탕으로 비교표를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이 개인적인 브랜드 선호도나 시공사 직원의 설명만 참고해서 업체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찰제안서를 볼 때 앞에 써 있는 좋은 조건에 혹하기보다 제일 뒤의 기타사항을 잘 봐야 한다. 거기에 조합에 불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조항이 다 들어 있다.

조합장은 통합적으로 전체를 보고 무엇이 조합원에게 유익한지 결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서초그랑자이 일화를 들면 유럽산 주방가구를 설치하면서 수입업체와 현지에 직접 찾아가 대량 주문을 넣으니 조합원이 선호하는 맞춤형 발주를 하면서도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납품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납품업체의 말을 그대로 듣기보다 사고의 유연성을 가지고 더 좋은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Q. 강남 재건축 조합장으로서 고급 아파트의 조건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사실 재건축 사업 자체가 아파트 고급화의 일환이다. 1980~1990년대 개발도상국이던 시절 지어진 아파트는 2중, 3중 주차 때문에 차들이 지상공간을 잠식해가고 있다. 재건축을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주차가 편리해질 뿐 아니라 원래 주차를 하던 공간에 지상공원이 조성되고 필로티 설계까지 하니 입주민들은 쾌적함을 누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아름답고 편리하다’는 고급화의 기본이 충족된다.

개인적으로는 선진국으로써 우리나라 건축물도 미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구에 가서 오래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 기가 죽지 않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의 사그라다파밀리아가 300년째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한 데다, 국토 면적의 70%가 산이고 남은 30% 평지 중에서도 1%에 국민들이 모여 살고 있으니 건물을 신속하게 지어서 사람들에게 삶의 공간을 빨리빨리 제공해야 했다. 

재건축을 하면서 단지 곳곳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등 예술적 공간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이들이 아침에 눈 뜨면 엄마가 데려다 주는 차를 타고 외출했다가 차를 타고 들어오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지하와 지상 엘리베이터 전실에 그림과 공예품을 설치했다. 시각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공간에서 자란 아이와 콘크리트 냄새만 나는 공간에서 자란 아이는 다르지 않겠나. 건설업계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건축물에 예술을 접목해 우리 국민들이 K-드라마나 K-푸드 같이 K-아트를 사랑할 수 있도록 나서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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